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산
- 2012-06-27 00:47:50
- 조회수 : 1,406
대선을 앞두고 정치판은 정치판대로... 불볕더위로 해서 대지는 대지대로 뜨겁게 달아오른 현 시점에서 내 개인의 신상에 생겼던 섬찍한 이야기 하나를 토론에 부쳐본다.
바로 요 며칠 전 어느 날 밤 ...
12시까지 TV를 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잠결에 우리 집 출입문을 열려고 달그락, 달그락 하는 소리가 나의 단잠을 깨웠다.
나는 잠결에 와이프가 왔는가? 하고 생각을 하면서도 “오늘은 와이프가 올 일도 없는데...” 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침대에 누운 채로 “누구야?” 하고 소리를 쳤다.
그러자 한 몇 초 동안 잠잠하더니 다시 아까보다 좀 더 크게 달그락, 달그락 거린다.
“응?...이건 뭐지?” 순간 머리칼이 곤두선다.
와이프나 애들이 왔으면 평상시대로 옆집들에서 시끄러워 할 정도로 문을 열라고 큰소리를 치며 떠들 텐데... 아무 반응도 없이 계속 문만 열려고 한다.
그래서 못 들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 누구야?” 하고 크게 소리를 쳤다.
그런데 이게 뭐야?
웬 남자가 출입문 옆 - 내가 자고 있던 작은방의 창문 앞에 와서 턱 선다.
달빛 때문인지 아니면 차량기지의 조명 때문인지 2중창에다가 블라인드 까지 친 창문에도 남자의 윤곽히 훤히 비친다.
그래서 무심중에 침대에서 일어나 “뭐야?” 하고 소리를 치며 문을 열 것처럼 블라인드를 쭈루륵 소리가 나게 끌어 올렸다.
물론 창문을 아직 두 개를 더 열어야 밖을 볼 수가 있다.
블라인드 제끼는 소리가 나자 그 남자가 얼른 왼쪽 벽으로 비켜선다.
그 순간 나의 머릿속이 새카매지면서도 이것은 단순 도둑은 아니라는 생각이 확 안겨온다.
단순 도둑이라면 집안에 사람이 ,,,그것도 남자가 있음을 알았으면 도망을 갈 텐데??
그리고 집을 비우는 적도 거의 없고...그날 밤도 불을 환히 켜놓고 TV를 보다가 12시가 넘어서야 잠을 자기 시작했는데...도둑이라면 사전에 빈집 확인쯤은 분명히 했을 것이 아닌가.
생각이 이 정도에 이르니 몸이 딱 굳어진다.
일생에 처음으로 잠을 자다가 당하는 일이라 당황하여 도무지 두뇌가 작동을 아니 한다.
방안의 동정이 밖에 비칠가봐 불도 못 켜고 집과 경비실이 연결된 인터폰을 두드렸다.
한참만에야 공동경비실이 나온다.
“여보시오! XX 동 XX 호인데요 지금 누가 우리 집 출입문을 자꾸 열려고 하네요.” 하고 말했다 그러자 경비실에서 “문을 연다구요? 누가요?” 하는 질문이 온다.
본인 왈 - “모르니까 전화를 하지 않습니까. 불을 끄고 자는데 누가 계속 문을 열려고 합니다.”
경비 왈 - “아니! 복도 쪽에 창문이 있잖아요”
본인 왈 - “예... 창문이 있죠”
경비 왈 _ “그러면 그 창문을 열고 누군지 한번 내다보면 되잖아요.”
본인 _헉--- 억이 막혀 왈 “뭐라구요? 무슨 이런게 다 있어”
전화 끝 ...
그 당시 본인의 생각...“뭐 이런 인간들에게 매달 경비비용을 꼬박꼬박 내준단 말인가?”
그런데 내가 큰소리로 전화를 하니까 밖에 있던 남자가 다시 한 번 출입문 쪽으로 왔다가 돌아서 사라져 버린다. 지금 생각을 해보면 무슨 흔적을 없애려 다시 왔었던가 싶다.
얼른 베란다로 가서 1층의 현관 쪽을 내려다보았다.
현관에 불이 환하고 우리 집은 저층이다 보니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라도 볼 수가 있지만 한참동안을 지켜보아도 나가지 않는다. 하기야 1층 현관에는 CCTV 가 두 개나 달려 있다는 걸 모르는 놈이 침입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제서야 큰 방의 불을 켜고 시계를 보니 밤 1시 25 분경이다.
지나간 그 시간이 10분? 아니 한 5-6분정도의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무슨 큰일을 치른 것처럼 도무지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다. 별의별 천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그런데 자는둥 마는둥 하고 아침에 7시에 일어나보니 출입문 아래쪽에 있는 우유투입구로 햇볕이 환히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이게 뭐야? 하고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보니 어젯밤 침입자가 우리는 평생 한 번도 열어본 적이 없는 우유투입구를 열고 아예 준비해가지고 왔던 낡은 어린애의 분홍색 양말바지로 우유투입구에 쌓였던 먼지까지 닦고 그 걸레를 문 옆에 놓아두었던 박스 안에 처박은 것이 보였다.
밖에서는 열쇠를 못 열도록 잠그었으니까 언젠가 TV에서 본 적이 있는 바로 그런 디지털 카메라가 달린 기계손을 우유투입구로 넣어서 문을 열려고 했던 것 같았다.
정말 가슴이 섬찍했다.
“내가 어젯밤에 2-3분만 늦게 깨어났었더라면 아마 오늘 아침에 뜨는 해를 못 볼 번 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억이 막혔다.
물론 그 침입자가 단순 도둑이라 해도 잠을 자던 사람이 혼자서, 그것도 빈손으로 침입자를 이긴다는 담보는 거의 없지 않은가.
밤12시가 넘도록 모든 방에 불이 켜져 있던... 그리고 서민촌의 가난한 탈북자 집으로 침입을 하려고 했던 그 목적이 과연 뭐란 말인가?
물론 그날 오후에 경찰이 와서 1층 현관의 CCTV 도 읽었지만 소득은 없었다.
디지털화 된 장비까지 쓰는 인간이 CCTV 에 자기 얼굴을 쉽게 드러낼만한 바보가 어디에 있겠는가? 경찰에서도 사건을 평범하게 보지 않고 여러 가지로 해당 대책을 세워 주었다.
....................
나는 이 문제를 그 무슨 큰 사건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물론 제기된 상황을 직접 겪어본 나로서는 아직도 매우 이해 안 되는 점들이 많지만 평범한 탈북자에 불과한 나를 그 무슨 테러의 대상으로 까지 둥둥 띄워야 어떤 인간들의 빈축만 살 것이 뻔하다.
그러나 모든 탈북자들이 자신들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 대하여서도 항상 각성을 해야겠기에 경고의 차원에서 이글을 공개한다. 우리들은 북한의 김정일 독재와 그에 추종하는 아첨꾼들이 얼마나 악독하고 비열한 음모꾼들인지를 잘 아는 사람들이기에 긴 설명은 더 하지는 않으련다.
무경각 하게 아무런 준비 없이 한밤중에 혼자서 섬찍한 사건을 겪었던 내가 느낀 것은 탈북자 그 누구나 자신들에게도 이런 일이 언젠가는 일어 날 수 있다고 가정하고., 대비책들을 생각해 둔다면 훨씬 더 현명하게 처리하여 상대를 제압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자기 호신은 물론 가정집에 대한 보안도 다시 한 번 더 신경들을 써주기 바란다.
2012.6.25 탈북자 김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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