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수기] 죄숟· 인간이다 (2). 김철
  • 북민위
  • 2023-09-05 13: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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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수기]      죄수도 인간이다  (2-2)      -김 철-

어느덧 가을이 지나고 초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나뭇잎은 다 떨어져 앙상한 대만 남겨 놓았다.
저축한 강낭이는 250kg 정도 되었고 그녀의 돈 빚으로 300kg이나마 되는 강낭이가 나갔다.

그 강낭이로 빚을 물어줄 때마다 나는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왜 내가 남의 빚을 물기 위해 땀을 철철 흘리며 도적질을 해야 하는가? 하지만 나는 그녀를 진정으로 믿었기에 진정으로 도와주며 그녀가 남편 만날 때까지 굶지 않게 빚에 시달리지 않게 하고 싶었다.
캄캄한 그녀의 앞을 밝혀주고 싶었다.

그러던 초겨울 어느날 그녀와 나는 중국에 넘어가게 되었다.
단지 돈을 좀 얻기 위해서였다.
그녀와 나는 무사히 넘어왔다.
그 후 그녀는 한 군관을 사귀었다.

나는 중국을 자주 다니다가 잡히기도 하며 소문이 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남편이 나에게 하루벌이라도 하며 살자고 했다.
하루벌이를 하기 전에는 집에 들어오지 말자고 했다.
너무나 어색하고 뻔한 말이었다.
결국은 나를 집에서 내쫓으려고 했다.

사회적 현실에 익숙하지 못한 나인지라 나는 순순히 그의 집을 나섰다.
당신들이 없다고 내가 살지 못하겠는가.
그때 첫눈이 퐁퐁 내려다.
나는 첫눈을 밟으며 수옥의 집을 나섰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희망이 있었다.

그녀는 내가 들여 좋은 낟알을 자신들의 것으로 완전히 만들고 입을 하나 덜면 그만큼 몇 일을 더 살 수 있기 때문에서였다.
결국 자신들의 목숨을 더 연장하기 위해 나의 생명을 끊어 버리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쉽게 넘어질 내가 아니었다.

10살 때부터 깨기 시작하여 고생을 겪어온 내가 아무도 모르는 땅 풀도 없이 눈만 내리는 계절의 풍파 속에서 쓰러질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희망이었다.
너희들이 강낭이 죽을 쑤어 먹을 때 나는 이밥을 먹으며 너희들의 낯을 뜨겁게 만들리라.

나는 그 후부터 (강타기) 비법월경을 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들은 놀랍게 발전하는 나의 모습에 인기를 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저주스럽게 보며 대상하지 않았다.

그러던 1999년 3월 어느날 오후 나는 한 아저씨 집에서 나무를 패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마음의 불안이 갈마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항상 잡힐까 염려되는 불안감이 있기는 했지만 그날만큼 새삼스럽게 느끼긴 처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몇분 안지나 보위부 소장과 지도원 130호 요원들이 나타났다. 나는 끝내 잡히고야 말았다.
나는 수쇠에 묶이운 채 거리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보위부에 갇혔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폭력에 시달렸다.
채찍과 부삽으로 마구 때리니 꼭 미친놈들 같았다.
함께 온 두 명의 중국인을 자백하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미 넘어간 뒤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입술이 터지고 코피가 터져 얼굴은 온통 피 범벅이 되었고 허리와 종아리 등 할 것 없이 퍼렇게 멍이 졌고 밤이면 눕기가 힘들었다.
상처 자국들이 아파서 몸을 바닥에 댈 수가 없을 정도였다.
나무 각자를 들고 어깨며 허리, 종아리를 사정없이 내려치니 몹시 참기가 힘들었고 저녁이면 너무나도 폭행해 변해버린 몸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과연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하는 것이 제일 궁금했다.

거의 99%추측이 그녀인 것이었다.
내가 중국인과 함께 온 것도 그녀 외 누구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녀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람을 함부로 의심하는 것 같아 두고 보기로 했다. 그러던 3월23일 아침, 뜻밖에 그녀가 보위부에 나타났다.
보위부 소장은 그녀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진술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나는 보위부 소장이 주는 나의 진술서를 보던 도중 그녀의 자백서를 보았다.
거기에는 자수 및 고소하는 글이 적혀있고 고소된 자의 이름은 내 이름으로 큼직하게 찍혀 있었다. 그 글을 보면서도 잘 믿어지지 않았다.
그 다음날 나는 온성군 안전부로 이관되었다.
아직도 보위부 소장이 그녀에게 욕한 말이 생각난다.
그때 보위부 소장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때만큼 여자에 대한 실망이 커본 적은 없었다.
그때 나는 무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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