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통일문제와 국제관계(1)
  • 관리자
  • 2010-06-07 15: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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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통일문제와 국제관계
- 황장엽. 2001. 3. -


1. 북한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

북한은 외부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독재사회이다. 북한은 공산독재가 인간 생활을 어느 지경에까지 비인간화할 수 있는가 하는 극치를 보여주는 역사적 표본으로 된다. 온 나라가 문자 그대로 하나의 감옥으로 되고 있으며 수백만 근로자들이 무참히 굶어죽었다.

북한 내에서 우리의 힘만으로 이 독재를 반대하여 투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감한 우리는 남쪽 형제들의 지원에 기대를 걸고 남한으로 넘어왔다.

남한정세는 예상외로 복잡하였다. 소위 진보적이라고 하는 친북세력이 강하였으며 더구나 정권교체시기다 보니 남한 당국은 대북정책에 대하여 심사숙고할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 것 같이 보였다.

우리는 북한에 있을 때 북한이 너무도 폐쇄된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 실정을 잘 모르고 대북한 정책을 세우는 것 같이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선 남한으로 넘어가 북한 실정을 직접 알려줌으로써 대북정책수립에 도움을 주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남한에서 우리의 말은 잘 통하지 않았다.

정권이 교체되자 신 정권은 남북간에 존재하는 체제상의 대립을 초월하여 민족화해의 방법으로 남북문제를 해결하려는 입장에서 북한 실상을 알려주려는 우리의 목소리를 북한을 자극하여 민족화해에 손실을 끼치는 부정적 현상으로 평가하게 되었다. 이것은 북한의 민주화를 위하여 남한 동포들의 지원을 기대하였던 우리에게 있어서 심중한 타격으로 되었다.

민족 화해는 곧 민족의 통일을 의미하는 만큼 조선 사람으로서 민족화해를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서로 적대되는 두 체제의 대립을 초월하여 민족화해의 방법으로 민족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는 민족화해주의자들의 주장인 것이다. 남북간의 민족적 불화 때문에 남과 북에 상반되는 두 사회체제가 수립되었는가, 아니면 남과 북에 상반되는 두 사회체제가 수립됨으로써 남과 북의 불화와 대립이 발생하였는가를 따져보면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가 하는 것이 명백하다. 민족화해주의자들은 민족분열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민족분열의 결과만을 제거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화해주의자들과 우리들 사이의 근본적인 의견차이는 크게 두 가지 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첫째로, 남북간의 대립의 본질을 북의 수령절대주의 독재체제와 남의 민주주의 체제간의 모순으로 보는가, 안 보는가 하는 것이다.

민족화해주의자들은 냉전의 종식으로 체제간의 경쟁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로 끝났기 때문에 지금 체제간의 대립에 대하여 논의하는 것은 냉전 식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대착오라고 보고 있다. 그들은 오늘날 남북간의 통일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남북의 분단이 장기화되면서 축적된 불신과 오해가 기본으로 되어 있으며 여기에 외부세력의 간섭이 첨가되고 있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민족화해의 정신을 가지고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 강화해 나가면 남북의 통일이 자연스럽게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남측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적극 원조해주고 국제적으로 그 지위를 높여주기 위하여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는 달리 우리는 남북간의 체제의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북의 수령절대주의 독재체제와 남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간의 대립은 의연히 남북간의 기본 모순으로 되고 있는 만큼 이 양립할 수 없는 두 체제간의 모순의 해결을 도외시하고 남북의 통일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국민들을 기만하여 그들을 정신적으로 무장해제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남북간의 교류협력은 반드시 북한의 수령절대주의 독재체제에 대한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에서 진행하여야 하며 북한의 독재체제를 강화하고 남한의 민주주의 체제를 약화시키는데 작용하는 대북원조는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로, 남북간의 문제를 민족내부의 문제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국제적인 문제의 일환으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민족화해주의자들은 남북한 문제를 민족내부의 문제로 보면서 외부의 간섭이 없이 남북의 당사자들끼리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는 달리 우리는 남북의 분단은 처음부터 국제적 문제의 일환으로 제기되었으며 오늘도 남북간의 대립은 국제적 성격을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간의 문제는 반드시 국제적 문제의 일환으로서 동맹국과의 긴밀한 협조 밑에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주장하는 외세란 곧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것은 한국과 미국의 동맹을 파탄시키고 한국을 고립시켜 놓고 타승하려는 북한의 전략이다. 이러한 북한의 주장에 한국이 공감하는 것은 한국의 운명을 위태롭게 하는 그릇된 태도이다.

미국군의 참전을 떠나서는 6.25전쟁에서 북의 남침을 파탄시키고 한국의 자유와 독립을 수호할 수 없었을 것이며 미군의 한국주둔을 떠나서는 한반도의 평화도, 한국의 번영에 대해서도 생각 할 수 없다.

북한의 현 정권은 6.25전쟁 당시의 그 정권을 세습적으로 계승하였을 뿐 아니라 그때보다 훨씬 더 반 인민적인 독재정권으로 악화되었다. 이러한 북한 정권의 대남정책만이 달라질 수는 없다. 북한의 변화는 전술적 변화이지, 본질적 변화로 볼 수 없다.

오늘날에 와서도 북한은 중국과의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계속 강화하고 있으며 여기에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미국을 반대하는 공동전선을 이루고 있다. 이 나라들은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MD) 계획을 반대하고 이라크 폭격을 반대하는 등 미국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합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민족화해의 입장에서 북한과 손을 잡고 중국과 러시아에 기대를 거는 것은 결국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미국과의 동맹과 일본과의 공조를 약화시킴으로써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태롭게 만드는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일부 사람들은 남북한이 단독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국과 중국이 협정 이행을 보증서면 된다는 구상을 제기하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북한을 깊이 신뢰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도 자기편과 같이 믿고 있다는 것을 말하여 준다. 그러다 보니 민족화해주의자들은 때때로 자기들의 대북정책을 중국이 지지하여 주었다는 사실을 마치 자기들의 대북정책의 정당성에 대한 국제적 담보를 받은 것처럼 주장하기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민족화해주의자들이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에 대하는 태도와 북한 통치자들이 남한의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태도가 판이한데 대하여 심상치 않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족화해주의자들의 이러한 입장은 미국과의 동맹을 백방으로 강화하고 일본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 한국의 생명이라고 보는 우리의 입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우리는 미국의 일부 인사들과도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첫째로, 미국의 일부 인사들이 냉전의 종식을 계기로 민주주의에 적대되는 독재세력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이 생각된다는 것이다.

소련의 붕괴로서 냉전은 끝났으나 오랜 기간 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여온 소련식 사회주의독재의 뿌리가 완전히 제거된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개혁과 개방으로 나가고 있는 나라들도 사회주의 간판을 계속 내걸고 있으며 스탈린식 독재를 몇 배로 개악한 북한과 같은 기형적인 독재국가도 남아 있다.

러시아에서는 자본주의가 복귀되었지만 아직 공산당이 국회에서 제1당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회주의독재체제에서 특권을 누리던 사람들이 지금도 큰 세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러한 세력들이 푸틴 정권으로 하여금 중국과 북한에 접근하여 반미공동전선에 가담하도록 추동하고 있는 것이다.

또 국제 노동운동에 끼친 마르크스주의의 사상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적 독재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사이의 냉전이 끝났다고 하여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의 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사회주의적 독재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사이의 투쟁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의 투쟁의 한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제2차대전 당시에 민주주의를 반대하여 역사무대에 등장한 파시즘은 민족배타주의적인 독재였다. 민족배타주의에 기초한 파시즘 독재나 계급주의에 기초한 사회주의 독재가 패망하였다고 하여 독재 자체의 사회적 지반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독재는 폭력에 의거하고 있으며 폭력은 원래 동물세계에서의 생존경쟁의 수단이었던 만큼 비인간적이며 반사회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독재자들은 자기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특권을 반대하고 평등을 요구하는 민주주의를 폭력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역사발전에 역행한다.

이와는 달리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들에게 국가와 사회의 주인의 지위를 보장하고 주인으로서의 창조적 역할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함으로써 인류역사발전을 담보하는 진보적 원리로 된다.

독재는 낡고 퇴보적인 것을 대표하며 민주주의는 발전과 진보를 대표한다. 독재와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 독재를 반대하는 민주주의의 투쟁은 온갖 불평등이 없어지고 인류가 민주주의적 원칙에서 하나의 생활공동체로 결합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계급투쟁이론에 기초한 공산독재를 반대하는 냉전에서 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하여 주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미국은 인류의 진보와 발전을 대표하는 역사적 사명을 훌륭히 수행하였다. 미국은 이 역사적인 대 승리에서 자만자족할 것이 아니라 세계 역사 발전에서 차지하는 자기의 주도적인 지위와 역할을 자각하고 전 인류를 민주주의화 할 데 대한 세계전략을 내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인류역사발전을 대표하는 세계전략을 내세우지 못하고 그저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최강을 자랑하는 유일 초대강국이라는 면만을 강조하는데 머무르게 되었다.

러시아는 뒤떨어진 나라였으나 전 세계 노동계급의 해방과 민족해방, 인류해방을 실현한다는 국제주의적 구호를 내걸고 노동계급의 국제적 연대성을 강화해나감으로써 세계적인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비록 소련은 독재국가라는 본질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노동계급의 국제적 연대성을 강화하는 면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오늘 인류는 혼자만 부유하고 강하게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다 같이 잘 살고 다 같이 발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마땅히 이러한 인류의 염원에 맞는 세계전략을 내세우고 민주주의 나라들과의 동맹을 확대강화하고 독재국가들을 민주화하기 위한 국제적 공동투쟁을 힘있게 이끌어나가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원대하고 원칙적인 세계전략을 내세우지 못하고 투쟁의 목적도, 투쟁의 대상도 애매모호한 포용정책에 매달려 비타협적으로 싸워야 할 대상과도 싸우지 않고 일시적인 이해타산에 따라 어물어물 원칙없이 대하다 보니 일부 독재세력들이 활기를 띠고 국제무대에 급부상하여 미국의 지도적 역할에 도전하여 나서는가 하면 동맹국들은 공동의 투쟁대상이 무엇인가를 똑똑히 가리지 못하는 데로부터 미국과의 동맹에서 떨어져나가는 현상까지 발로시키고 있다.

만일 미국이 전 인류를 민주화할데 대한 세계전략을 내세우고 민주주의 나라들 사이의 동맹관계를 동일한 이념을 가지고 공고발전시켜 왔다면 오늘날 국가미사일방위계획이나 이라크 폭격과 관련하여 동맹국가들 안에서 딴 목소리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독재는 폭력이며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하여야 한다. 세계평화와 세계민주화를 주도하는 미국은 무력에서도 압도적으로 우세하여야 한다. 압도적으로 우세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우세할 때에는 독재국가들이 군비경쟁을 하며 미국의 지도에 도전해 나서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다시 냉전상태로 되돌아 갈 수 있으며 세계평화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러므로 세계평화를 확고하게 지키고 세계민주화 사업의 승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무력이 압도적으로 강하여 독재국가들이 미국과 경쟁하려는 생각 자체를 가지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지금은 가장 비인간적인 독재국가인 북한까지도 몇 개 안 되는 핵무기를 가졌다고 하여 미국에 도전하고 있는 형편이다.

세계평화와 민주화를 사상적으로 지지하는 미국의 동맹국들은 무조건 미국의 MD 계획을 지지해야 하며 독재국가인 이라크를 징벌하는 폭격을 무조건 찬성하여 독재를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자기의 입장을 뚜렷이 밝혀야 할 것이다.

세계평화와 민주화를 위하여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며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건을 갖추는 것은 지배주의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다. 평화는 확고하게 보장될 수록 좋고 민주화는 확대 강화될 수록 좋은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자기가 차지하고 있는 특수한 지위와 역할에 상응한 세계전략을 내세우지 못하고 의연히 국가주의의 테두리에 머무르고 있는데 대하여 찬성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로, 우리가 미국의 일부 인사들과 견해를 달리하는 것은 미국이 독재와 인권유린을 반대하는데서 경제적 수단과 군사적 수단을 이용하는데는 중요한 의의를 부여하지만 독재국가들을 정치사상적으로 굴복시키고 내부적으로 와해시켜 민주화하는데 대해서는 응당한 관심을 돌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독재는 폭력적 강제와 사상적 기만에 의거하고 있다. 인간은 정신을 가진 존재인 만큼 정신작용에 의하여 목적의식적으로 행동한다. 인간의 정신상태가 인간의 행동을 규정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정신상태가 바로 인간의 사상상태인 것이다. 인간의 삶의 요구와 이해관계에 관한 체계화된 지식이 사람들의 사상상태를 규정한다. 사람들이 독재자들에 의하여 사상적으로 기만당하면 독재자들을 따라가게 되지만 민주주의적으로 각성되게 되면 인권을 옹호하고 독재를 반대하여 투쟁하게 된다.

정치사상적으로 독재국가들을 민주화하는 사업은 경제적 수단이나 군사적 수단에 의거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독재국가 안에 독재를 허물어뜨리고 사회를 민주화 할 수 있는 주체적 역량을 꾸려주기 때문에 독재를 제거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한다. 정치사상적 방법으로 독재를 붕괴시키고 민주화가 실현되면 새로 탄생한 국가는 자립적인 사상적 기초를 가진 민주국가로 될 수 있으며 민주화를 도와준 미국을 사상적으로 지지하는 미국의 충실한 동맹자로 될 수 있다.

독재국가들을 사상적으로 와해시키는 사업은 반드시 민주주의 국가들의 긴밀한 국제적 협조 밑에 진행되어야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사상적 협조는 민주주의 나라들의 사상적인 뉴대를 강화하고 세계적 범위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사업을 빨리 촉진시킬 수 있다. 미국이 이 사업을 주도할 때 미국의 정치도덕적 권위가 허물 수 없게 비상히 높아질 것이며 미국주도하에 세계를 민주화하는 역사적 위업이 승리적으로 완수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독재자들은 의식수준이 낮고 무지하며 생활수준도 낮은 층에 의거하려고 하며 독재에 대한 비판적 안목이 있고 자유를 좋아하는 지식층을 경원시 한다. 그러므로 독재국가들을 사상적으로 와해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식계층을 먼저 각성시켜야 하며 낡은 사상에 오염되지 않고 순결한 양심을 지니고 진리를 추구하는 새세대 청년학생들을 상대로 사상교육사업을 벌이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을 군사적으로 붕괴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북한 자체가 군사적으로 준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중국과 긴밀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남침을 저지시키기 위해 군사력을 이용하는 것은 필요하여도 북한의 독재정권 자체를 군사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합리적이 못된다. 또 경제적으로 끌어당기는 사업을 잘 못하는 경우에는 북한의 경제력을 강화하여 북한 독재체제를 강화해 주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을 내부적으로 사상적으로 와해시키는 사업을 미국이 도와주고 주도하여 진행하는 경우에는 국제적인 반영도 좋고 예상외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 미국이 북한 문제를 위하여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기울이고 있는 노력의 10분의 1의 노력만이라도 사상적 와해사업에 돌린다면 그 효과는 지대할 것이라고 본다.

우리 민족 앞에는 두 가지 큰 과업이 제기되고 있다. 그 하나는 남침을 막고 평화를 보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에 기초하여 남북의 통일을 평화적으로 이룩하는 것이다.

남침을 막고 평화를 보장하는데서 미국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자들은 침략자의 편에 선 사람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므로 주한 미군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미국과의 동맹을 백방으로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남북의 통일을 민주주의에 기초하여 실현하기 위하여서는 미국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일부 한국 사람들 가운데는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하여 기대를 걸고 친해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만 옳지 않다. 한국이 중국과 친하는데서 북한과 경쟁하려는 것은 터무니없는 망상이다. 한국은 이러한 망상과 단호히 결별하고 오직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민주주의에 기초한 일본과도 동맹관계를 맺고 긴밀히 협조해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이보다 더 현명한 전략적 방침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원칙적 방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북한 통치자들의 이간책동과 일부 민족주의자들의 말을 듣고 미국과 일본에 대한 친선을 약화시키는 행동을 하는 것은 참다운 민족적 이익도 국제적 연대성의 필요성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조선 문제는 미국의 주도적 역할이 없이는 원만히 해결할 수 없으며 미국의 지원에 의거하여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하여 해결될 때에만 조선인민의 이익과 세계인민의 공동의 이익에 맞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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