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수기] 남과 북의 전사자들을 보며 - 림일
  • 관리자
  • 2010-06-07 15: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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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 온 국민의 슬픔 속에 거행된 조국 대한의 아들들인 46용사들의 영결식을 TV생중계로 지켜보았다. 대통령이 전사자들의 영정 앞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훈장을 수여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울컥 나왔다.

천안함 전사자 46인의 용사들은 훈장을 받을 만한 충분한 공적을 쌓은 분들이고 그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하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작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대전 국립 현충원으로 향하는 영정과 유가족들을 태운 자동차들을 에스코트 하는 모터사이클의 장엄한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 뿌듯함을 느꼈다.

정말 민주국가에서나 있는 감동적인 그림이 아닐까?

내가 태어나 살았던 평양에서도 군인들의 희생이 적지 않게 있었다. 지난 1993년 3월 평양시 낙랑구역 통일거리 건설현장에서 있었던 아파트붕괴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인민군 한 개 여단이 맡은 25층 아파트 마무리골조조립 공사에서 생긴 사고인데 추운 겨울에도 강행했던 탓에 따뜻한 봄철의 날씨로 25층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희세의 끔찍한 그 사건에서 500~600명의 군인들이 전몰되었다.

당시 평양시내의 모든 앰뷸런스가 출동했던 그 사건, 물론 당국의 공식적인 해명도 없었고 훗날 쉬쉬 돌았던 소문은 그냥 건설기일을 맞추느라 부실공사를 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조선인민군협주단 창작가들과 배우들이 입주할 예정이었던 사고 아파트는 수년 뒤 재건축되어 조선인민군 4·25예술영화촬영소 직원들과 배우들이 입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 절반 가까이가 모두 공사장에 차출되는 북한에서는 대형사고가 너무나 많다. 그것은 변변한 장비가 없는데도 이유가 있지만 큰 문제는 바로 당에서 지정해주는 날짜에 공사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부실공사를 한다.

설령 부실공사라도 기일을 맞추어 완공해서 선물과 훈장을 타는 것이 기일을 맞추지 못해 철직이나 강등되는 것 보다 훨씬 낫다고 판단한 공사 지휘간부들의 잘못된 의식에서 나오는 만성적인 병이 심각한 수준이다.

비록 건설장에서 순직했어도 엄연한 군인들이다. 일국의 군인이라면 나라와 국민을 지키고자 손에 총을 들고 국가 앞에 선서를 했던 그들이다.

사고가 나면 부모들과 가족에게 차려지는 것은 ‘전사자 증서’ 한 장이 고작이다. 최전방에서 훈련 중에 전사한 군인의 경우 훈장과 군공메달이 나오고 연금이나 자녀들의 학자금 우대와 같은 것은 별로 없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국가의 모든 것이 부족한 1990년 중후반에 생겨난 풍조이다. 그들의 시신은 어디에 안장될까? 우리의 현충원격인 북한의 1국립묘지인 대성산혁명열사릉에 안장될까? 천만에! 거기는 김정일과 안면이 있는 사람만이 가는 곳이며 최소한 인민무력부장(남한의 국방장관)이나 군단사령관 정도 계급(대장)이 되어야 갈 수 있다.

2국립묘지인 평양시 형제산 구역에 있는 신미리애국열사릉에 안장될까?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거기도 나라와 인민에게 보다는 당과 수령께 충직한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최소한 화재현장에서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나 동상을 구하고 희생된 사람만 들어 갈 수 있는 곳이다.

평양에 살면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일이 전사한 군인들의 영전에 헌화를 하고 묵념을 했다는 소식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남과 북의 군 최고통수권자가 이렇게 다르다.

2010년 5월 10일 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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