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림일
- 2012-11-25 20: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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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9월 10일부터 15일까지 “문학, 미디어 그리고 인권” 이란 주제로 천년고도 문화의 도시 경주에서 개최된 제78차 국제펜대회에 참가했던 탈북작가의 한 사람으로 감개무량하다.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로 열린 이번 대회 마지막 날, 86개국 대표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회의장에 들어섰고 ‘망명북한펜센터’가 회원국 전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을 때 흥분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91년 국제펜클럽역사에 길이 아로새겨질 ‘망명북한펜센터’가 탄생한 오늘의 이 영광을 북한의 작가들과 주민들에게 돌리고 싶다. 진솔하고 자유로운 표현은 문학창작의 생명인데 이를 전혀 모르고 사는 그들의 억울한 심정을 담아 국제사회에 폐쇄적인 북한의 문학과 인권상황을 생동하게 알렸다. 탈북문인 김영순 선생은 월북무용가 최승희 선생의 제자로 자신이 직접 체험한 정치범수용소의 실태를 폭로했고 탈북시인 도명학 선생은 북한에서 체제선전에 위협이 되는 글을 썼다가 박해를 받은 사실을 고발했다.
탈북자출신 영화감독 정성산 씨는 만인이 경악할 잔인한 인권유린행위가 빚어지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를 그린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전 세계 문인들에게 소개했다.
필자가 살았던 북한에서는 김정은 일가 찬양 글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노동당 직속의 4.15문학창작단은 김일성 관련 소설, 수필, 서정시, 가사 등이 창작되는 곳이며 2.16문학창작단에서는 김정일 관련 문학작품을 전문으로 창작한다.
북한에서 내 노라는 창작력을 가진 수백 명의 작가들이 여기에 소속되었으며 모두 특별배급으로 평양의 고급주택에서 일부는 자가용까지 갖고 산다. 실적에 따라 해외여행권의 기회도 주어지며 수령을 접견하는 최상의 영광도 누린다.
매주 사상검열을 받는 생활총화 참가는 기본이며 신문·잡지에 실리는 문장 한 개도 철저히 검열된다. 당과 수령, 사회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쓰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하며 3대가 멸족이다. 현실이 이런데 북한의 작가들이 어떤 글을 쓰겠는가.
당국의 철저한 사상 및 원고검열을 받고 눈치를 보며 사는 그들을 어떻게 진정한 문인들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엄연히 말하면 그들은 노동당 전속작가다. 손에 붉은 펜을 쥐었고 김정은 홍보 정신병에 걸렸다.
대부분 김정은 일가 우상화 및 체제선전 작품만이 인정받는 북한사회에서 문학적 순수함은 완전히 퇴색되었고 역사의 진실, 주민들의 일상생활, 자유로운 의사표현 등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에 대고 자신들이야 말로 양심과 정의와 진실을 생명으로 하는 문필활동을 마음껏 한다고 요란히 선전하는 노동당의 횡설수설은 북한식 표현의 빌면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다.
김정은 사진만 찢어도 목숨을 구제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그를 비판하는 글이 나올 수 있으며 여기에 무슨 표현의 자유가 있단 말인가? 불타는 집에 들어가 김정일의 사진을 구해오면 영웅이 되는 그 곳은 문명과 지성이 사라진 인간생지옥이다.
그 속에서 뛰쳐나온 용감한 우리들이다. 이제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양심과 정의의 메시지를 전하겠다. 인류역사상 유례가 없는 3대 세습독재국가 북한에서 피해와 박해를 받고 있는 작가들과 주민들의 기구한 운명과 그들의 외침을 강력히 대변하겠다.
펜이 칼보다 강하고 문이 무를 이긴다. 자유의 펜을 들은 세계의 작가들이여! 함께 갑시다. 만국의 국민들이여! 우리가 외치는 심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 인류의 평화와 북한주민들의 고귀한 인권을 위해서...
- 림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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