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꽃제비들 살갗이 벗겨져도 압록강 건넌다
- 지일
- 2012-02-06 07:18:11
- 조회수 : 1,432
■ 채널A 뉴스 보도 ‘백두산의 꽃제비’ 사연
꽃제비 김모 군이 지난달 25일 탈북한 후숨어 지내던 움막(쪽). 그는 영하 40도의 혹한에 동상 걸린 발을 녹이려고 불을 피웠다가 깜빡 잠이 든 사이 신발이 타 발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채널A 화면 캡처
소년의 발은 발목까지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살갗은 모두 벗어지고 군데군데 진물이 흘러나왔다. 발가락은 거의 뼈가 드러날 정도였고 발톱만 간신히 붙어 있었다.
지난달 28일 북한 혜산시 인근의 중국의 한 마을에서 북한을 탈출한 꽃제비 김모 군(14)을 만났다. 그의 발은 의학 지식이 없더라도 절단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상이 심각했다. 발을 쓸 수 없어 화장실 등을 가려면 방바닥을 기어야 했다.
탈북자 신세인 김 군은 병원은커녕 집 밖으로 나서지도 못하는 처지. 그나마 김 군을 데리고 있는 고령의 보호자가 약국에서 구해 온 화상 약을 상처에 바르는 것이 전부다. 상처가 굉장히 아프고 스트레스도 대단할 텐데 소년의 얼굴에는 감정 변화가 없었다. 그가 북한을 탈출한 것은 지난달 25일. 영하 40도의 혹한에 헌 신발을 신고 산 속에 숨어 있다가 발에 동상을 입었다.
“가스버너를 훔쳐 동상에 걸린 발을 불에 녹이다가 깜빡 잠이 들어 신발과 함께 발까지 타버렸어요.”
김 군의 탈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6년 전 김 군의 아버지가 굶어 죽자 어머니는 형만 데리고 떠나버렸다. 졸지에 고아가 된 김 군은 혜산시 장마당을 떠돌며 구걸을 하는 ‘꽃제비’가 됐다. 당시 만난 친구 12명과 함께 먹을거리가 풍족한 중국으로 건너가는 걸 꿈꿨다. 마침내 그와 12명은 지난해 11월 말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탈북했다. 그러나 며칠 만에 이들은 중국 공안에 붙들려 북으로 추방됐다. 이들은 ‘상무’라고 불리는 꽃제비 수용소에 수감됐다. 꽃제비들은 두 달 동안 수용소에서 중국에서 수입한 돼지 사료용 감자를 하루 7, 8개씩 배급 받아 먹었다.
김 군은 풀려난 직후인 지난달 25일 다시 압록강을 건넜다. 모임의 리더 격이었던 그는 올봄 다 같이 넘어오기로 한 친구들과 숨어 있을 곳을 찾기 위해 선발대로 넘어온 것이었다. 김 군은 일단 산등성이 작은 계곡에 지푸라기와 헌 옷가지로 얼기설기 움막을 만들고 숨어 지냈다. 하지만 움막은 때마침 영하 40도를 기록한 혹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는 여기서 불을 때다 화를 당했다.
지난달 28일 북한 혜산시 인근의 중국의 한 마을에서 북한을 탈출한 꽃제비 김모 군(14)을 만났다. 그의 발은 의학 지식이 없더라도 절단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상이 심각했다. 발을 쓸 수 없어 화장실 등을 가려면 방바닥을 기어야 했다.
탈북자 신세인 김 군은 병원은커녕 집 밖으로 나서지도 못하는 처지. 그나마 김 군을 데리고 있는 고령의 보호자가 약국에서 구해 온 화상 약을 상처에 바르는 것이 전부다. 상처가 굉장히 아프고 스트레스도 대단할 텐데 소년의 얼굴에는 감정 변화가 없었다. 그가 북한을 탈출한 것은 지난달 25일. 영하 40도의 혹한에 헌 신발을 신고 산 속에 숨어 있다가 발에 동상을 입었다.
“가스버너를 훔쳐 동상에 걸린 발을 불에 녹이다가 깜빡 잠이 들어 신발과 함께 발까지 타버렸어요.”
김 군의 탈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6년 전 김 군의 아버지가 굶어 죽자 어머니는 형만 데리고 떠나버렸다. 졸지에 고아가 된 김 군은 혜산시 장마당을 떠돌며 구걸을 하는 ‘꽃제비’가 됐다. 당시 만난 친구 12명과 함께 먹을거리가 풍족한 중국으로 건너가는 걸 꿈꿨다. 마침내 그와 12명은 지난해 11월 말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탈북했다. 그러나 며칠 만에 이들은 중국 공안에 붙들려 북으로 추방됐다. 이들은 ‘상무’라고 불리는 꽃제비 수용소에 수감됐다. 꽃제비들은 두 달 동안 수용소에서 중국에서 수입한 돼지 사료용 감자를 하루 7, 8개씩 배급 받아 먹었다.
김 군은 풀려난 직후인 지난달 25일 다시 압록강을 건넜다. 모임의 리더 격이었던 그는 올봄 다 같이 넘어오기로 한 친구들과 숨어 있을 곳을 찾기 위해 선발대로 넘어온 것이었다. 김 군은 일단 산등성이 작은 계곡에 지푸라기와 헌 옷가지로 얼기설기 움막을 만들고 숨어 지냈다. 하지만 움막은 때마침 영하 40도를 기록한 혹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는 여기서 불을 때다 화를 당했다.
김 군처럼 북한에서 탈출해 국경 지역에서 은신하고 있는 꽃제비는 한때 수백 명에 달했다. 하지만 김정일 사후 국경 감시가 심해지고 겨울 추위가 다가오면서 지금은 그 수가 크게 줄었다.
김정일 사망 이후 압록강변에서는 총을 든 사복 군인들이 주민의 동태를 감시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그러나 꽁꽁 언 압록강 곳곳에는 수도 없이 찍힌 발자국이 북한에서 중국까지 이어져 있다. 최근까지도 밀무역과 탈북을 목적으로 한 왕래가 있었다는 증거다. 김 군이 이번에 압록강을 건넌 것도 밤이 아니라 낮이었다. 현지에서 만난 한 탈북 알선 브로커는 “김정일이 죽고 (혜산시는) 앞집 뒷집 모두 감시가 붙고, 저녁엔 어디로 갈 수도 없다”며, “강을 건너다가 적발되면 현장에서 총을 쏜다”고 말했다. 남한에 최근 보도된 탈북자 3명 사살 말고도 목숨을 잃은 주민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김 군에게 한국에 가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매우 경계하는 눈빛을 보이더니 자신의 얘기 대신 친구들 생각을 답했다.
“친구들은 가고 싶어 해요. 잡히더라도 또 탈출할 겁니다.”
이 같은 김 군의 사연이 3일 채널A 메인뉴스인 ‘뉴스A’에 보도되자 북한 인권운동에 앞장서온 단체와 정치인들이 조속한 구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피랍탈북인권연대는 5일 ‘북한 접경지역 꽃제비 긴급 구출 촉구’라는 성명서를 냈다. 도희윤 대표는 “기본적인 인권 수호의 차원에서, 미래의 통일 주역을 구명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와 민간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실태를 파악해 유엔과 국제사회에 알려야 하고, 해당 지역에 탈북 아동보호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지역에는 혜산시 보육원에 수용된 어린이 600∼800명 가운데 국경을 넘어 탈출한 1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은 “꽃제비들이 중국 공안에 붙잡혀 송환되면 수용소에 끌려가 3개월에서 1년 동안 심한 매질을 당하고 생존율이 채 20%도 안 된다”고 우려했다.
옌볜=윤영탁 채널A 기자 kaiser@donga.com
홍성규 채널A 기자 hot@donga.com
김정일 사망 이후 압록강변에서는 총을 든 사복 군인들이 주민의 동태를 감시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그러나 꽁꽁 언 압록강 곳곳에는 수도 없이 찍힌 발자국이 북한에서 중국까지 이어져 있다. 최근까지도 밀무역과 탈북을 목적으로 한 왕래가 있었다는 증거다. 김 군이 이번에 압록강을 건넌 것도 밤이 아니라 낮이었다. 현지에서 만난 한 탈북 알선 브로커는 “김정일이 죽고 (혜산시는) 앞집 뒷집 모두 감시가 붙고, 저녁엔 어디로 갈 수도 없다”며, “강을 건너다가 적발되면 현장에서 총을 쏜다”고 말했다. 남한에 최근 보도된 탈북자 3명 사살 말고도 목숨을 잃은 주민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김 군에게 한국에 가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매우 경계하는 눈빛을 보이더니 자신의 얘기 대신 친구들 생각을 답했다.
“친구들은 가고 싶어 해요. 잡히더라도 또 탈출할 겁니다.”
이 같은 김 군의 사연이 3일 채널A 메인뉴스인 ‘뉴스A’에 보도되자 북한 인권운동에 앞장서온 단체와 정치인들이 조속한 구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피랍탈북인권연대는 5일 ‘북한 접경지역 꽃제비 긴급 구출 촉구’라는 성명서를 냈다. 도희윤 대표는 “기본적인 인권 수호의 차원에서, 미래의 통일 주역을 구명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와 민간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실태를 파악해 유엔과 국제사회에 알려야 하고, 해당 지역에 탈북 아동보호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지역에는 혜산시 보육원에 수용된 어린이 600∼800명 가운데 국경을 넘어 탈출한 1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은 “꽃제비들이 중국 공안에 붙잡혀 송환되면 수용소에 끌려가 3개월에서 1년 동안 심한 매질을 당하고 생존율이 채 20%도 안 된다”고 우려했다.
옌볜=윤영탁 채널A 기자 kaiser@donga.com
홍성규 채널A 기자 h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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