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7-06-01 10:07:24
- 조회수 : 2,121
외딴지역 핵시설 5곳 폭격 모의실험에서 100명 미만 사망…455kt으론 200만-300만 사망
"정밀유도·감시기술 혁명때문에 핵무기의 '절대적 억지력' 이론 깨졌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서 먼 곳에 있는 북한의 핵 무력 시설 5곳을 저출력 핵폭탄으로 정밀타격하면 방사능 낙진의 확산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수백만 명에서 100명 미만으로 극소화하면서 95% 이상의 확률로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
하버드대 벨퍼센터가 발행하는 저명 학술지 '국제안보' 봄호에서 케어 리버 조지타운대 교수 등이 폭발력 0.3kt의 핵폭탄 B61과 폭발력 455kt의 핵폭탄 W88을 각각 사용했을 때 북한 핵 무력을 무력화하는 파괴력과 인명 피해를 비교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금까지 상당 기간 읽어본 것 중에서 가장 무서운 논문"이라고 신미국안보센터(CNAS) 소속의 군사 및 국가안보 전문가 토마스 릭스는 지난 23일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논평했다.
인명 피해를 극소화한다는 데 왜 겁나는 일인가? 미국의 정책수립자들도 이런 사고방식이라면 "핵전쟁을, 특히 한반도에서, 벌여볼 수 있는 일로 생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리버 교수 등은 미 국방부의 컴퓨터 모의실험 프로그램인 '위험예측평가역량(HPAC)'을 이용, 북한 내 핵폭탄 저장고나 핵미사일 격납고, 이동식 차량발사대(TEL) 방호시설 등 목표물 5곳이 인구 희박 지역에 숨겨져 있다고 가정하고 모의실험을 했다.
목표물마다 W88 두 발씩 모두 10발을 지상폭발 방식으로 타격했을 경우 방사능 낙진 영향권에 있는 일본을 제외하고도 한반도에서만 해도 200~3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B61을 목표물마다 네 발씩 모두 20발 사용하면 낙진 피해는 거의 없이 W88과 같은 95% 이상의 확률로 모두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B61은 F-35 등 전투기로도 투하할 수 있다. 꼬리 부분의 정밀유도 장치를 통해 목표물을 정밀 조준할 수 있다.
두 경우에서 방사능 낙진 인명 피해가 이처럼 크게 차이 나는 것은, B61은 폭발력이 작을 뿐 아니라, 방사능 낙진이 대량 발생하는 '낙진임계선(fallout threshold)' 보다 높은 곳에서 공중폭발시키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밀유도를 통해 정확히 목표물 직상공에서 폭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파괴 효과는 같다.
이론적으론 W88도 '임계선' 이상의 고고도에서 폭발시키면 방사능 낙진 발생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그런 고도에선 목표물 타격 정밀도가 낮기 때문에 격납고에 숨겨진 핵 장비나 시설을 파괴할 수 없다. 파괴하려면 낙진 임계점보다 낮은 상공이나 지상폭발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리버 교수 등은 "핵폭탄 투발 체계의 정확도가 혁명적으로 향상돼 인명 피해가 적은 저출력 핵폭탄으로도 적의 핵무력을 파괴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고 강조했다.
폭발력 0.3kt의 폭탄으로 기대하는 파괴 효과를 얻으려면 원형공산오차(CEP. 탄도미사일이 투하됐을 때 그중 반수의 탄착점이 모이는 원의 반경. 정확도를 나타냄)가 10~15m 이내여야 하는데, 신형 유도 핵폭탄 b61-12가 이런 조건을 충족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과거 냉전 시대 적국의 핵 무력에 대한 핵타격은 곧 민간인의 대량살상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비록 적국의 민간인 피해라고 할지라도 어느 정치 지도자도 감행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따라서 핵 무력을 가진 나라는 절대적 억지력을 갖춘 것으로 간주했지만, "정확도 혁명"으로 인해 `핵 공격 = 대량 인명 피해'라는 고리가 끊어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재래식 무기 수준의 "부수적" 피해를 각오한다면 적의 핵 무력을 제거하기 위한 핵 선제공격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며, 따라서 핵 무력을 보유했다고 해서 절대적 억지력을 갖췄다고 말할 수 없게 된 것을 의미한다.
숨겨둔 핵 무력을 통한 보복 핵 공격이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반론에 대해 리버 교수 등은 "투명성 혁명" 즉, 각종 전자 탐지능력의 혁명적 발전 때문에 은닉도 소용없는 세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숨기려는 자와 찾아내려는 자 사이의 숨바꼭질이 탐지 기술의 급격한 발전 때문에 숨기는 입장에게 점점 불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발사 차량을 통한 이동식 은닉 수법과 잠수함 은닉도 예외일 수 없다.
리버 교수 등은 이 문제에서도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에 대한 탐지 모델을 동원해 전시에 미국과 핵심 동맹국들이 인공위성 자료를 공유하게 되면 북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이 위성의 감시를 피해 이동할 수 있는 시간 간격은 24분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게다가 무인기를 4대 침투시키는 것으로도 북한 전체 도로의 84%에 해당하는 도로 상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고 이들 감시 장치들을 조합, 운용하는 방식에 따라선 북한 도로의 97%까지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TEL이 안전하게 이동하기는 극히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이 논문의 전체적인 결론은 미국의 전략 핵 무력도 정밀타격과 정밀탐지의 기술혁명 때문에 선제타격에 취약해지므로 군비경쟁을 자제해선 안 되고 기술적 군비경쟁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관련해선 대북 핵 선제타격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지의 하나로 등장하는 쪽으로 귀결될 수 있다.
CNAS의 토머스 릭스는 "이 논문을 읽고는, 미국의 대북 전쟁계획 수립자들의 계산법이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졌다"며 "만일 미 공군도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면 미국의 정책수립자들은 북한의 핵 무력을 제거할 때의 위험이 과거 생각하던 것보다 적다는 결론을 내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럴 경우 "문제는 핵의 선제불사용(no first use)이라는 훌륭한 국제 원칙을 깨는 것일 뿐 아니라, 한반도에서 일단 전쟁이 터지면 어떤 과정을 거쳐 결말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전쟁은 모든 인간 활동 가운데 가장 예측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라고 릭스는 지적했다.
ydy@yna.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