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수기] [교화소 이야기] 인권 참상에 대한 어떠한 벌 가해도 용서받지 못할 것 - 이 준 하 -
  • 북민위
  • 2023-08-01 04: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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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류장에 돌아온 후에도 어머니와 친척들이 들여보내는 음식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구류장에 있는 죄인에게 음식을 넣어주려면 계호원들에게 담배 한 보루씩 쥐어줘야 했는데 어머니 형편에서는 그런 고급 담배를 장만할 돈이 없었던 것이다.  
계호원들은 담배나 술을 바치는 사람들의 음식만 전달해주고 나머지는 자기들이 먹어치우거나 떡봉이에게 줬다. 그러다 보니 권세 있는 사람들은 구류장에서도 집에서 해오는 밥을 먹었지만 나 같은 평백성들은 늘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치사하게 음식으로 농간질하는 감옥은 이 세상 천지에 조선(북한)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중심의 사회라고 말로만 떠들 뿐 구류장 간부들이 벌이는 짐승 같은 수작은 정말 치 떨리는 것들이다.
철민이라는 21살짜리 계호원은 자기 기분이 안 좋을 때면 죄인들에게 입을 벌리게 해서 거기에 가래침을 뱉기도 했다.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자 분노한 죄인들이 재판을 받을 때 예심원에게 항의하여 침 뱉는 일은 사라졌지만 그만큼 몽둥이질이 더 늘었다.
내가 구류장에 있을 때 계호 책임자는 3호 감방에 있던 32살의 여성을 강간하기도 했다. 게다가 사실을 발설하면 평생 교화소에서 썩게 하겠다고 협박하여 한 여성의 인격을 악질적으로 파괴했다. 먹고 살기 바빠서 돈을 벌기 위해 중국에 갔다가 붙잡혀 온 이 여성은 훗날 이 사건이 남편에게 알려져 이혼을 당하고 종적을 감추었다고 한다.
구류장에서 벌어지는 간부들의 악행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짐작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계호원 성혁이는 감방에서 악취가 난다며 세면장의 얼음물을 퍼다가 감방 안에 쏟아 붓기도 했다. 그래서 난방도 안 되는 한겨울에 하루 종일 사시나무 떨듯 떨어야 했다.
또한 죄인 한 명이 잘못을 하면 감방 전체 죄인들에게 벌을 주는 것도 대표적인 악행 중 하나다.
계호원들은 툭하면 죄인들을 철창에 매달리게 했는데, 철창에서 떨어지는 죄인들에게는 몽둥이질을 가했다. 12명이 사람 위에 사람이 매달리는 식으로 엉겨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킬킬거리는 그 인간들의 누런 이를 볼 때면 승냥이가 떠올랐다.
구류장 변기에서는 항상 악취가 났다. 변기 아래에 있는 수로는 계호원들이 사용하는 세면장의 물탱크에서 물을 틀어야만 물이 흐를 수 있었는데, 계호원들은 귀찮다는 이유로 하루에 한 번밖에 물을 틀지 않았고 죄인들이 대변보는 것도 싫어했다.
그래서 계호원들에게 보고하지 않고 몰래 대변을 보다가 매를 맞는 사람, 변비 때문에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구류장 감방 안에는 변기 위로 조그만 공기창이 있었는데, 가끔 사람들이 공기창에 매달려 한 사람이 세 모금 빨면 밑에서 망을 보던 사람이 세 모금 빠는 식으로 12명이 번갈아 가며 몰래 담배를 피웠다.
담배는 계호원들이 난로 옆에서 담배를 피다가 버린 꽁초를 주워서 피웠다. 그 방법 또한 절묘했다. 나는 담요에 있는 실을 뽑아 아주 얇게 꼬아서 길이가 5m 정도 되는 끈을 만들었다.
여기에 어머니가 만들어 준 버선을 벗어서 한쪽 끝을 끈과 연결해 좁은 배식구 구멍으로 팔을 뻗어 난로 옆으로 던지면 된다. 그때 다른 사람들은 계호원이 감방 철문 안으로 들어오는지 안 오는지를 감시했다.
그렇게 버선을 던져서 끈을 잡아당기면 담배꽁초까지 끌려왔다. 이 방법을 옆 감방 사람들이 보고 따라 배우기 시작했다. 감방마다 양말, 버선 등이 동원되어 경쟁적으로 난로 옆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획득하기 위한 전투가 벌어졌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 결국 6호 감방 사람들이 담배꽁초 낚시질을 하다가 계호원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날 밤 6호 감방 사람들은 바닥에 땀이 흥건하도록 벌을 받고 녹초가 되도록 얻어맞았다.
조선 구류장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 참상을 세상에 고발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계호원들은 가족들이 보내준 음식들을 난로 옆에 모아 두었다가 발로 툭툭 차서 철창 배식구 앞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배식시간에 그 음식들을 국통에 모두 쏟아 넣고 국자로 휘휘 저어서 돼지 사료처럼 만들어서 죄인들에게 주었다. 아마 자기들 집에서 개를 키운다면 개한테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계호원들은 기분이 안 좋을 때면 배식구로 국그릇을 내미는 사람의 얼굴에 뜨거운 국을 쏟아 부어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죄인들을 때리는 참나무 몽둥이에 못을 박아 사람을 반주검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이들의 만행은 인간이 알고 있는 어떠한 징벌을 가해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지난 일이지만 재판과정에서 변호사라는 사람은 “나이가 어리니 형기를 감하여 줄 것을 건의합니다.”라는 단 한 마디만 남겼다. 그래도 나는 기뻤다. 구류장의 간부들은 내가 최소 교화 10년은 받을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 판사가 7년을 선고하자 나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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