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지지만 열매는 남는다.
  • 김태산
  • 2010-10-14 14:19:01
  • 조회수 : 2,151
 

  이 한반도의 남과 북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아보던 황장엽 선생이 오늘이면 영원히 우리들의 곁은 떠나간다. 이제 다시는  그 누구도 항상 사리정연하고 반독재의 열망으로 애타던 그의 음성을 다시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황장엽이라는 한 인간을 떠나보내는 이날에 나는 나와 같은 가슴쓰린 망향인의 말년 인생을 살아온 그에게, 아니 어쩌면 나보다 훨씬 더 깊은 고뇌를 안고 살아온 선배를 위하여 그가 한생에 걸쳐 쌓아올린 어떤 공적을 찬양하는 글이나 몇 자 쓰려고 하지는 않는다.



       “감사합니다.”

 나는 안다.

망명자의 설음이 무엇인지를 ...

망향자의 마지막 길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길인지를 나는 안다.

고향이 그립고, 부모처자가 그리워 눈도 못 감고 이국의 이름 없는 산기슭에서 무주고혼이 된 유명무명의 인사들이 그 얼마인가를...



 물론 황장엽 선생은 자신이 이 세상을 하직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어떤 명예나 댓가 같은 것은 결코 바라지 않았지만 고향에 두고 온 사랑하는 사람들을 못보고 홀로 가는 애타는 슬픔이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러나 황선생의 마지막 길은 결코 외롭고 처량한 길만이 아니었다.

수 많은 국내외의 유명 인사들과 선량한 이 나라의 국민들이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 지켜주고 있었고 대한민국의 정부와 전체 국민들은 그에게 최고의 명예훈장과 함께 영광의 자리에 눕게 될 당당한 권리까지도 안겨 주었다.



 단한명의 가족도 친척도 없는 단신의 몸으로 떠나가는 황선생의 마지막 길을 지켜주고 같이 해주신 정계와 각계의 사회단체와 종교계의 인사들과 국내외 여러분에게 우리 탈북자들은 “감사합니다.“ 라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없다.

 

독재자에 항거해 싸우신 황선생의 업적을 귀중히 여겨주시고 높은 명예와 함께 최고의 안식처 까지 마련하여 주신 대한민국정부와 국민들에게 깊이 머리 숙여 감사할 뿐이다. 



       - 꽃은 지면서 종자를 남긴다.

이 땅에는 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며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 말은 그 누구나 다 알고도 남을 평범한 이치 같지만 그 말속에는 심오한 가르침이 있다. 즉 짐승이라 하여 다 같은 짐승이 아니며 사람이라 하여 다 같은 사람이 아니니 누구나 죽어서도 이름을 남길만한 인간이 되도록 자신들을 부단히 수양하라는 가르침이다.



그렇다고 하여 나는 이미 우리 곁은 떠나가신 황장엽 선생을 놓고 감히 그의 이름을 후세에 남길만한 인물인가, 아닌가를 논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백히 말할 것은 황장엽은 김정일 독재집단에 제일 무서운 반항의 폭탄을 던진 투사라는 것이며, 자기 인생의 말년을 개인의 향락이 아니라 북한의 민주화를 위하여 바친 애국인사라는 것이다.



그가 북한의 민주화를 위하여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드러누워 구호를 외치거나 대북전단 한 장 날려 보낸 적은 없지만 그의 존재 그 자체가 남한의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에 대한 열렬한 선전이었고 김정일 정권의 허위와 기만성에 대한 무서운 폭로였다. 



사실상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주체사상을 정치 철학으로 내세우는 조선노동당과 김정일에게는 죽음의 선언과도 같은 폭탄이었다.

김정일이 오죽했으면 황선생이 북한을 떠나 온지 10년이 훨씬 넘는 지금에도 훈련된 암살단을 파견했겠는가. 오죽했으면 친북좌파정권 10년 동안  신변보호라는 명색으로 다니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은둔생활을 시켰겠는가.



늦게나마 이제부터 자유로운 몸이 되어 더 많은 투쟁을 앞에 두고 그는 소리 없이 우리의 곁을 떠나갔다. 그러나 그이 희생은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록 그의 육체는 갔어도 그가 남긴 김정일 독재타도와 북한민주화 실현의정신은 꼭 실현되고야 말 것이다. 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수백, 수천의 탈북투사들은 더욱 적극적인 투쟁으로 북한의 민주화를 기어이 이루어 내고야 말 것이다. 투사는 갔어도 그가 남긴 애국의 정신과 수많은 애국전사들은 살아 있다.

투사여 고이 잠드시라!





2010.10.14 (황장엽 선생과 이별하며...) 

김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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