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 풍년
  • 여행자
  • 2013-04-17 07: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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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시: 
 
          허  탈  (외1수)
 
               백 이 무     
   
초근목피(草根木皮)
너를 보면 숙연해진다
너를 보면 지금도 허탈해진다

내 나라 민초들이 찾아 먹는
세끼 밥인 풀뿌리, 나무껍질
우리에겐 그것이
유일한 명줄인 밥이여서
너를 떠나 살수가 없었다...

소중한 그런 너를
어찌 그저 평범한 밥이라고만 하랴
차라리 우리는
그것을 밥이라 말하지 말고
우리의 목숨이라 부르자

들에 가면 초근(草根)
그 쓰디쓴 풀뿌리 뽑아 먹고
산에 가면 목피(木皮)
그 질긴 나무껍질 벗겨 먹으며
겨우겨우 연명해온 우리 목숨

언녕부터 밥으로 변신해
굶주린 백성들의 목숨을 이어주는
마지막 생명줄인 너를 떠나서
우리 어찌 생명을 론할수 있으랴?

산이면 산
들이면 들
온나라 산야를 헤매고 다니며
뽑아 먹고 벗겨 먹고 다 먹어버려서
이제는 텅- 빈 들, 민둥산
갈수록 더더욱 귀해진 그 밥

정녕코
내 나라에 그 밥이 모자라서냐
눈물겨운 그런 밥도 없어
수백만이 굶어죽은 이 참상
구경 이 세상 어디에다 대고
하소연한단 말인가... ???!
 
        밑 빠진 제단
 
이 나라에서
굶어죽고 얼어죽고
제명대로 살지도 못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담하게 죽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참다못해 좀이라도 반항을 하면
잡아다가 고문을 하며
때려죽이고
지져죽이고
찔러죽이고 
총살을 하고...

또 그렇게
얼마나 무수한 령혼들이
눈도 감지 못하고
한만 품은채 
억울하게 사라져갔는지 모른다

저주받은 죽음의 나라
이 나라 밑 빠진 제단에
산처럼 바다처럼 쌓인 시체들
철철철 그 죽음이 모자라서인가
얼마나 더 많은 고난의 목숨들이
아직도 제물로 바쳐져야
드디여 <<이제 그만--!>>
인류사상 이 비극이 멈출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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