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7-07-10 10: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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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곧 공멸…교류로 남북 간 경제·문화 격차 줄이며 통일 준비해야"
tomatoy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남북한 사이에 기차가 달린다면 평화의 초석이 될 겁니다. 단순한 경제적 효과를 넘어 남북 간 동질성을 회복하는 실마리가 되겠죠."
9일 인천 소래포구의 작업실에서 만난 최병관(67) 사진작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베를린 구상'을 밝힌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DMZ(비무장지대)의 작가'로 불리는 그는 "남북한이 철길을 통해 중국·유럽과 이어진다면 남한은 물론 북한에도 비약적인 경제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복원된 경의선 철도를 달리는 열차를 꼭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는 남북 철도 연결사업 등을 통해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만들고 항구적 평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은 총 518.5㎞로 1906년 4월 개통 이후 한반도 북부를 관통하는 대동맥 역할을 해왔다. 6·25 전쟁 때인 1951년 6월부터 운행이 전면 중단돼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남북 분단의 대표적 상징어를 낳았다.
전쟁으로 끊어진 남북 철도 연결사업은 2000년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남북은 2000년 9월 경의선 복원공사의 첫 삽을 떠 약 3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했다. 열차 운행은 가능하지만, 실제 열차가 다니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최 작가는 바로 경의선 철도 복원이라는 역사적 현장을 누비며 모든 과정을 카메라로 촬영해 방대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그가 찍은 사진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는 십수 년이 걸렸다. 남북 관계가 경색하고 이런저런 정치적 이유로 출판이 미뤄지다 2015년 12월에서야 통일부 지원을 받아 '경의선 통일의 길을 잇다'라는 제목으로 사진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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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에는 비무장지대의 생태와 자연환경이 생생히 담겼다. 녹슨 철모와 버려진 가재도구, 폐허가 된 역사(驛舍)와 총탄 자국이 숭숭 뚫린 열차 등 전쟁의 상흔도 곳곳에 들어있다.
"장단역 인근에서 공사를 시작하는데 이불 보따리며 온갖 가재도구가 나왔어요. 그중에 찢어진 검정고무신을 발견했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신발이 벗겨졌는지도 모르고 전쟁통에 뛰어다녔을 고무신 주인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이 얘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힌 최 작가는 또 남북의 철길을 잇기 위해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철책선을 허물던 때를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최 작가는 사진집에 "전쟁이 끝난 후 반세기 동안 몇 겹의 철책으로 굳게 처져 있던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철책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 순간 평화의 발걸음은 시작됐으며, 7천만 동포의 염원이 이뤄지는 감격의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하는 글을 썼다.
tomatoyoon@yna.co.kr
최 작가는 앞서 1996∼1998년 민간인 최초로 휴전선 155마일을 횡단하며 분단의 아픔을 기록한 책을 펴낸 바 있다. 또 2010년 7월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주 활동무대가 비무장지대였기에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지뢰밭을 헤치며 작업에 나섰고 그가 탑승한 지프가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전복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왜 그토록 위험한 작업에 매달렸을까? 최 작가는 "전쟁의 비극이 남이 있는 잔해들을 보면서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담담히 답했다.
최근 남북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최 작가는 "(현재 한반도는) 마치 화약고 같다"며 "온갖 최첨단 무기가 개발된 상황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누가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공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길을 통해 교류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남북 간에 기차가 달리는 것은 단순히 물류가 오가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교류를 통해 남과 북의 경제·문화적 격차를 서서히 줄여가며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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