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제102회]
- 관리자
- 2010-06-04 11: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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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연형묵이 총리를 할 때였다. 연형묵이 남북대화를 준비하느라 자리를 비운 채 통일전선부가 초대소에 나가 있을 때였다. 김정일이 파티를 열고 그를 불렀다.
김정일은 악수를 하고 나서 느닷없이 연형묵에게 “황 비서는 내일 출장 가도 오늘밤까지 일하고 비행기를 타도 귀를 막고 책을 본다는데, 당신은 그까짓 남북대화 준비 때문에 모든 사업을 전폐하고 며칠씩이나 초대소에 나가 도대체 뭘 하는 거요?”라며 빈정거리듯이 말하는 것이었다. 또 한 번은 선전부에서 부장 이상 간부들의 건강을 위해 매주 한차례씩 중앙당 체육관에 나가 체조도 하고 운동기구들도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해서 김정일의 결재를 받았다. 물론 당내만이 아니라 당외의 정치국 위원들인 총리나 부주석 등 행정계통 간부들도 대거 참가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선전부 부부장이 느닷없이 나에게 반장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김정일의 측근으로서 김정일이 담배만 빼들어도 재빨리 불을 붙여주는, 이를테면 눈치 빠르고 행동 역시 빠른, 파티의 실무 조직을 맡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간부들이 그에게 은근히 아첨 아닌 아첨을 하는 수가 많았다. 그는 정규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인데, 장발장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자베르 경감을 연상시키는, 위에는 무조건 복종하는 충직한 인물이었다. 김정일이 주선한 파티에 참석하는 데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던 나로서는 그에게 잘 보일 이유가 없었다.
그자는 아마 그 때문에 일부러 나를 골려주려고 체육반장을 시킨 것 같았다. 당연히 김정일의 비준을 받은 것이기는 하지만, 나는 좀 난감하기도 하고 기분 나쁘기도 했다. 본래 체육과는 인연이 없는 내가 자주 빠지자, 그는 김정일에게 반장을 다른 사람으로 바꿔야겠다고 보고하면서, 슬며시 내가 체육관에 자주 결석하는 자유주의자라고 헐뜯었다. 그러자 김정일이 웃으면서 말했다는 것이었다. “황 비서는 생쌀을 먹으며 자시 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오. 내버려두시오. 당신이 그런다고 들을 사람이 아니오.”
그 얘기를 전해들은 나는 김정일이 내 생활습관을 잘 알고 있다는 걸 알았으나, 한편으로는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하여 기분이 오싹했다. 내가 말하지 않은 것들도 누군가의 보고로 김정일이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김정일이 오랜만에 나를 술자리에 불렀다. 한 창 연회가 무르익는데 김정일이 나더러 들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황 비서가 술을 한잔 쭉 마시는 걸 보면 죽어도 연한이 없겠소.” 그러자 동료들이 내 양쪽으로 달라붙어 강제로 술을 먹이려고 난리였다. 나는 입을 꼭 다물고 그들이 붓는 술을 절대로 입에 넣지 않았다.
그러자 술이 흘러 옷이 젖고 말았다. 동료들이 질려 물러가자 이번에는 김경희가 나섰다. 나는 그녀와의 관계도 있고 또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가 무안해하지 않게 하려고 조금 마시는 척했다. 그걸 본 김정일이 직접 나섰다. “ 모두 그만두시오. 내가 책임지고 마시게 할 테니.” 김정일은 자기 자리에 있는 술병을 들어 따라주면서 덧붙였다. “버티려면 끝까지 버텨야지. 경희가 먹인다고 드시면 됩니까.” 듣고 보니 그 말이 맞아 그가 따라준 술을 눈 딱 감고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술은 맹물이었다.
아마도 김정일은 술을 마시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가 있어서, 색깔만 술과 같이 낸 맹물을 마시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물로 간부들은 모르고 있었다. 술 파티는 김정일의 개인생활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곳에서는 놀랄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서방문화 라고 할 수 있는 일면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김정일은 철저한 독재자이고 봉건적인 사상의 소유자이다. 그의 사생활이 방탕한 것을 놓고 현대적 감각이 있다고 보는 것은 큰 잘못이다. 그의 자유분방함은 제왕들의 그것과 다름없었다.
언젠가 김정일은 나에게, 내 집사람이 진심으로 김경희를 돕듯이, 자기를 도와달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나를 도와주기로 약속하면서, 인텔리 출신인 나는 앞으로도 인텔리로 복무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그는 그래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김정일은 악수를 하고 나서 느닷없이 연형묵에게 “황 비서는 내일 출장 가도 오늘밤까지 일하고 비행기를 타도 귀를 막고 책을 본다는데, 당신은 그까짓 남북대화 준비 때문에 모든 사업을 전폐하고 며칠씩이나 초대소에 나가 도대체 뭘 하는 거요?”라며 빈정거리듯이 말하는 것이었다. 또 한 번은 선전부에서 부장 이상 간부들의 건강을 위해 매주 한차례씩 중앙당 체육관에 나가 체조도 하고 운동기구들도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해서 김정일의 결재를 받았다. 물론 당내만이 아니라 당외의 정치국 위원들인 총리나 부주석 등 행정계통 간부들도 대거 참가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선전부 부부장이 느닷없이 나에게 반장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김정일의 측근으로서 김정일이 담배만 빼들어도 재빨리 불을 붙여주는, 이를테면 눈치 빠르고 행동 역시 빠른, 파티의 실무 조직을 맡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간부들이 그에게 은근히 아첨 아닌 아첨을 하는 수가 많았다. 그는 정규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인데, 장발장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자베르 경감을 연상시키는, 위에는 무조건 복종하는 충직한 인물이었다. 김정일이 주선한 파티에 참석하는 데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던 나로서는 그에게 잘 보일 이유가 없었다.
그자는 아마 그 때문에 일부러 나를 골려주려고 체육반장을 시킨 것 같았다. 당연히 김정일의 비준을 받은 것이기는 하지만, 나는 좀 난감하기도 하고 기분 나쁘기도 했다. 본래 체육과는 인연이 없는 내가 자주 빠지자, 그는 김정일에게 반장을 다른 사람으로 바꿔야겠다고 보고하면서, 슬며시 내가 체육관에 자주 결석하는 자유주의자라고 헐뜯었다. 그러자 김정일이 웃으면서 말했다는 것이었다. “황 비서는 생쌀을 먹으며 자시 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오. 내버려두시오. 당신이 그런다고 들을 사람이 아니오.”
그 얘기를 전해들은 나는 김정일이 내 생활습관을 잘 알고 있다는 걸 알았으나, 한편으로는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하여 기분이 오싹했다. 내가 말하지 않은 것들도 누군가의 보고로 김정일이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김정일이 오랜만에 나를 술자리에 불렀다. 한 창 연회가 무르익는데 김정일이 나더러 들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황 비서가 술을 한잔 쭉 마시는 걸 보면 죽어도 연한이 없겠소.” 그러자 동료들이 내 양쪽으로 달라붙어 강제로 술을 먹이려고 난리였다. 나는 입을 꼭 다물고 그들이 붓는 술을 절대로 입에 넣지 않았다.
그러자 술이 흘러 옷이 젖고 말았다. 동료들이 질려 물러가자 이번에는 김경희가 나섰다. 나는 그녀와의 관계도 있고 또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가 무안해하지 않게 하려고 조금 마시는 척했다. 그걸 본 김정일이 직접 나섰다. “ 모두 그만두시오. 내가 책임지고 마시게 할 테니.” 김정일은 자기 자리에 있는 술병을 들어 따라주면서 덧붙였다. “버티려면 끝까지 버텨야지. 경희가 먹인다고 드시면 됩니까.” 듣고 보니 그 말이 맞아 그가 따라준 술을 눈 딱 감고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술은 맹물이었다.
아마도 김정일은 술을 마시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가 있어서, 색깔만 술과 같이 낸 맹물을 마시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물로 간부들은 모르고 있었다. 술 파티는 김정일의 개인생활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곳에서는 놀랄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서방문화 라고 할 수 있는 일면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김정일은 철저한 독재자이고 봉건적인 사상의 소유자이다. 그의 사생활이 방탕한 것을 놓고 현대적 감각이 있다고 보는 것은 큰 잘못이다. 그의 자유분방함은 제왕들의 그것과 다름없었다.
언젠가 김정일은 나에게, 내 집사람이 진심으로 김경희를 돕듯이, 자기를 도와달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나를 도와주기로 약속하면서, 인텔리 출신인 나는 앞으로도 인텔리로 복무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그는 그래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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