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꼬마의 특별청구
- 여행자
- 2013-04-17 07: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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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시:
어느 꼬마의 특별청구
백 이 무
저는 워낙
한평생 착하게 살고 싶었지만
돌아다보니
쬐꼬만 제가 짧은 생을 사는 동안
너무 많은 죄를 저질렀습니다
온집안 사랑을 독차지하며
어쩌다 생긴 한숟가락 풀죽마저
저만 혼자 납작납작 받아먹어
허기진 아빠엄마 굶어죽인 죄
그렇게 꽃제비가 되여
온나라 방방곡곡 떠돌면서
배고프다 음식을 도적질해 먹은 죄
너무 추워 남의 집 빨래까지 훔친 죄
그러고도 모자라
나서 자란 조국마저 배반하고
끝내는 남의 땅에 도망쳐가
또다시 류리걸식 빌어먹으며
나라망신 쫄딱 시킨 매국역적죄
알고도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
자기도 모르는 새 얼떨떨결에
아차 그만 너무도 많이 저지른
하늘에 사무치는 오만가지 죄 죄 죄
이토록 고슴도치 외 지듯
죄만 잔뜩 지은 제가 만약 죽는다면
당연히 지옥으로 가야 마땅하나
그러나, 자비로운 하느님
저는 정말 지옥으로 가기 싫습니다
이왕 갈바에야 너무나도 보고싶은
아빠엄마 계신 천국으로 가고싶습니다
제 비록 많은 죄를 지었으나
필경 저는 이제 겨우 열두살
캄캄한 이 세상을 다 알기엔
아직은 너무나 맹랑하고 역부족한
가련한 철부지 아이입니다
이러한 제 사정을 참작하시고
부디 저를 불쌍히 여기셔서
제가 죽는 마지막 심판의 날
저에게 처벌을 내리시더라도
조금은 경한 벌을 내리셔서
제발 지옥에는 보내지 말아주세요
녜?!, 자비로운 하느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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