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인민군 당 강습소 이야기
  • 임영선
  • 2012-05-16 17: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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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7세에 인민군에 입대해 8년간의 병사, 하사관을 거쳐 5년동안 인민군 군관으로 군무했다.

1990년 인민군 소대장급 당 강습을 받기 위해 평안도 어디엔가 있는 부대 당강습소로 갔다.  현역 군인과 군무자가  근  3만여명인 부대라 소대장도 꽤 많았다. 북부지구, 중부지구, 남부지구로 나누어 소대장들에게 정치 교육을 하는데 신기하고 꽤 좋았다.

큼직한 쟁반에 수십가지 반찬을 자금자금한 번짝반짝 빛나는 놋 그릇에 따로따로 담아 진수성찬을 차례주는데 너무 활홀해 기가 막힐 정도였다.  남한에 와서야 알았지만 전통 '개성양반'식 음식이다.

처음으로 두루마리 화장지도 사용해 보았다.

10일동안  후한 대접을 받고 보니 모두들 살이 쪄서 둥굴둥굴해 졌다.  인민군 총정치국 간부부에서 대좌급 간부가 내려오고 부대 정치부부장이 회의를 지도하는데 절반은 정치사상과 국제관계 문제이고 절반은 사상비판 이다.

총정치국 높은데서 내려 온 간부는 우리들이 입에 올릴수도 없고 상상할수도 없는 말을 탕탕하는데 너무나도 신기하고 존경스러웠다.

대표적인 발언이 "조국해방전쟁? 우리가 먼저 남조선 아새끼들 쳤고 또 쳐야 한다. 우리가 실패한 남조선혁명을 완성하기 위해 좀 쉬는것 뿐이다. 우리가 바보가? 허리띠 졸라매고 군사력을 이만큼 키웠다. 남조선 군대는 얼마든이 밀어낼수 있는데 미군이 문제거던. 미군을 잘 못 건드리면 큰일 난단 말이야.  우리 쪼꼬만 나라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준비하는데 핵폭탄, 화학무기, 미싸일 없인 락동강까지 먹었다가 압록강까지 밀린것 반복된다."  우리가 그런 말을 하면 아주 그냥 반동도 대단한 반동으로 처벌 밭는다.

또 얼마전 김일성주석이 문란한 인민군대의 행태를 지적하다가 '인민군대가 계속 이렇게 인민을 약탈하면 <인민>이란 단어를 떼어버리고 그냥 <군대>라고 하자, 그래도 계속 물란하면 아예 인민군대를 해산해버리자라고 했다면서 소대장 너희놈들이 전부 군율을 물란시킨다고 야단을 치는데 무섭기 보다는 모두들 키득키득 웃기만 했다.  악의 없는 질책이었다.   

어느부대 멍청한 소대장이 비판무대에 올라왔는데 죄명은 <2중 약혼>이란다. 정치부장이 " 인민군 소대장이 품위없이 왜 2중 약혼식을 했냐"고 따지자  한다는 소리가 "약혼식을 한 날 쳐녀와 첫날밤  잤는데 몸에 때가 있어 싫었다"고 답하자  폭소가 터졌다. (북한의 일부지역은 약혼식을 하면 처녀총각 함께 재운다) 배를 끓어 안고 웃던 정치부장도 "에라이-  휴식이다"하고 나가버렸다. 그때부터 그 소대장에게 <때>라는 별명이 붙었다.

인민군 소대장은 21살부터 기껏해야 20대 중 후반이라 간부들도 아들벌, 손자벌 같은 군관들의 잘 못을 처벌 보다는 으름장이나 웃음으로  넘어간다.

저녘이면  멋진 개인 침대들이 있는 침실에서  잠을 자는데 젊은 소대장들이라 가만 있지를 않는다. 남한처럼 편의점이 없기 때문에 부대 병사들을 시켜 술통과 고기 안주를 담 너머 들어 온다.

침실마다 술판이다. 한쪽에서는 카드 놀이에 정신이 없다.  침실을 돌아보던 정치부장도 혀를 차며 "이놈들 고만 마시고 자라-" 한마디 하면 붙임성 좋은 소대장이 막무가내로 술 3잔을 마시게 한다.  김일성주석이 인민군대 술마시지 말라고 한해에도 몇차례식 교시하지만  그때 뿐이다.

10일간 학습총회를 하는데 태어나서 지금까지 20년 넘게 부른 <김일성장군의 노래>를 첫줄 가 사도 제대로 모른다.  하도 신기해서 정치부장이 가사 한줄씩 알려주는데도 제대로 따라 부르지 못하는 천하의 음치도 있다.

강습기간 군인 상호간 어길때는 꼭 경례를 해야하고 특히 상급과 어길때는 무조건 경례를 해야 하는 군율이 있으나 너무나도 지키지 않아 '경례하기 운동'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한의 국군은 의무적인 군율에 의한 군대인 반면 북한 인민군은  명령보다는 군인들 상호 정으로 유지되는 군대이다. 일반 병사들도 10년씩 군사복무를 해야하기 때문인 것 같다.

독립소대를 맏고 있으면서도 하사관들과 병사들에게 언제 군대 다운 명령을 내린 기억이 없다.  그냥 동생들 같았고 병사, 하사관들 역시 나를 형처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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