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납북자 송환,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켜야
  • 관리자
  • 2011-10-28 09: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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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국가인권위 북한인권특별위원장·변호사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4일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외교통상부 장관, 통일부 장관 등에게 북한에 억류 중인 신숙자 모녀의 생사 확인과 송환을 위하여 국내외에서 구체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고했다. 특히 이를 위해 인권위는 국무총리에게 범정부 차원의 납북자 송환기구를 구성해 신숙자 모녀의 송환을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가 특정 가족을 지목하여 정부 기관들로 하여금 생사확인과 송환을 위하여 노력할 것과 범정부 차원의 납북자 송환기구 구성을 권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 신숙자 모녀 말고도 북한에 의해 납치돼 생사불명인 사람들이 6·25 전쟁 중 납북된 8만여명과 휴전 이후 납북된 517명이나 있어 그 가족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 강제로 떨어져 수십년간 살아온 사람들의 고통은 겪어 본 사람만 알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납북자는 없다'며 논의 자체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최근 휴전 이후 납북자 중 21명이 평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우리 정부는 납북자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응하여 자국민 보호책임을 게을리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납북자를 기억하고 생사확인과 송환노력을 포기하지 말자는 뜻을 담은 물망초 배지 달기가 국무위원과 국회의원 사이에 확산되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일본은 납북자 수가 17명에 불과한데도 2002년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북한을 방문하여 납북자 일부를 송환받았고 총리가 대책본부장을 맡아 납북자들의 생사확인과 송환을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금이라도 납북자 전담부서를 만들고 유엔 등과 긴밀한 국제공조하에 납북자들의 생사확인과 송환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일본 정부가 납북자 문제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은 1977년 니가타 해변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됐던 요코타 메구미의 송환을 위한 시민운동이 큰 압력이 됐다. 요코타 메구미의 부모는 딸을 찾으려는 노력을 20년 이상 꾸준히 벌인 결과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는 모임'이 일본 각지에서 결성됐고, 1999년부터 매년 국민집회가 개최되어 2003년에는 도쿄 히비야 공원에서 1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정치인들도 이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당선이 불가능할 정도로 일본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됐고, 납치문제를 열성적으로 끌고 간 아베 신죠는 일본 총리가 되었다. 지금 통영에서 불고 있는 신숙자 모녀 구출운동도 정부와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범국민운동으로 확산되기 직전 단계에 있다.

그리고 지금 북한에는 신숙자 모녀같이 연좌제에 의하여 아무 죄 없이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신음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통치체제를 유지하고 최악의 인권상황을 만들고 있는데,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정치범수용소에 의한 공포정치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나 국민은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침묵해 왔다. 북한인권의 개선은 국경을 초월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 실현이자 대한민국에 부여된 엄숙한 의무이다. 우리는 신숙자 모녀 구출운동을 납북자 문제의 당위성과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 이를 국민운동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나아가 북한인권 개선의 전환점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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