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리비아는 멀다. 그러나 남한은 가깝다.
  • 도명학
  • 2011-02-25 17: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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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민주화, 아랍권 영향보다 남한이 도와야 효과

 

최근 튀니지로부터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 등 아랍권에 확산되는 민주화운동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북한에도 그 여파가 이어졌으면 하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북한관련뉴스들에는 공권력에 반발하는 일부 북한주민들에 대한 소식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신의주에서 주민들이 시장단속에 나선 보안원과 충돌하면서 수백 명이 시위에 나섰다고도 하고 전직 보안서장이 누구들인가가 던진 돌에 맞아 죽었다는 등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은 소식들이 전해진다.

하지만 그것은 우발적인 것들이며 생계형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 단, 그것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폐쇄되고 시민사회가 부재한 북한의 특성상 아랍권의 소식을 알고 있다 해도 그 여파에 힘입어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절대로 북한이 변화하고 있지 않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비정상적인 사회가 북한인만큼 북한의 변화 역시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즉 조직적인 집회나 시위, 폭동, 등으로 민주화가 추진되는 물리적 방식이 지금까지 알려진 방식이었다면 북한의 변화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이 주민의 의식상태다. 김일성 사망 이전에는 거의 모든 주민이 체제에 대한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불만과 비판의식을 가졌던 계층은 일부 지식인들과 출신성분 등으로 차별 받던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대량 아사가 빚어지던 시기를 거치며 주민의 절대다수가 불만을 가지게 되고 개혁, 개방의 필요성, 등 변화를 갈망했다. 2002년의 “7.1경제조치”를 주민 대다수가 반겼던 것은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는 미련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은 김정일 정권 자체를 불행의 화근이라고 보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흔히 개별적 간부들의 부패와 무능, 외부의 경제 제재 탓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2009년의 화폐개혁을 계기로 주민의식은 급격히 변했다. 이제는 불만이 지도부를 정조준하고 있다. 비록 거리에서 마이크를 들지는 못하지만 침묵하는 다수가 된 것이다.

이 침묵하는 다수는 정권에 대해 말을 못하는 대신 정권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사상학습에도 별의별 구실을 다 붙여 빠질 궁리를 하며 생각은 시장이나 부업 밭에 가있다. 주민들은 더 이상 당국을 믿지도 않으며 무엇을 줄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스스로 살아가게 방해만 하지 말라는 요구다. 이런 사람들을 직접 관리해야 하는 말단 간부들은 죽을 맛이다.

특히 엘리트 계층은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정권에 앞날이 없음을 잘 안다.

그들에게는 정권이 끝날 경우 자신의 거취가 걱정이다. 그래서 자기를 지켜 줄 것은 오직 돈이라고 믿는다. 부정비리로 챙길 수 있는 것이 직책과 바꿀 만한 가치만 된다면 얼마든지 저지르고 쫓겨나도 좋다고 생각이다. 때문에 주민관리와 통제도 한심하다. 뇌물이면 통하지 않는 곳이 없다.

결국 북한민주화는 급격한 물리적 방식이 아니라 서서히 화학적 방식으로 진행되는 셈이다. 이 변화에는 촉매제가 결정적으로 필요하다. 남쪽에서 도와야 한다. 말이 아니라 실천행동이 중요하다.

북한 지도층 내부에 친남파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친중파를 압도해야 한다. 대북심리전을 전개하고 탈북자의 통일운동을 지원하며 향후 북한의 대안세력으로 준비시켜야 한다. 대중국 외교에서 기지를 발휘해 북한에 대한 지지를 포기하는 것이 중국에게 훨씬 더 이득임을 믿게 해야 한다.

멀고 먼 아랍권의 변화가 북한에 미칠 미미한 영향에 미련을 가지기보다 옆에 있는 남한사회의 노력이 북한민주화에 줄 영향이 더 효과적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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