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조문펀치'와 남북관계의 이니셔티브
- 안찬일
- 2011-12-25 17:14:50
- 조회수 : 1,753
17년 전 김일성 사망 때의 남남갈등, 즉 '조문파동'이 또 다시 재연될 움직임이다. 이명박 정부의 신속하고 유연한 민간조문단 파견조치에도 불구하고 여러 정치 및 민간세력이 평양구경을 목적으로 조문파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북한이 응수해 연일 '조문펀치'를 날리고 있다.
특히 북한은 우리 정부에 '야만'이라는 격한 용어까지 동원해가며 맹비난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당국 자신도 응당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며 정권 차원의 조문까지 요구해 나서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남측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남북관계가 풀릴 수도 있고 완전히 끝장날 수도 있다"며 협박까지 해대고 있다.
북한의 욕심은 조문을 원하는 남측 인사들과 단체들의 방북을 모두 허용하고 우리 정부까지 이에 동참하라는 뜻이다. 이야말로 "조문 밥상은 저들이 차려먹고 상조비는 남쪽에서 대라는 식"이다. 상을 치를 외화조차 부족한 북한이 조문도 받고 봉투도 받겠다는 뜻은 그들 말대로 '인격'을 드러내는 후안무치가 아닐까.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김정일의 사망이 뭐 대단해서 조문단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과연 북한이 이 마당에 '인격'을 논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남에서 북으로 조문가겠다는 사람들이나 북에서 그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자 모두 지난 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우리 국민들과 장병들 50여 명 이상이 사망했을 때 조문은커녕 그 도발의 진위를 외면한 인격 파탄자들이다.
김정일 한 사람의 사망에는 온통 천지가 무너진 것처럼 난리를 치는 사람들이 왜 보통사람들의 장렬한 죽음 앞에서는 등을 돌렸는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누가 평양행 비행기를 타고 싶어 하는가. '민화협'에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기에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박선아(22)씨까지 나서 조문파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선아 씨의 경우 '북한에 조의를 표하고 서울대 안에 분향소를 설치하자"는 내용의 대자보를 학내에 붙였다.
이들의 주장대로 김정일의 사망에 애도를 표시하고 그것을 시작으로 남북관계가 새로운 화해협력의 길에 들어설 수만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남북관계는 이미 '조문펀치' 하나로 해결될 만큼 단순한 관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이번 기회에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북한 당국은 김정일 사망 이후의 매뉴얼까지 마련해 놓은 것에 반해 우리는 조문파동 앞에서도 사회가 요동치는 나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북한과 비교할 때 경제발전 면에서 30여 년 이상 앞서 있는 등 사실상 북한과 상대가 안 되는 나라다. 그런데 왜 북한의 취약한 대남전략 앞에서 쩔쩔 매고 있는가. 대북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대북정보역량과 행동에서 이니셔티브를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북정보는 국정원이 주도권을 행사하되 대북정책은 통일부가 장악하는 기본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북한의 경우 노동당 기구인 조평통이 대남정책을 주관하는 반면 우리는 국정원과 통일부가 공동 관리하는 대북정책을 구사함으로써 엄청난 엘리트 집단이 소모적인 각개분산에 직면하고 있다. 대북정책의 최고사령관은 당연히 청와대 즉 대통령이다. 대통령 주변에 북한을 잘 읽는 참모부를 다시 구성하고 그 정책이 일관되게 집행되도록 재구조화해야 한다.
북이 우왕좌왕할 때 대북정책의 전열을 가다듬고 새로운 평양 정권 출현 전에 새로운 뉴 매뉴얼을 만들어 적극 대비한다면 우리는 빠른 시일에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란 커다란 역사적 사변을 우리 역량으로 주도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포클레인 앞에서 삽질하지 못하도록 이번 기회에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어야 할 것이다.
안찬일 논설위원<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특히 북한은 우리 정부에 '야만'이라는 격한 용어까지 동원해가며 맹비난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당국 자신도 응당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며 정권 차원의 조문까지 요구해 나서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남측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남북관계가 풀릴 수도 있고 완전히 끝장날 수도 있다"며 협박까지 해대고 있다.
북한의 욕심은 조문을 원하는 남측 인사들과 단체들의 방북을 모두 허용하고 우리 정부까지 이에 동참하라는 뜻이다. 이야말로 "조문 밥상은 저들이 차려먹고 상조비는 남쪽에서 대라는 식"이다. 상을 치를 외화조차 부족한 북한이 조문도 받고 봉투도 받겠다는 뜻은 그들 말대로 '인격'을 드러내는 후안무치가 아닐까.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김정일의 사망이 뭐 대단해서 조문단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과연 북한이 이 마당에 '인격'을 논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남에서 북으로 조문가겠다는 사람들이나 북에서 그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자 모두 지난 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우리 국민들과 장병들 50여 명 이상이 사망했을 때 조문은커녕 그 도발의 진위를 외면한 인격 파탄자들이다.
김정일 한 사람의 사망에는 온통 천지가 무너진 것처럼 난리를 치는 사람들이 왜 보통사람들의 장렬한 죽음 앞에서는 등을 돌렸는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누가 평양행 비행기를 타고 싶어 하는가. '민화협'에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기에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박선아(22)씨까지 나서 조문파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선아 씨의 경우 '북한에 조의를 표하고 서울대 안에 분향소를 설치하자"는 내용의 대자보를 학내에 붙였다.
이들의 주장대로 김정일의 사망에 애도를 표시하고 그것을 시작으로 남북관계가 새로운 화해협력의 길에 들어설 수만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남북관계는 이미 '조문펀치' 하나로 해결될 만큼 단순한 관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이번 기회에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북한 당국은 김정일 사망 이후의 매뉴얼까지 마련해 놓은 것에 반해 우리는 조문파동 앞에서도 사회가 요동치는 나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북한과 비교할 때 경제발전 면에서 30여 년 이상 앞서 있는 등 사실상 북한과 상대가 안 되는 나라다. 그런데 왜 북한의 취약한 대남전략 앞에서 쩔쩔 매고 있는가. 대북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대북정보역량과 행동에서 이니셔티브를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북정보는 국정원이 주도권을 행사하되 대북정책은 통일부가 장악하는 기본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북한의 경우 노동당 기구인 조평통이 대남정책을 주관하는 반면 우리는 국정원과 통일부가 공동 관리하는 대북정책을 구사함으로써 엄청난 엘리트 집단이 소모적인 각개분산에 직면하고 있다. 대북정책의 최고사령관은 당연히 청와대 즉 대통령이다. 대통령 주변에 북한을 잘 읽는 참모부를 다시 구성하고 그 정책이 일관되게 집행되도록 재구조화해야 한다.
북이 우왕좌왕할 때 대북정책의 전열을 가다듬고 새로운 평양 정권 출현 전에 새로운 뉴 매뉴얼을 만들어 적극 대비한다면 우리는 빠른 시일에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란 커다란 역사적 사변을 우리 역량으로 주도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포클레인 앞에서 삽질하지 못하도록 이번 기회에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어야 할 것이다.
안찬일 논설위원<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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