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용기포신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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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모터보트를 훔쳐 타고 월북하려다가 붙잡힌 뒤 구속 기소된 3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김진원 판사는 3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및 절도 등 혐의 구속 기소된 A(39)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의 범행 내용을 보면 죄책이 무겁다"며 "허황된 생각에 여러 차례 탈북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백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며 "북한 체제를 적극적으로 찬양해 범행을 한 것은 아니고 정신병력이 범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표면적으로 '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월북하려고 했다'고 진술했지만, 기여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며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김 판사는 이날 선고 전 A씨에게 "먼저 다짐을 받겠다"며 "다시는 월북을 시도하면 안 되고 치료도 잘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A씨도 "필요하면 저도 상담을 받겠다"고 답했다.

A씨는 올해 6월 16일 오후 8시께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용기포신항에 정박해 있던 1.33t급 모터보트를 훔쳐 타고 월북하려 한 혐의로 구속 기속됐다.

그는 부두에 묶여있던 홋줄을 풀고 모터보트를 5m가량 몰았으나 수상레저기구 면허가 없어 보트를 제대로 운전하지 못했다.

300m가량 표류한 모터보트를 인근 해상에 있던 준설선 옆에 대놓은 그는 준설선에 올라탄 뒤 잠이 들었다가 선원에게 적발됐다.

이후 A씨는 준설선 선원의 연락을 받은 모터보트 소유주의 신고로 해양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범행 3개월 전까지는 정수기 판매 회사에 다니며 일을 했으나 검거 직전에는 별다른 직업이 없었다.

A씨는 재판에서 "남한 체제에 큰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북한 체제를 동경하지도 않았다"며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동시에 생각하고 소통하면 통일에 일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5월 12일과 같은 달 28일에도 렌터카를 빌려 타고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문을 통과해 월북하려다가 군인에게 2차례 제지당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