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일 에세이] <아빠! 왜 박근혜 찍었어?>
  • 림일
  • 2012-12-25 22: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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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6살배기 막둥이 덕에 생애최고 행복의 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녀석이 저에게 매일 천금주고도 살 수 없는 웃음을 주거든요. 자식의 부모에 대한 효도기간은 7살까지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죠? 그제까지 거리에 지나가는 새누리당 선거유세차를 보며 “와! 박근혜다.” 하고 외치는 아들에게 그녀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당당히 그렇다고 밝힌 녀석이었죠. 그 이유는 아빠 아들이기 때문이랍니다.

제가 시치미 떼고 ‘아빠가 박근혜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아냐?’고 물으면 “매일 뉴스에서 박근혜만 보잖아?” 하고 답합니다. 웃음이 쉽게 나오는 대목이죠? 모든 언론사 선거뉴스는 정당여야 순으로 멘트를 하기에 새누리당 소식부터 나옵니다.

그러니 천진한 아들이 보기에는 박근혜만 나오는 줄 알은 거죠. 어떤 특정인을 아빠처럼 자기도 좋아한다는 철부지 아들 녀석을 보면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제가 15년 전 평양에서 서울로 와서 얻은 가장 큰 보물은 바로 이 녀석이죠.

어제 아들의 손을 잡고 투표소로 갔습니다. 밖에서 기다리던 그 녀석이 해맑게 웃으며 “아빠! 박근혜 찍었어?” 하는 거 있죠. 그렇다고 하자 “왜 박근혜 찍었어?” 합니다. 웃음이 절로 나왔고 약간 난처했죠.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여섯 살 난 꼬마에게 어른들도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선거공약을 말해줄 수도 없고... 그래도 아빠의 체면을 유지하려면 답해야겠다는 생각이 우세했습니다.

고민 끝에 ‘박근혜가 여자여서 찍었다.’고 하자 “아빠 여자 좋아해?” 하는 거 있죠. 그렇다고 하자 “하하! 웃겨. 아빠 변태 아니야?” 라고 합니다. 또 웃었죠. 요즘 애들 어디서 그런 말을 배우는지 정말 무섭습니다. 제가 아들에게 ‘아빠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단마디로 “엄마!” 라고 합니다.

또 물었지요. 시골에 계시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어떻게 다르냐고... 대답이 간단합니다. 할아버지는 매일 술을 드시고 건강에도 나쁜 담배를 피우고, 할머니는 밥과 빨래를 한답니다. 자기에게 장난감 사주는 할머니가 할아버지보다 더 좋다고 하네요. 아이들의 눈이 정확하죠? 애는 어른의 거울이란 말 맞습니다.

저는 세상에 가장 소중한 우리 가족에서 아빠와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엄마는 ‘여자’이고 그녀는 우리를 최고로 사랑하는 ‘어머니’라고 말했죠. 한참 고개를 끄덕이던 아들이 “뭐야? 하면 아빠 박근혜 사랑해?” 하는 말에 폭소를 터트렸고 당당하게 답했습니다.

이제 박근혜 할머니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되어 국민모두가 행복하게 살도록 많은 일을 하실 거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이 녀석은 “와! 내일 유치원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해야지. 우리 아빠 박근혜 사랑한다고...” 하며 콩닥콩닥 뜁니다.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들! 잘 들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10명의 대통령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그 중 누구는 열심히 일하고도 총에 맞아 돌아가셨고, 또 누구는 나쁜 욕심으로 많은 돈을 가졌어. 그리고 누구는 나라의 어른으로 하면 안 될 자살을 하고, 또 누구는 자식과 친인척 때문에 불명예를 가졌고... 정말 부끄러운 우리의 대통령들이었단다.

2012년 12월 19일, 대한민국 역사에 처음으로 할머니 대통령이 나온단다. 이것만으로도 신비하지 않겠어? 강대국들에도 없었던 여성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생기면 말이야. 지금까지 계셨던 할아버지 대통령들도 훌륭했지만 오늘 탄생할 최초의 할머니 대통령은 과연 어떨지 예전부터 궁금했어.

그래서 박근혜를 찍었어.

- 탈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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