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북한의 심상치 않은 靜中動
  • 관리자
  • 2012-01-16 09: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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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후 한 달 동안 김정은 승계 등 표면적 안정 불구
核 보유 놓고 강·온파 입장 상충… 경제발전 방향도 갈등 가능성
장성택 등 부상은 집단체제 조짐… 유동적 북한 상황 계속될 듯

icon_img_caption.jpg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정일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북한에선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이양이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김정일 장례식 직후 김정은은 당 정치국 회의에서 최고사령관에 추대되었고 신년 초부터 군부대와 경제부문 시찰을 하는 등 영도자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표면적인 안정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부로부터 예상 밖의 일들이 전해지고 있으며, 때로는 상호 상충하는 일들도 일어나고 있어 상황은 아직 유동적이다.

지난달 28일 김정일 영결식이 있던 날 노동신문은 김정일의 3대 혁명유산 중 첫 번째 업적이 "인공지구위성 제작 발사와 핵보유국의 존엄을 세운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김정은 시대에 핵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핵을 지속적으로 개발 보유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당분간 유훈(遺訓)통치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김정은 입장에서 '핵보유 국가'를 기정사실화하는 업적 발표는 김일성의 유훈인 '한반도 비핵화' 관철도 내세워야 하는 입장과 상충하는 상황이다. 핵개발을 주도한 군부 강경파가 애도기간을 선제적으로 활용한 것이라면 김정은 시대의 정책방향을 둘러싼 권부(權府) 내 핵심가치가 충돌하는 전조는 아닌지 주목해야 한다.

김정일 장례기간 중 또 다른 이변은 장성택 행정부장의 인민군 대장 임명과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서열 수직상승이다. 장성택은 장례기간 중 인민군 대장으로 전격 공식화됐고 장례식 이후에도 김정은 최측근 권력실세로 자리 잡았다. 오극렬은 장례기간 중 서열 27위에서 12위로 상승하는 등 군부 내 실세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서열 상승이 구(舊)군부실세인 오극렬 세력이 재등장하면서 장성택 세력과 연합한 결과라면 두 사람의 행보는 김정은을 앞세운 집단체제의 출범을 예고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향후 김정일의 '10·8 유훈'을 통해 김정은 체제의 권력기반이 새롭게 재편되면서 당과 군(軍)내 신·구세력 간 유훈 관철을 명분으로 한 합종연횡의 권력투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일 사후 북한의 정치구도는 당중앙위원회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정일은 집체적 토론을 통한 당중앙위원회를 신뢰하지 않고 자신의 서기실과 국방위원회 조직을 통해 통치하였다. 김정일과 같은 경험과 리더십이 없는 김정은은 최고의 영도자로 추대되었으나 김정일과 같이 국방위원장으로서는 통치할 수 없다. 결국 당중앙위원회의 집체적 검토와 결의를 추인하는 총비서 역할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시대의 주요 결정이 이미 당중앙위나 정치국 명의로 발표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이를 위해 금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새로운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며 김일성 시대 초기와 같은 권력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2012 공동사설은 김정일 사망 이후 보름 만에 발표된 것이어서 내용이 불완전하다. 김정은 시대의 정책방향을 제시하기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급히 첨삭하느라 분량도 상대적으로 축소되었다. '강성(强性)국가 건설'을 목표로 경제분야의 발전구상을 '새 세기 산업혁명'과 '함남의 불길'을 동시에 강조함으로써 결국 북한식 세계화를 통한 개방의 방향과 주체산업을 토대로 자력갱생을 도모하려는 방식 간의 노선투쟁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석탄 등 부존 광물자원의 채굴과 수출을 둘러싼 경제발전 방식을 놓고 주요 결정들이 번복되는 사실을 통해 정책갈등을 유추할 수 있다.
 김정일이라는 절대권력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채굴권을 놓고 권력 핵심층 내부에서 외화벌이를 둘러싼 이권다툼이 벌어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시장을 통해 형성된 일반주민들과 대규모 외화벌이 기관들 간에도 공생과 갈등이 재연됨으로써 궁극적으로 당·국가 체제와 시장간 긴장이 확대됨으로써 김정은 정권은 개방과 개혁을 놓고 중대결단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김정은 시대는 개막되었으나 많은 것들이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무분별한 대남도발을 감행하지는 않겠지만 총선과 대선을 앞둔 남한정부에 대한 북한의 비난 수위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대미(對美) 식량요구 조건 역시 강경해지면서 미·북대화 및 6자회담 조기 성사 가능성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현재 북한 내부가 심각한 '정중동(靜中動)'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북한 상황 변화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더 정확한 북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야 하고, 결코 방심하지 말고 경각심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변화에 적극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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