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 [제135회]
- 관리자
- 2010-06-04 11: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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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없는 북한에서는 아무리 옳은 말일지라도 누구한테나 쉽게 하지 못한다. 나 역시 가슴에만 이런저런 분노와 원통함을 담고 있을 뿐, 가족에게조차 아무런 말도 못한 채 겉으로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일을 해야 했다. 어쨌든 김정일은 그 토론회에 대해 매우 흡족해하며 측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황 비서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조국인 러시아에서 주체사상을 가지고 러시아 마르크스주의를 완전히 제압했다고 하는데,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오.” 그리고 나에게도 여러 모로 호의를 표시했다.
김정일은 “앞으로는 주석제를 폐지하고 인민위원장제를 만들며, 중앙인민위원장 직에는 말깨나 하는 실무일꾼을 배치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고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그래도 무방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수령독재하에서 주석은 사실상 아무런 실권이 없는 상징적 존재였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변덕스러운 성격을 잘 알고 있던 나는, 그가 나에게 좋게 대할 때도 경각심을 늦추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5월 9일, 그는 갑자기 모스크바 국제토론회가 당의 의도에 맞지 않게 진행되었다고 지적한 문건을 선전부장 앞으로 내려보내면서 나에게도 보내왔다.
나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5월 9일 문건이라는 것은 김정일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써 올린 것에다 김정일이 서명을 한 것이었다. 선전비서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모르게 그런 보고가 올라갔다며 한발 늦었다고 했다. 나는 누구의 짓인지 짐작이 갔다. 김정일이 측근 가운데 한명이 나를 찾아와서는 그 상대도 안 되는 유치한 놈들의 책동에 개의할 필요 없으니 묵살해버리라면서 나를 위로했다.
그래서 나는 그 문서에 있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적어 김정일에게 보냈다. 며칠 후 내 글을 다시 반박하는 글을 누군가 김정일에게 올렸다. 김정일은 그 글을 나에게 또 보내주었다. 나는 이번에는 묵살하고 말았다. 제자들이 찾아와 이번 건은 아무개의 조작인데, 이 기회에 공개적으로 싸워보자고 제기하고 나섰다. 나를 대하는 김정일의 쌀쌀한 태도가 얼마간 계속되었다. 김정일은 내 글을 반박한 보고문들을 모두 문서정리실로 보내, 수령관을 중심으로 하여 김정일을 내세우지 않고 내 개인의 철학이론을 선전한 것이 잘못이라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하라는 과업을 주었다.
이것이 1996년 7월 26일자로 발표된 「주체철학은 독창적인 혁명철학이다」라는 제목의 김정일 문헌이다. 이는 참으로 가소롭고도 당치않은 정신적 허영이며 손으로 해를 가리려는 사상적 기만이다. 김정일이 어떻게 철학을 알겠는가. 그렇다고 혁명을 아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주민들을 굶겨죽이고 청년학생들을 총폭탄으로 내 모는 것이 인간의 철학이자 인간을 위한 혁명이라고 착각하는 보잘것없는 독재자일 뿐이다.
김정일의 측근으로부터 자기비판서를 쓰는 것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속으로 김정일을 비웃으면서 내 무지를 인정한다는 내용의 자기비판서를 써보냈다. 나중에 들으니 김정일은 나의 자기비판서를 읽은 다음 비서들에게 내려보내고는 측근들을 모아놓고 거들먹거렸다고 한다. “이번에 또 황장엽이 나에게 항복했소.” 그러면서 김정일은 나를 다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김경희도 뻔질나게 전화를 걸어오고 아내를 자기 집으로 부르는가 하면 예전처럼 자기를 도와달라고 은근히 말하기도 했다. 온가족이 김경희와의 관계가 회복되었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어느 때보다도 무거웠다.
김정일은 “앞으로는 주석제를 폐지하고 인민위원장제를 만들며, 중앙인민위원장 직에는 말깨나 하는 실무일꾼을 배치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고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그래도 무방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수령독재하에서 주석은 사실상 아무런 실권이 없는 상징적 존재였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변덕스러운 성격을 잘 알고 있던 나는, 그가 나에게 좋게 대할 때도 경각심을 늦추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5월 9일, 그는 갑자기 모스크바 국제토론회가 당의 의도에 맞지 않게 진행되었다고 지적한 문건을 선전부장 앞으로 내려보내면서 나에게도 보내왔다.
나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5월 9일 문건이라는 것은 김정일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써 올린 것에다 김정일이 서명을 한 것이었다. 선전비서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모르게 그런 보고가 올라갔다며 한발 늦었다고 했다. 나는 누구의 짓인지 짐작이 갔다. 김정일이 측근 가운데 한명이 나를 찾아와서는 그 상대도 안 되는 유치한 놈들의 책동에 개의할 필요 없으니 묵살해버리라면서 나를 위로했다.
그래서 나는 그 문서에 있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적어 김정일에게 보냈다. 며칠 후 내 글을 다시 반박하는 글을 누군가 김정일에게 올렸다. 김정일은 그 글을 나에게 또 보내주었다. 나는 이번에는 묵살하고 말았다. 제자들이 찾아와 이번 건은 아무개의 조작인데, 이 기회에 공개적으로 싸워보자고 제기하고 나섰다. 나를 대하는 김정일의 쌀쌀한 태도가 얼마간 계속되었다. 김정일은 내 글을 반박한 보고문들을 모두 문서정리실로 보내, 수령관을 중심으로 하여 김정일을 내세우지 않고 내 개인의 철학이론을 선전한 것이 잘못이라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하라는 과업을 주었다.
이것이 1996년 7월 26일자로 발표된 「주체철학은 독창적인 혁명철학이다」라는 제목의 김정일 문헌이다. 이는 참으로 가소롭고도 당치않은 정신적 허영이며 손으로 해를 가리려는 사상적 기만이다. 김정일이 어떻게 철학을 알겠는가. 그렇다고 혁명을 아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주민들을 굶겨죽이고 청년학생들을 총폭탄으로 내 모는 것이 인간의 철학이자 인간을 위한 혁명이라고 착각하는 보잘것없는 독재자일 뿐이다.
김정일의 측근으로부터 자기비판서를 쓰는 것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속으로 김정일을 비웃으면서 내 무지를 인정한다는 내용의 자기비판서를 써보냈다. 나중에 들으니 김정일은 나의 자기비판서를 읽은 다음 비서들에게 내려보내고는 측근들을 모아놓고 거들먹거렸다고 한다. “이번에 또 황장엽이 나에게 항복했소.” 그러면서 김정일은 나를 다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김경희도 뻔질나게 전화를 걸어오고 아내를 자기 집으로 부르는가 하면 예전처럼 자기를 도와달라고 은근히 말하기도 했다. 온가족이 김경희와의 관계가 회복되었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어느 때보다도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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