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경력 논란,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나
- 민주
- 2013-03-31 15: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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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현의 태평로] 탈북자 경력 논란,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나
입력 : 2013.03.27 22:57
정권현 특별취재부장
작년 4월 조 의원이 총선 비례대표로 출마하자 탈북자 이모씨가 "석사 학위에 해당하는 김일성종합대학 준박사를 박사 학위로 허위로 기재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고발했고, 이에 조 의원은 "귀순 당시 한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학력과 경력을 표기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이씨가 불복해 재정신청을 내자 법원은 이를 기각함으로써 학력 위조 시비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조 의원의 학력 논란은 그동안 쉬쉬해온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는 계기가 됐다.
조 의원의 학력 문제를 제기한 탈북자 이모씨에 대해선 또 다른 탈북자가 나타나 "이씨의 일부 경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등 이름이 알려진 탈북자들의 경력 관련 의혹이 인터넷 게시판을 달궜다.
국내 입국 탈북자 수가 2만4000명을 넘어서면서 당초 '공산대학 교수' '인민군 군관' 등으로 알려져 있던 인물들의 경력이 과장됐거나 위조된 것이라는 증언이 잇따랐다. 러시아 유학을 다녀왔다고 주장하는 피아니스트에 대해선 "재능도 있는 친구가 왜 경력을 과대 포장하는지 모르겠다"며 주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군 군의관 출신으로 알려진 탈북자는 TV에 출연하면서 '김일성만수무강연구소' 연구원 출신이라는 경력이 슬쩍 추가됐다. 최근 TV에 자주 나오는 탈북 여성은 "나는 김일성의 주치의였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탈북자들이 '김씨 왕조(金氏王朝)'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과장해서 증언하는 경우도 있으나 "북한에 있을 때 김정일을 만났다", "김일성 앞에서 공연했다"는 등의 '과시성 증언'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극히 일부 탈북자들에게 국한된 이야기지만 탈북자 사회에 대한 신뢰를 허물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이들이 학력이나 경력을 속이거나 부풀려도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북한에서 높은 지위에 있었다고 주장할수록 각종 강연이나 TV 출연 기회가 늘어나고 생계에 도움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과장'과 '거짓말'이 생계에 도움이 된다면 그런 성공 사례는 탈북자 사회에서 아주 빠르게 소문이 나고 동경의 대상이 된다.
국내외 언론의 책임도 크다. 자극적인 소재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탈북자들의 경력 위조를 대충 눈감아주고, 그러다 보면 검증되지 않은 학력과 경력이 자꾸 만들어지는 것이다. 관계 기관도 거짓인 줄 알면서도 "탈북자들의 인권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며 방치하는 듯한 인상이다. 하기야 탈북자들이 국내에 들어와 맨 처음 수용되는 '하나원'에서부터 이들을 재교육하고 정착시키는 노력에 소홀하고, '귀찮은 존재'쯤으로 대접해온 것이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 아닌가.
탈북자를 "배신자"라고 저주하고 북한의 3대 세습을 옹호하는 따위의 인간들이 국회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신분 상승 가능성을 절망적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반대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도 신분 상승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한 '먹고살기 위한 거짓말' 정도는 약과일지도 모르겠다. 거의 매일 지도급 인사들의 논문 표절과 파렴치 행각이 주요 뉴스가 되는 사회에서 사선(死線)을 넘어온 그들에게 누가 돌팔매를 던질 자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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