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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2-23 10: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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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의 연루자로 지목된 북한대사관 현광성(44) 2등 서기관에 대한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가 외교관 면책특권에 발목을 잡힐 수 있어 보인다.
말레이 당국은 체포영장 발부까지 거론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북한이 면책특권을 이유로 협조를 거부할 경우 수사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23일 말레이시아 일간 더스타에 따르면 현지 외교 당국자들은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현광성의 신병을 확보해 수사에 협조하게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1961)에 따라 대사관 직원은 단순 행정직원 등을 제외한 주요직책자 전원이 민·형사상 기소를 받지 않는 면책 특권을 누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대사와 공사참사관, 참사관, 1∼3등 서기관이 포함된다. 이에 더해 국방 및 무역 담당관도 외교관으로 간주돼 면책 특권을 누린다.
한 고위급 외교관은 "말레이시아 정부는 현광성을 '외교상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선언해 추방할 수 있지만, 수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변호사협회 앤드루 쿠 공동의장도 "국제법을 어기지 않고선 현광성의 수사 협조를 강요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말레이시아가 북한과 단교하고 24시간내 출국명령을 내렸음에도 북한 외교관들이 이에 응하지 않는 정도의 특수상황이 아니면 경찰이 현광성의 신병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다만,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현광성이 외교관 신분이라고 해도 자동으로 면책 특권을 지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2014년 동성애 혐의로 기소된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의 변호를 맡은 유명 변호사 무하마드 샤피 압둘라는 "면책특권 대상에 대한 주재국과 본국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현광성은 외교관 (등급) 직원일 수 있지만 그것이 면책특권을 갖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대사를 제외한 타국 외교관에 대해선 관례에 따라 신원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현광성도 당국의 신원조사를 받지 않은 채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그가 외교관 신분으로 위장한 북한 보위성 소속 공작원일 것이란 의혹도 제기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전날 오전 북한대사관 측에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을 경찰에 출석시켜 조사를 받게 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북한대사관 측은 하루가 지난 현재까지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대사관이 응하지 않으면 이 둘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이날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 형식으로 김정남 사망에 대한 첫 반응을 내놓으면서 "사망자가 외교여권 소지자로서 빈협약에 따라 치외법권 대상이므로 절대로 부검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정남 부검에까지 빈협약을 내세워 말레이 당국을 비난한 것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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