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아이
  • 여행자
  • 2013-04-17 07: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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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시:

         조선의 아이 (외1수)
                백 이 무
 

하느님, 죽기전 저에게

간절한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들어주리이까 거절하리까?


하느님,

바람앞에 등잔불처럼 간들간들

숨져가는 꽃제비의 마지막 소원이오니

한번만 귀기울여 주소서!

 

다름이 아니라 하느님,
이 생은 지옥에서 살았으니
다음생에는 천국에서 살게 해주소서...!!! 
       

             마지막 인사

 

이 밤은 작별의 밤 
삶에 절고 몹시 지친 우리들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머무르는
참으로 쓸쓸한 최후의 밤 --

배가 등뒤에 가 찰싹 붙은데다

누데기 홑옷을 입은 온몸이

바깥에서 더욱 떵떵 얼어들어

이제는 감각마저 없어졌으니

아무래도 우리들이 무사히

오늘밤을 넘길것같지 못하구나!

게다가 
눈보라까지 세차게 휘몰아치며
더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우리 어찌 이 밤을 넘길것인가... ?!

얘들아, 
하나라도 추위가 덜어지게
달팽이처럼 옹송그린 우리 몸을
더욱 가까이 딱 붙여 기대자
그다음 최후로 무엇을 할가
곰곰히 할 일을 생각해보자

무엇보다 우리 마주 웃으면서

서로 굳게 악수하자

가더라도 마지막 작별인사는

제대로 나누어야 할게 아니냐?

우리 이 세상에 머무는 동안
어떻게 호상 돕고 의지하며
오만가지 고난도 함께 헤쳐온
얼마나 정이 깊은 형제사이인데
이 곳을 떠나는 마지막 날
변변한 인사조차 없을소냐?

 

아쉬운 추억에 잠겨
짧은 생을 잠간 한번 뒤돌아보고
슬픔도 기쁨도 같이 나누며
이 험한 세상을 함께해줘 고맙다고
서로 먼저 인사하자

그때는 
정말 너무 고달팠던 잊고싶은 옛일이나
지금은 정작 떠나려니
어쩌면 새삼스레 눈물나게
함께했던 지나간 순간들이 그립다고
다시 한번 말해보자

 

그래도 

다행히 그 세월을 함께했던 형제들이

갈 때도 이렇게 마지막까지 함께 가니

정말로 감개가 무량하다고

크나큰 위로가 된다고

진심으로 고백하자


... ...


이 밤은 최후의 밤

그러나 세상을 떠나가기 전

서로 굳게 손잡고 눈물로 작별하는

우리들사이 할 말은 끝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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