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땅에 봄은 언제 오려나?
  • 정진화
  • 2013-02-04 16:50:20
  • 조회수 : 1,731

 얼마 전 한 모임 때 있은 일이다.

30여 년 만의 폭설로 하여 화제는 자연스레 계절에 대한 얘기로 넘어갔다.

진행자가 얼마 안 있으면 3월이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갑자기 한 탈북자가 2월이 봄이라고 끼어든다.

진행자가 “2월은 봄이 아니지요!”라고 웃으며 넘어가려는데 2월을 봄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만만치가 않다.

쓴 웃음이 나오지만 북한에서 온 사람들은 2월을 봄이라고 한다.

아무리 이상기후현상이 있어도 우리나라처럼 4계절이 뚜렷한 나라도 몇 개 안된단다.

그만큼 4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뚜렷한 변화와 특징이 있다.

계절을 따지면 立春이니까 오늘이 바로 봄의 문턱이다.

그런데 왜 우리 조상들은 춘삼월에 꽃이 피는 시기를 봄이라고 했을 가?

나도 태어나서 한참은 분명히 2월을 겨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김정일의 생일을 거들며 북한의 봄은 2월에 그것도 백두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떠들기 시작했다.

해발 2,170m의 백두산은 3월도 아니고 4월도 아니고 6월경에야 비로소 꽃이 잠간 폈다 스러지는 고산지대다,

일 년 중 한 두 달을 내놓고 하얗게 눈 단장을 하고 그야말로 침을 뱉으면 그냥 얼음으로 변해버리는 2월의 백두산은 겨울중의 겨울이고 김정일이 러시아에서 출생했다는 것은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데 북한의 봄이 백두산에서부터 온다는 얼토당토않은 거짓을 거리낌 없이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암튼 자연의 계절마저 우상화에 이용하려는 자들을 혼내주려는지 북한의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산짐승의 발길도 닿지 않은 심심산골에 나무로 집을 지어 김정일 생가라고 명명하는가 하면 아비가 아들을 찬양하는 글귀를 적어 하사하고 신성한 하늘의 태양과 별에 감히 저들을 갖다부치고...

아이러니하게도 3대 독재 세습자 김정은은 1월생이다,

아무리 간덩이가 큰 북한이라 해도 감히 1월을 봄이라고 우기지는 못할 것이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고 춥고 기나긴 겨울을 이겨낸 사람들은 은은한 봄내음을 맡으며 무언가를 내심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북한사람들은 봄을 잊고 산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북한사람들에게 봄은 “보릿고개”와 더불어 희망의 계절이 아닌 또 다른 절망의 시작이다.

살을 에이 는 북방의 봄은 사람들에게 빛이 아닌 어둠을, 따듯한 여름은 온기마저 느끼지 못한 채 오자마자 가버린다.

민둥산의 가을은 철없는 바람과 큰물로 흉년을 선사하고 영하 20~30도를 오르내리는 매서운 겨울은 꼼짝없이 죽음과 고통을 들씌운다.

올해의 봄은 시작부터 험난하다.

철딱서니 없는 풋내기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정권유지를 위한 첫 단추로 선군을 지목하고 아예 미사일발사로 선전포고를 해댄다.

북한에서 인민의 안녕이나 행복이라는 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국제사회의 그 어떤 압박도 저들을 놀래 울 수 없다는 오직 독재자만의 배짱으로 온 나라가 폐허로 변했다.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 “강성대국”, 선대독재자의 이루지 못한 쌀밥, 고깃국, 비단옷, 기와집, 독재자 스스로의 자화자찬이 오늘의 북한을 멍들게 했다.

몇 십 년만의 폭설로 차갑게 얼어붙은 그 땅-북한에 봄은 과연 언제 다시 올 것인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