[주요뉴스] "美, 北과 대화 안풀리면 정권교체 나설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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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17 08: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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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노동위원장 [연합뉴스TV 제공]
"북미 탐색적 대화는 가능…시간끌기식 대화 안할것"
"우리입장 먼저 정교하게 세워야…수세적 외교 안돼"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최진욱 통일연구원장은 16일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 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레짐 체인지는 정보유입, 제재 등 여러 가지 수단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인 오바마 행정부보다 북한과의 대화 문턱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할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이 핵 개발을 고수한다면 오히려 정권교체를 더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최 원장은 우리 정부에는 "미국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우려하기 전에 우리의 전략을 세부적이고 정교하게 만들어서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차기 행정부를 향한 적극적 외교를 주문했다.

다음은 최 원장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

--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노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제재와 대화, 어느 쪽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나.

▲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는 오랜 기간 '전략적 인내'를 하다가 올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본격적으로 제재 수위를 높였다. 금융 제재, 석탄 제재 등을 통해 북한의 돈줄을 조이기 위해 노력했고 유엔 제재뿐만 아니라 양자(독자) 제재도 가동했다. 그러나 제재 목표는 결국 대화라는 생각이 강했다고 본다. 즉 제재 일변도로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고 결국 북한과의 대화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는 오바마 정부가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낮게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트럼프 정부는 대북 압박·제재 기조를 정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끝내 버틴다면 '레짐 체인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진정성이 확인된다면 얼마든지 북한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도 가지고 있다. 북한의 의도를 탐색하고 직접 듣기 위한 '예비 대화'는 가능하다고 본다.

--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친 적이 있다. 실제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부터 북한을 압박해서 굴복시키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핵 문제가 워낙 심각한 상태까지 왔기 때문에 북한의 태도를 확인하기 위한 탐색적 대화는 가능하다고 본다. 북한이 탐색적 대화를 하자면서 '트럼프 정부와 할 이야기가 있다, 들어달라'고 한다면 나가서 들을 것이다.

(트럼프 신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입각 후보로 거론되는)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실무 레벨에서 탐색적 대화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같은 대화가) 북한의 비핵화로 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시간끌기식 대화를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 북한과 대화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트럼프 정부가 군사적 대응을 선택할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 북한과 대화가 잘 풀리지 않으면 트럼프 정부가 '레짐 체인지'로 갈 가능성은 크다. 레짐 체인지는 정보유입, 제재 등 여러 가지 수단이 있다.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군사적 시위를 할 수는 있지만, 군사적 옵션이 무력 공격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군사적 옵션이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선택은 아니다.

-- 북한이 실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능력을 갖추게 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라고 보나.

▲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것이라고 본다. 그것은 트럼프든 오바마든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선택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지만, 미·중 간의 더 나아간 논의를 통해 군사적 옵션까지를 포함하는 여러 대안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미국이 해결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 그동안 민주당 정부는 동맹을 중시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의 중요성은 매우 컸다.

반면 트럼프 정부는 동맹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하게 중국을 견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협력을 보다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이 협력이 잘 되면 중국으로서도 북한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고, 미국에도 동맹의 중요성이 다소 약해질 수 있다고 본다.

--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에 어떻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하나.

▲ 북한은 트럼프 후보가 북한과 대화 의지를 보이는 한편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서 한미동맹의 약화를 기대했을 수 있다. 북한이 트럼프 정부에 유화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제재에서 벗어날 기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화 의지를 과대평가해서 오판해서는 안 될 것이다.

-- 북한이 존재감 과시를 위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선다면.

▲ 북한이 트럼프 정부를 테스트(시험)하지 않기 바란다. 북한이 이렇게 (도발로) 나오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는 협상이 안 된다고 조기에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런 상태에서는 레짐 체인지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미국 정부든 첫 임기인 4년 이내에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다. 북한이 너무 자극한다면 그런 스트레스가 커질 것이라고 본다.

-- 트럼프 당선인의 향후 대북정책 결정 방식은 어떻게 보나.

▲ 자기 색깔은 보이되 기존의 정책 틀에서 큰 무리를 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의회, 관료, 언론과 함께 마찰보다는 조화를 이루려고 할 것이다. 이미 상원의원이나 주지사 출신들이 각료 후보들로 거론되는 등 제도권의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 북미대화를 무조건 우려할 필요는 없다.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느냐가 문제다. 중요한 것은 북미대화가 북한의 비핵화는 이루지 못한 채, 우리와의 긴밀한 협의 없이 대규모 대북 지원, 나아가 평화협정 등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다.

따라서 미국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우려하기 전에, 우리의 전략을 세부적이고 정교하게 만들어서 우리 입장을 (미국에)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정부가 대화와 제재 가운데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는 북한에 달려 있다. 미국의 정책이 무엇인지 물어보기 전에 우리의 전략을 먼저 치밀하게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전략 대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을 설득할 것은 하고 미국 견해를 들을 것은 듣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 때처럼 미국을 따라가는 수세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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