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3-03-27 07: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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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전 대통령의 148번째 생일인 26일 오전 11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이 전 대통령 묘소 앞에 50여 명의 노신사들이 모였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중절모를 쓰거나 단정한 양복에 지팡이를 짚은 이들은 지난 1960년 학생운동을 주도하며 이승만 정권에 반대하는 4·19 혁명에 참여했던 ‘4·19 세대’들이다.
당시 20대 청춘이었다가 어느덧 80대 전후의 원로가 된 이들은 이날 이 전 대통령 묘소 앞에서 “분열이 아닌 통합과 화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4·19 당시 서울대 정치학과 4학년으로 시위에 동참했던 이택휘(85) 전 서울교대 총장은 참배에 앞서 “63년 만에 보는 얼굴들이 있어 감회가 새롭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4·19 혁명 이후 여러 갈등과 분열을 겪으면서 역사를 보는 우리의 눈은 원숙해지고 세련돼 왔다”면서 “이제는 분열이 아닌 국민 통합의 시각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과오뿐 아니라 공(功)을 다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영일(84) 전 국회의원은 서울대 정치학과 3학년으로 4·19 당시 학생 시위를 주도했던 이들 중 한 사람이었다. 1961년부터는 통일운동에도 뛰어들었고 5·16 이후 7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도 했다. 이 전 의원은 “나는 당시까지만 해도 이 전 대통령을 ‘장기 집권을 하려던 독재자’로만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국회의원을 지내고, 세계 각국 정치를 지켜보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오해를 파악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과오가 뚜렷하다고 하면서도 “초대 대통령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지향의 정부 수립을 주도한 점, 6·25 이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어 경제 발전이 가능한 안보 토대를 마련한 점 등은 분명한 공적”이라고 했다.
한화갑(84)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일생을 살았지만 평생 조국 독립을 위해 힘썼고 굳건한 안보의 기틀을 확보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를 추진한 원로 중 한 명인 박범진(83) 전 의원은 서울대 정치학과 1학년 때 4·19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그 이후 사회주의를 연구하는 ‘신진회’ 활동을 했고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6개월간 수감됐다. 그는 “이제는 극단적인 이념 갈등을 끝내고 통합의 미래로 가야 한다”고 했다.
원로들은 이날 참배를 두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되새긴 행사”라고 입을 모았다. 4·19에 참여했고 1964년 한일 회담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현승일(81) 전 의원은 “건국 이념과 4·19 혁명의 공통 정신이 자유민주주의라는 걸 다시 확인한 뜻깊은 날”이라고 했다. 손병두(82)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그렸던 이 전 대통령의 정신과 부정선거를 거부했던 4·19 세대의 정신은 갈등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4·19 세대’들은 이 전 대통령 재평가의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구월환(81) 전 세계일보 주필도 4·19 때 서울대에서 수업을 듣다가 뛰쳐나가 종로에서 최루탄 가스를 뒤집어써 가며 시위를 했다. 그는 “당시 정치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와 달라 실망을 줬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 전 대통령의 공을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인보길(83) 뉴데일리 회장은 “부정선거에 항거했던 혁명도 그 이전까지 민주주의 교육 보급에 앞장섰던 이 전 대통령의 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호(87) 전 러시아 대사는 “자유나 자치를 외쳐본 적 없는 군주제 국가에서 선거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건설해 낸 것은 역사적인 큰 성취”라고 했다.
아래는 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 참배 행사에 직접 참석하거나 지지 의사를 밝힌 각계 원로들의 명단이다.(총 53명·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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