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일 에세이] <박근혜와 결혼하고 왔어?>
  • 논설위원
  • 2013-03-10 19: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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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어제는 새벽부터 부산으로 강연을 가던 날만큼 부산을 피웠습니다. 내가 뽑은 대통령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서 지정시간보다 먼저 가고 싶었죠. 아내가 다려준 파란 와이셔츠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옷매무시를 바로하며 집을 나섰습니다.

 

꿈만 같습니다.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취임식장인 국회로 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죠. 내 고향 평양에 있는 북한의 국회의사당격인 ‘만수대의사당’은 호위총국 정예요원들이 무장경비를 서며 일반인은 얼씬도 못합니다.

사물놀이 소리가 흥겨운 국회광장에 들어서니 새 대통령을 맞는 성대한 축하공연장이었습니다. 해마다 벚꽃축제가 열리면 혹은 북한문제 관련세미나에 참석하려 가끔 들리는 곳이지만 어제는 왼지 정겨운 고향집마냥 보였죠. 2만 5천명의 탈북민들을 대표하여 이곳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도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보았던 박근혜 대통령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의 크기가 국력의 크기가 되고, 그 국력을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다짐에 턱 방아를 찧었죠.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확실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하겠다니 ‘아! 내가 대통령을 잘 뽑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일생에 흔치 않는 영광을 마음에 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들 녀석이 묻습니다. “아빠! 박근혜와 결혼하고 왔어?” 하는 말에 그렇다고 하자 “아빠는 좋겠다. 엄마하고도 결혼하고 박근혜하고도 결혼하고... 혹시 바람둥이 아니야?” 하는 말에 박장대소를 했죠. 이 녀석 때문에 저는 매일 보약을 먹는 기분입니다. 제가 열심히 사는 이유도 바로 아들 때문이죠.

 

온가족이 아내가 차린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뉴스를 보려고 TV앞에 앉았습니다. 옆에 앉은 아들이 “아빠! 박근혜 예뻐?” 하고 묻습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정말 난처합니다. ‘얼굴보다 마음이 예뻐야 여자’ 라는 노래가사를 이해하기는 너무 어린 아들이고... 어떻게든 답변을 해야겠으니 말이죠.

마침 TV에서 모 방송 종합뉴스가 시작합니다. 남녀앵커가 화면에 나왔고 이때라 생각한 내가 “아들! 아빠가 매일 보는 뉴스 저 화면에서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달라?” 하고 물었죠. V자 손가락을 턱에 고이고 뭔가를 깊이 살피던 아들이 “남자는 꼭 같은 양복차림이고 여자는 매일 다른 옷을 입는다.”고 합니다. 속으로 흡족했죠. 이 녀석 누구를 닮았는지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납니다.

 

또 물었죠. “아들! 유치원의 네 여자 친구 지민이 말이야? 그 애 어디가 예뻐?” 그러자 거침없이 답합니다. “다 예뻐! 특히 지민이는 옷과 머리띠가 예뻐! 우리 반에서 지민이가 패션아이콘이야.” 하는 거 있죠. 엉? 이 녀석 영어는 왜 또 이렇게 잘하지? 과외를 시킨 적도 없는데... 그것은 TV뉴스, 만화게임, 그리고 어른들의 일상 대화에까지 온통 외래어니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한 제가 말했죠. “그래 아빠도 같아. 할아버지 대통령들과 할머니 대통령이 하는 일은 같겠지만 옷차림과 머리모양은 분명히 달라! 지난 수십 년간 봤던 대통령 할아버지들의 정장은 공통이고... 박근혜 할머니 대통령은 5년 내내 예쁜 옷과 고운 머리모양을 보일 것 아냐? 그것만 봐도 눈이 즐거울 것 같아!”


 

- 탈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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