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보위부 ‘우암각 습격’뒤 김정남 싱가포르 피신
- 관리자
- 2010-06-07 14: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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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안성규.신인섭] “개XX, 어린놈이 나를 죽이려고 해.”
2009년 4월 말, 마카오에 있는 김정남의 격앙된 목소리가 한국 정보망을 울렸다. 김정남은 급히 싱가포르로 몸을 피했다. ‘나를 죽이려는 어린놈’에 대해 최근 탈북한 고위 인사는 ‘우암각 사건’을 꼽았다. 개요는 이렇다.
2009년 4월 초 평양 중구역의 우암각으로 국가보위부 수색팀이 들이닥쳤다. 이복동생인 김정은의 지시였다. 우암각은 납치됐던 신상옥·최은희 부부가 살던 고급주택. 1997년께부터 김정남이 안가로 애용했다. 김정남은 평양에 가면 여기서 지지세력들과 ‘비밀 파티 정치’를 열었다. 보위부는 관리원 몇 명을 연행한 뒤 파티 참석 인물을 집중 추궁했다. 조사를 받은 최측근의 연락을 받은 김정남이 이를 ‘목 조르기’로 보고 피한 것이다. 두 달 뒤인 6월 5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북한의 국가보위부, 4월 3일 평양 내 김정남 측근 수명 구속”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김정남은 우암각 사건 뒤 납작 엎드렸다. 싱가포르에서 아버지와 고모부 장성택(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의 남편) 노동당 행정부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또 해외 언론과 인터뷰 기회가 생기면 “후계에 관심이 없다. 조용히 살겠다”는 취지로 반복했다.
그러나 부인과 내연녀, 오스트리아에 사는 이종사촌 누나 김옥순 같은 이들에게는 본심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김정은을 ‘멍청한 어린애’라고 비꼬며 ‘후계 자격이 없다’는 식의 말을 한다는 게 마카오의 김정남 지인들을 통해 파악됐다. 자격이 없는 이유엔 이른바 ‘혈통의 비밀’이 포함돼 있다. 김정은의 생모가 알려진 대로 김 위원장의 처 고영희가 아니라 그의 비서인 김옥이라는 얘기다. 김정남은 4일 기자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마카오 지인들에게 사석에서 한 발언을 종합하면 이렇다.
“평양음악무용대학 출신인 김옥은 80년께 기쁨조로 발탁돼 김정일의 건강관리 담당 서기에 이어 내연 관계로 발전했다. 김옥은 84년 남자아이를 출산했는데 그가 김정은이다. 아이는 고영희(2004년 사망)의 아들로 꾸며지고, 맡겨졌다”는 것이다. 정보 소식통은 “김정은과의 이런 관계 때문에 김정남에게 망명이란 단어가 떠오르기 시작했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김정남이 “에펠탑이 보고 싶다”는 말을 한 사실도 포착됐 다.
마카오에선 김정남이 최근 북한 상황에 대해 말한 것도 들렸다.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아버지가 치매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해 더는 업무를 잘 보지 않는다” “과거 아버지가 모든 일을 보실 때는 (북한이) 아무리 강경해도 모종의 메시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고 한다. 또 “북한이 외부에 대고는 문제가 없는 척하지만 사실은 통제불능이다. 군과 보위부 등이 충성 경쟁 한답시고 서로 열을 내지만 아무 내실이 없다”고도 했다는 것이다.
홍콩·마카오=안성규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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