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다 쓴 편지
  • 여행자
  • 2013-04-17 07: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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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숨어 사는 탈북시인 방랑시인의 시:
 
       천국에다 쓴 편지 (외3수)
 
                   백 이 무
 

우리 아빠엄마는
꼭 천국에 계실거예요!
한평생 착하게 살다 가신
천사같은 아름다운 분들이니
당연히 가더라도
아름다운 천국으로 가셨겠지요...?!

천국으로 가신
아빠엄마가 너무너무 보고싶어
이웃집 언니 손을 빌어
그리운 아빠엄마한테 편지를 쓰고
<<천국에 계신 순희아빠엄마앞>>하고
봉투에다 주소와 이름도 써서
부치려는데 --

우표를 못붙여서인지
야속한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도무지 받지를 않네요

마음 착한 아저씨,
저는 돈이 없어서 우표도 못사요
한번만 공짜로 부쳐주면 안될가요?!
아저씨, 제발 저를 불쌍히 여겨
간절한 이 편지를 꼭 부쳐주세요...

 
        행  복

내가 만약 오늘 밤
꿈을 꾼다면
제일 먼저
엄마를 만나는
꿈을 꾸고 싶어요

내가 만약 오늘밤
꿈을 꾼다면
그다음
하얀 이밥 먹는
꿈을 꾸고 싶어요

살아서 돌아오신
우리 엄마가
지어주신 
하이얀 쌀밥을
행복하게 먹고 싶어요...
 
 
      그 누가 생일을 쇠준다면

그 누가 나에게
고맙게 생일을 쇠준다면
나는 맹물에 밥 말아먹고 싶어요

그릇에 꽉 담긴 밥 한공기를
황송한 납수저로 폭폭 떠서
맹물을 국 삼아 함께 말래요

그리고 고마운 그 분이
한가지 은혜를 더 베푼다면
나는 간장 한술 더 달라 할래요

맹물에 한숟가락 간장을 타면
그러면 진짜 국이 되니깐요
진짜 국에 밥 말아먹고 싶어요...
 
 
          소  망

온 하늘에
하얗게 소복소복 내리는 눈이
그것이 쌀이였으면 ---

그러면 
배고픈 이 나라 아이들
절대로 절대로 굶어죽지 않으련만...

온 하늘에
하얗게 푸실푸실 내리는 눈이
그것이 솜이였으면 ---

그러면 
헐벗은 이 나라 아이들
절대로 절대로 얼어죽지 않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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