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지 못한 아이
- 여행자
- 2013-04-17 07:56:34
- 조회수 : 1,648
꽃제비로 살아온 방랑시인, 지금도 중국에서 숨어 지내는 탈북시인의 시:
눈 물 ( 외 3 수 )
탈북시:
눈 물 ( 외 3 수 )
백 이 무
어느날 밤 굶다못해 뛰쳐나가
량식창고 쌀 한자루 훔친 죄로
아빠는 잡혀가서 총살맞고...
겨우 생긴 풀죽 한그릇 놓고도
불쌍한 오누이 살리려고
엄마는 먹지 않고 굶어 죽고...
아빠엄마 모두 없는 슬픈 오두막
이제부터 제가 엄마구실 한다며
동네방네 동냥하러 나간 누나 --
누난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을가
아무리 울면서 애타게 기다려도
철없는 동생이 꿈엔들 어찌 알리?
추운 겨울 맨발로 동냥나간
헐벗은 누나가 빈 손으로 돌아오다
허기져 쓰러진채 끝내 밖에서 얼어죽은줄...
눈을 감지 못한 아이
<<서라 -- ! >>
불호령 소리에 뒤이어
허둥지둥
강냉이밭에서 뛰쳐나온 한 아이
<<땅 -- ! >>
귀청을 째는 아츠란 총소리에
앞으로 폭 --
뛰다가 꼬꾸라진 그 아이...
눈 뜨고 죽은 아이 손에는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죽어도 꼭 쥐고 놓지 않은
강냉이 한이삭
그 강냉이 한이삭이면
집에 가서
엄마도 살리고
동생도 살리고...
그 강냉이 한이삭이
곧바로
소중한 그 애 목숨이고
온집안 마지막 희망이였는데 --
그래서 죽으면서도
끝끝내 손에 놓지 못했던 풋강냉이
그래서 그 아이는
죽어도 두 눈을 감지 못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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