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제104회]
  • 관리자
  • 2010-06-04 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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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청사에서 주체사상 연구가 한창이던 어느 날, 김정일이 현대자본주의의 본질에 관한 글을 하나 써달라고 했다.

문서정리실 서기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국제정세에 대한 지식이 빈약하여 그런 글을 제대로 쓸 수 없을 걸로 생각하고 내게 부탁한 것이었다. 나는 그의 주문대로 2차대전 이후 변화·발전하고 있는 현대자본주의의 특징과 그에 맞는 혁명전략 문제를 다룬 글을 써주었다. 그리고 그의 사상을 조금이라도 계몽시켜볼까 하여 기회 있을 때마다 현대자본주의의 계급구조 변화와 자본주의 열강들의 협조관계를 강조하고, 레닌의 제국주의론이 낡았다는 것을 이해시키려 했다. 그는 일본의 계급구조에 대해서도 물어왔는데, 나는 일본에는 육체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4%밖에 안 된다고 보고했다.

그것은 내가 일본의 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알게 된 내용이었다. 김정일 역시 이러한 변화에 대해 예전과는 다른 인식을 갖게 되면서, 변화된 환경에 맞는 혁명운동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 같았다. 그는 나에게 과업을 주고 독촉까지 하는 열성을 보였다. 그는 유물론이나 변증법은 좋아하지 않았으나, 그 이론으로 정치적 틀을 짜는 데는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써주었던 글을 무수정으로 채택했다. 그 후 김정일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 학자들은 마음대로 토론도 못하고 있습니다. 각급 당 조직이 이렇게 자유로운 토론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앞날을 위해서는 변화하는 세계정세도 알고서 이론을 전개할 수 있는 학자들을 양성해둘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출신성분에 관계없이 이 땅에서 가장 수재라고 소문난 사람들만 뽑아 황 비서 직속으로 두고 이론을 연구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해 줄 테니 필요한 자료를 나에게 보고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그의 제안을 듣고 기뻐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만 해도 선전부의 지원을 받는 사회과학원 학자들이 계속 나와서 주체사상연구소를 집요하게 중상비방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사회과학원에서 이론적으로 잘 무장된 학자들만을 뽑아 그들의 사상개조를 실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사회과학원에서 가장 실력 있고 주체과학원을 반대하는 데 앞장서온 7~8명의 학자들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그러자 원장인 양형섭이 조직부를 찾아와서 이렇게 하면 사회과학원은 망한다고 우는 소리를 했다.

하지만 조직부 간부과에서는 이지시는 황비서의 지시가 아니라 김정일동지의 지시이기 때문에 반대했다가는 큰 문제가 된다고 위협하여 양형섭을 쫓아버리듯이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학위를 받은 20여 명의 수재들을 엄선하여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오직 국제비서인 나에게만 소속된 집단을 만들어, 비밀유지를 위해 당 중앙위원회 자료연구실이라고 명명하고 철학, 경제학, 정치학의 3개 분실을 두었다. 그들에게는 당 중앙위원회 직원으로서 온갖 혜택을 누리게 하는 한편, 학자로서의 특별대우를 받도록 하면서 노력동원에도 면제되는 특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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