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 [제1회]
  • CDNK
  • 2010-04-23 15: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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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허위와 기만으로 가득 찬 사회에서 살아왔다. 처음에 나는 그 허위와 기만이 근로인민대중의 해방을 위하여, 즉 착취계급과의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에 그것이 독재자의 이기주의와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독재자의 이기주의는 수령의 개인숭배 사상에서 집중적으로 표현되었다.

북한은 계급주의와 수령의 개인숭배가 가장 심한 나라이다. 나는 북한 통치체제의 중추부에서 독재자에게 아첨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허위선전에 동원되지 않을 수 없었다. 허위와 기만은 진리를 탐구하는 학자의 양심, 학자의 양식과는 양립될 수 없다. 북한체제에 복무하면서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바로 허위와 기만의 도구로 내가 이용되고 있다는 자각이었다.

나는 나의 삶을 마무리 지으면서 될 수 있는 대로 진실을 밝히려고 했다. 내가 미워하고 또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사실보다 나쁘게 평가하려 하지 않았으며, 내가 사랑하고 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무원칙하게 미화하려 하지 않았다. 역사는 결국 모든 것을 제 자리에 갖다놓기 마련이다.

역사를 왜곡하는 것보다 더 큰 죄는 없다. 나는 나의 견해를 절대화하려 하지 않았다. 사실에 비추어 비판적으로 읽어주기 바란다. 사회공동의 이익과 관계없는 개인의 사생활이라든가 다른 나라의 냉정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될수록 언급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대한민국으로 넘어와 나는 많은 것을 새로 배우고 체험했다. 그러나 새로 얻은 지식과 경험은 아직 나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리되지는 않았다. 이 글에서 나는 북한에서 체험하고 느낀 것을 내 생각대로 털어놓으려 했다.

북한은 역사상 유례없는 폐쇄된 사회이다. 북한의 실상은 국제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또 그것은 일반상식으로써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 글이 북한을 바로 이해하고 북한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1998년 12월
황 장 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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