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림일
- 2012-12-06 21:29:21
- 조회수 : 1,404
작년 이맘때 ‘망명북한펜센터’ 설립준비로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던 중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길원 이사장님과 몇몇 탈북문인들이 청와대를 방문하였다. 갑자기 대통령께 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들었다.
하여 첫 페이지에 “이명박 대통령님께 드립니다. 저자 림 일” 라고 사인한 저서를 오찬을 주최한 박인주 사회통합수석비서관님께 드렸다. 그로부터 대략 열흘이 지난 어느 날, 필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기 청와대 비서실입니다. 얼마 전 대통령께『소설 김정일』이란 책을 선물하셨네요. 그걸 오늘 대통령께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림 일 작가님! 대통령 명의로 축전을 보내드리고 싶은데 괜찮습니까?”
“고맙습니다. 우리 탈북작가들에 대한 대통령님의 애정으로 받겠습니다.” 하고 답한 필자는 대통령께 졸저를 선물하고 축전을 받은 최초의 탈북작가가 되었다.
사실 필자가 대통령께 책을 선물한 것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05년 6월 13일, 청와대 민원실을 통하여 처녀작 『평양으로 다시 갈까?』라는 책을 노무현 대통령 앞으로 드렸다. 이유는 막중한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대통령께서 짬짬이 읽어보아도 웃음이 나오고 재미있을 거라고 확신해서다.
필자의 책이 남북의 두 정상이 다시 만나는 가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담아 함께 드린 편지의 원문에는 이런 문구도 들어있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대통령님께서 임기 중에 꼭 한번 평양을 다녀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뜨거운 가슴에 차가운 머리로 다녀오셨지만 노무현 대통령님께서는 편한 마음으로 다녀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로부터 2년 4개월이 지난 2007년 10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이 필자의 고향 평양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여기서 “북방한계선(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따먹기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NLL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 이라고 구두약속을 했다는 것이 요새 정치권의 공방이고 화두이기도 하다.
이런 대통령을 모셨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가 하는 대선공약을 보면 필자는 고개가 가로 저어진다. 그의 선거공약 중에 가장 불안한 대목은 남북이 합의하에 비무장지대 감시초소와 중화기 후방이동, 대인지뢰 제거이다.
북한을 너무나 모르는 것 같다. 적군의 침략에 대비용도인 남북의 지뢰이지만 정확히 보면 다르다. 북한의 지뢰는 노동당의 강압통제로 자유세상을 전혀 모르고 사는 순진한 인민들의 탈출을 방지하기 위해 더욱 유용한 것이다.
이것을 북한이 철거한다? 말도 되지 않는다. 이는 사실상 김정은 정권의 자살행위로 하늘이 열두 번 갈라져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굳이 비교하면 대한민국에 정부 비판과 거주의 자유, 인터넷과 해외여행 등을 차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새 정치를 위함이라도 미래를 거꾸로 갈수 없지 않는가? 그것이 진보는 더욱 아니다. 피로써 지킨 자유를 달콤한 공약과 바꿀 수 없다.
개인적으로 섭섭하다. 대한민국의 꼭 같은 대통령에게 책을 드렸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왜 묵묵부답이었을까? 요즘 문재인 후보의 “사람이 먼저다.”는 대선 캐치프레이즈를 보면 ‘그 말이 과연 진심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 탈북작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