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 안찬일
  • 2012-03-10 05:36:29
  • 조회수 : 1,408

“강제북송은 귀축 같은 만행”

탈북 1호 박사가 김정은에 보내는 충고

안찬일2012.03.09 14:27:50

"닭을 죽여 원숭이를 놀라게 하다"
김정은 부위원장 당신은 이 말을 신조로 삼은 듯 지금 중국으로 탈출한 탈북자들을 잡아다 죽이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이와 같은 귀축 같은 만행이 어떤 전략의 소산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4월 당신은 장성택 등과 집권전략을 구상하면서 부분적인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고 그 일환으로 탈북자 방지책을 고안하였습니다. 현재와 같은 북한의 악조건에서 문만 열면 인구의 3분의 1 즉 800만 명 이상이 탈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공화국은 그날로 문 닫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래서는 안 됩니다.
당신은 두 선대의 인권탄압의 피바다 위에서 정권을 물려받았습니다. 당신마저 인권탄압을 통치수단으로 삼으려 든다면 북한 인민들은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입니다. 탈북자들이 누구입니까. 당신은 유럽에서 공부해 컴퓨터도 잘 알고 서양문물도 좀 알겠지만 국제법에 대해서는 파악할 시간이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국제난민협약, 탈출자 강제북송 ‘인권탄압’ 규정

저는 정치학자이지만 국제법은 대학 학부 때부터 좀 공부했습니다. 유엔이 정한 국제난민협약은 자발적인 탈출자에 대해 강제북송하는 것을 인권탄압이라고 제33조에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왜 인민들이 중국으로 건너갔습니까. 지난 1980년대까지 북한을 탈출하는 인민들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왜 오늘은 줄을 서 국경을 넘고 있느냐 말입니다.

그들은 소박한 사람들입니다. 단지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해 혹은 병들어 누운 부모님의 약을 구하기 위해 인민들은 사무치는 압록강, 두만강을 건넜습니다. 그들을 잡아다 가두고 죽인들 당신의 체제가 더욱 견고해지리라 여긴다면 이 또한 오산입니다. 자유의 햇볕을 쪼인 그들은 더 이상 당신의 '충성분자'가 아닙니다.

저는 휴전선을 넘은 탈북자이지만 국경을 넘는 그 엑서더스의 긴 행렬에 나의 핏줄이 함께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제대로 잠 못 이루고 있습니다. 제가 휴전선을 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한 두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경탈출을 감행하는 탈북자들의 경우 몇 개월, 혹은 몇 년의 '죽음의 터널'을 지나야 자유의 땅으로 올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목숨과 바꿀 총이 들려있었고, 국경 탈북자들에게는 쥐약이 들려 있다는 차이만 있습니다.

저는 자유대한에서 공부하여 박사학위까지 받아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이 나라 정통 보수를 대표하는 신당 '국민생각'의 최고위원에까지 올랐습니다. 굳이 지위로 보자면 나는 당신과 꼭 같습니다. 당신은 노동당의 5인 정치국 상무위원이고 나는 국민생각의 5인 최고위원입니다. 나는 2만 3,000여 탈북자들의 염원과 원성을 담아 당신에게 호소합니다. 탈북자 북송을 무조건 중단하십시오. 그렇게 인민들을 죽여 무덤위에 개방의 꽃을 피운들 그 꽃을 누가 꺾겠습니까. 세계의 양심이 지금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인류의 디아스포라 그 오랜 역사를 살펴보아도 오늘날 대량 탈북사태처럼 심각한 삶의 역정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단독으로, 혹은 가족을 데리고, 또는 친구의 손을 잡고 두만강과 압록강 물살을 가르며 건너는 그들의 앞에 미래는 칠흑 같은 밤처럼 불투명합니다. 누가 오라고 손짓해주지 않음은 물론 자칫하면 국경경비병의 총탄에 불귀의 몸이 될 수도 있는 그 길을 왜 그들은 악착같이 떠나고 있는가.

대답은 간단합니다. 북한에서 그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현재 3대 고갈에 직면해 있습니다. 리더십의 고갈, 재화의 고갈, 희망의 고갈이 그것으로 북한에서 보통사람들에게는 내일이 없습니다. 그들의 희망은 이미 김일성 사망과 더불어 사라졌고 북한 사회주의는 바닥을 친 지 오랩니다. 3대 세습으로 등장한 20대의 지도자는 연일 군부대와 산업시설을 찾아 동분서주하지만 그 철부지 지도자가 북한에서 사형선고 받은 지 오랜 사회주의를 재건해 주리라 믿는 인민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두 번, 세 번 체포해도 탈북은 이어질 것

혹자는 단지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해 국경탈출의 모험을 강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그들의 종착지는 희망이 있는 땅입니다. 당연히 대한민국 여기 서울일 것입니다. 어디 보통 사람들뿐입니까. 현재 노동당과 군부의 최고위층을 제외하고 상당수 북한 엘리트들이 여차하면 해외로 나갈 기본 자금 30만 달러 마련에 여념이 없다고 합니다. 해외이민 자금 30만 달러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지금이라도 체제재생산과 유지를 원한다면 당장 탈북자들에 대한 인권탄압을 중단해야 합니다. 겨우 목숨을 유지해 국경탈출을 감행한 그들을 끝까지 쫓아가 붙잡아간들 그들이 복종할 걸로 믿는다면 그것은 오산입니다. 한번 외부세계를 경험한 탈북자치고 두 번, 세 번 체포해 가도 그들은 끝까지 재탈북할 것입니다. 산소를 마음껏 마셔본 사람이 어떻게 ‘지옥의 무덤’에서 다시 살 수 있겠습니까.

북한 당국에게 몇 가지 충고하고자 합니다. 우선 탈북자들의 인권을 지금처럼 짓밟을 경우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독일의 경우 통일된 다음 과거 동독정권에 대한 법적 청산을 단행하였으며 그중 가장 많은 수의 처벌자들은 동독 정보기관에서 나왔음을 북한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정보기관 종사자들은 권력의 칼을 남용하여 죄없는 인민들을 제멋대로 짓밟았지만 통일 후 그 댓가를 톡톡히 치러야만 했습니다.

둘째로, 정녕 북한 당국자들이 권력의 안정을 바란다면 이제 스스로 개혁과 개방을 단행하여 인민들에게 자유를 안겨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해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일어난 시민혁명의 뜨거운 불길을 끝까지 외면하고 지금과 같은 폭압체제를 지속할 경우 반드시 북한에서도 시민혁명은 폭발하게 될 것입니다.

탈북행렬은 북한 체제에 대한 폭발력의 외부적 분산입니다. 그것을 억누를 경우 내적 폭발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인권탄압의 원흉인 김정일 체제는 혁명가극 '피바다'를 성공작품으로 출현하였지만 이제 북한 내부가 시민혁명 전야의 '피바다'로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그 피바다 위에서 누구는 살아남고 누구는 죽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2만 3천명의 탈북자들, 좌시 않을 것

최근 북한은 북미관계 개선을 시작으로 뭔가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변화는 환영할 일이나 탈북자들의 희생을 대가로 형식적인 개혁 개방을 단행할 생각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어설픈 개혁 개방은 오히려 북한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등소평처럼 인민대중의 지지를 받으면서 변화를 시도한다면 모를까, 인민의 무덤 위에 개혁과 개방의 꽃을 피운다면 그런 변화는 아무도 원치 않는 것입니다.

탈북자들의 북송중지를 요구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2만 3천명의 탈북자들은 31명의 탈북자들이 모두 북송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일제시대에도 없던 탈북민의 강제북송, 김정은 체제의 이 가혹한 인권탄압에 대해 역사는 분명히 기억할 것입니다. 3대 세습의 대죄에 이어 탈북자 강제북송의 죄목이 추가되는 김정은 시대의 도래, 이는 분명 문명의 역진화라고 생각됩니다.

김정은 부위원장! 당신은 지금 역사의 죄인으로 남느냐, 아니면 시대변화의 주인공이 되느냐 하는 그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부디 후자의 길을 걸을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안찬일 뉴스파인더 논설위원(세계탈북인총연맹 총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