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도 시위 확산] 北, '시위 번질라' 국경 주민 속옷까지 뒤져
  • 조선닷컴
  • 2011-02-24 09: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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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함북 청진에선 악명 높던 前보안서장 주민들 돌에 맞아 피살

북한에 외부 정보가 들어오는 통로인 평안북도 지역을 중심으로 들썩거리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쯤 평북 정주·용천 일대 주민 수십여 명이 야음을 틈타 "불(전기)과 쌀을 달라"고 외치는 소동을 벌인 데 이어, 18일에는 신의주에서 시장 단속 때문에 주민 수백 명과 북한 당국이 충돌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신의주는 북·중 1차 관문

신의주는 외부 정보와 물류가 북한으로 들어오는 1차 관문이다. 북한 소식통은 "신의주에선 중국 TV를 시청할 수 있고, 탈북자들이 북에 남은 가족들과 휴대전화로 통화할 수 있다"며 "중동 시위 소식을 신의주 주민들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신의주 시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 것도 중동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시위 소식이 시장을 통해 전국에 급속히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도 있다.

그래픽= 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북한 당국은 최근 매일 신의주와 중국 단둥(丹東)을 오가는 주민들의 몸수색을 이 잡듯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시위 동영상이 담긴 USB(소형 이동식 저장장치)와 DVD가 유입되거나 북한에서 발생한 시위 사진이나 주민 생활을 담은 동영상이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속옷까지 샅샅이 뒤진다고 한다. 신의주 소식통은 "주민 불만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함북 청진에선 보안서장 피살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이달 초 함북 청진에서 전직 보안서장(남한의 경찰서장) 피살 사건이 발생하는 등 공권력에 저항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는 청진시 주민의 말을 인용, "어두운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던 청진시 수남구역의 전 보안서장이 여러 괴한이 던진 돌에 맞아 숨졌으며, 이는 복수극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피살자는 14년간 청진시 보안서(경찰서)에서 근무하면서 주민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적발되면 무조건 교화소에 보내는 등 악명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에는 함북 연사군의 한 주민이 땔감을 강제 회수한 산림 감독원 3명을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북 지원단체인 '좋은 벗들'은 이날 "북한 군인들이 하루 필요한 식량의 절반도 배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쌀이 아닌 옥수수"라고 말했다. 안보부서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 9일 군사 예비회담 결렬 이후 너무 조용하다"며 "중동 시위와 식량난 등이 겹친 상황에서 들썩이는 내부를 단속하느라 대외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스민 혁명' 가능성은 아직 낮아"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은 중동 민주화 바람이 체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인터넷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고, 북한 매체도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은 (중동 시위를) 알지 못하는 상태라고 생각한다"며 "당장은 (북한 내부) 영향이 미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탈북 시인인 장진성씨도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한 공청회에서 "북한은 정보 교류가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중동과 달리 혁명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정부 당국은 북한에 반(反)정부 시위가 일어난 적은 없지만, 식량난 등으로 촉발된 주민 소요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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