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제88회]
  • 관리자
  • 2010-06-04 11: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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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15, 정치국회의 결정으로 주체사상연구소 소장이 된 나는 중앙당으로 출근해야 했으나 최고인민호의 의장으로서 손님과 동행한 채 함흥지구에 있었다. 그래서 첫 출근이 며칠 늦어졌다. 출근 첫날 나는 먼저 김정일의 집무실로 찾아갔다. 김정일을 당 본청사의 그의 집무실에서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나는 최고인민회의 의장으로서 금수산 의사당(주석궁)에서 김일성은 자주 만났지만, 당 청사에는 찾아갈 일이 별로 없었다. 본 청사는 내가 서기로 근무하던 1950~60년대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우선 호화롭게 꾸며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김정일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황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그는 나를 반갑게 맞았다. 그러면서 10월 15일 정치국에서 결정된 내용을 알려주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방금 수령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황 선생은 학자이시기 때문에 당일군이 되는 걸 좋아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우선 황 선생에게 당에 들어와 일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라 하셨습니다.”

“수령님의 슬하에서 많은 사랑과 배려를 받으며 자라났으나 일을 잘하지 못하고 심려만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번에 또 다시 주신 신임과 배려에 충성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내 대답을 듣자 김정일은 대단히 만족해하며 김일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황 선생이 찬성했습니다. 예, 오늘부터 정식으로 주체사상연구소 소장 일을 맡기겠습니다.”나에 대한 김정일의 처우는 이례적이었다.

김정일은 당 중앙에 들어와 간부들의 이론수준을 높이는 일에도 책임지고 나서줄 것을 지시하는 동시에 주체사상의 대외선전도 잘 해달라고 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주체사상연구소는 사상이론적으로 대외사업을 하는 당 국제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앙당 부장으로서 허담 동무(외교부장)도 불러서 과업을 좀 주시오. 주체사상 대외선전을 한 30년간 줄기차게 하다보면 세계 사상계에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나는 김정일이 양형섭을 중앙당에서 내보내고 그 대신에 허담을 중용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비록 내가 중앙당 부장으로서 행정기관인 외교부에 대한 지도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나에게 허담을 불러 과업을 주라고 한 것은 나를 추어주기 위한 말이라고 새겨들었다. 그러나 주체사상 선전을 한 30년간 줄기차게 해야 효과가 날 것이라고 한 말에는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 부서를 만드는 것이니까 사람을 잘 골라보시오. 당 간부부에서 적극 도와줄 것이니 11월중으로 조직인선을 끝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녁에 부장들이 다 모이기 때문에 그때 소개하도록 합시다.” 나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국제부 때부터 주체사상 관계를 담당해온 과장이 이미 발령을 받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와 사업 방향과 인선문제에 대해 협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쁘게 조직인선을 하던 어느 날이었다. 정치국회의에 참석하라는 기별이 왔다. 그래서 금수산 의사당 내의 정치국회의실로 갔더니 김일성이 회의를 주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정치국회의에서 뜻밖의 일이 생겼다. 김일성이 나를 과학교육담당 비서로 임명한다고 선포한 것이었다. 나는 몹시 놀랐다. 과학교육부는 전체 교육기관과 과학연구기관 그리고 보건기관들을 담당·지도하며, 이 분야에 대한 인사권을 장악하는 중요한 부서이다.

나를 과학교육비서로 임명한 것은 나에 대한 커다란 신임의 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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