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양승진 기자] 내가 탈북하면서 끔찍한 사고를 그것도 눈앞에서 당한 게 두 번이다.
같이 탈북한 언니가 두만강에서 네 살짜리 여자아이를 떠내려 보낸 것이 첫 번째라면 베트남 악어강에서의 참사가 두 번째다.
중국 국경지대를 통과해 베트남까지 숨어들어온 우리는 산을 넘고, 쪽배를 타는 등 늘 쫒기는 신세였다.
어느날 큰 강이 다가 오려는지 논 길을 하염없이 걸었다.
한 4-5시간은 족히 걸었을 것으로 기억된다. 똑같은 길을 걷는다는 게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
브로커는 없고 그의 지시를 받은 현지인 두 명과 여자 탈북자 7명이 함께했다.
당시 우리 일행 중 가장 나이 많은 언니는 43살이었고, 가장 어린 여자가 24살이었다.
어두운 밤 일행은 지친 걸음을 옮겨 악어강에 도착했다.
이 강이 베트남과
캄보디아 국경으로 몇 발자국만 움직이면 그동안의 고생도 끝이 난다.
강폭은 6-8m로 그리 넓지는 않았는데 물살이 빨랐다.
깊은 곳은 다리가 땅에 닿지 않아 얼마가 되는 지 가늠하지 못할 정도 정도였다.
강을 건너는 방법은 자동차 타이어 안에 있는 튜브를 이용해 가이드가 먼저 건너가면 여자들은 타이어에 묶인 줄을 잡고 끌려가는 형식이었다.
먼저 간 사람들이 침착하게 강을 건넜다.
다음은 우리 일행 5명 차례였다.
갑자기 두만강에서 일을 떠올리자 건너기가 힘들어졌다.
줄을 잡고 얼마쯤 횡단하는가 싶더니 내 옆에 있던 24살짜리 막내가 갑자기 아~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영문을 몰랐는데 악어가 막내 다리를 물어뜯고는 돌아서느라 꼬리를 일행 쪽으로 내리치며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강물이 시커멓게 변하면서 아비규환이 됐다.
악어에 물린 막내는 그렇다치고 같은 튜브를 잡고 가는 우리는 놀라고 그 두려움에 소리를 질렀다.
가이드가 막내 쪽으로 다가가 보니 한쪽 다리는 악어가 물어 갔는지 보이지 않고 한쪽 다리는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다들 어찌할 줄 몰라 멍하니 있는 사이 가이드는 빨리 나오라고 소리치며 당겼다.
발이 물에 잠길 정도로 낮은 곳까지 나왔는데도 다들 무서워 물 밖으로 나서지 못했다.
가이드가 떼밀다시피 밀어 강둑으로 올리는 바람에 우리는 다들 캄보디아 쪽으로 무사히 건넜다.
하지만 막내는 튜브에 매달려 살려달라 절규하며 반대편 베트남 쪽 강둑으로 갔다.
가이드가 전화로 뭐라 그러는 데 아마도 구급차를 부르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면서 다들 벌벌 떨고 한동안 움직일 줄 몰랐다.
이렇게 까지 하면서 탈북을 해야 하는 지 마음속으로 묻기를 몇 번이고 하염 없이 되풀이 했다.
그러면서 한 시간쯤 흘렀을까 막내는 차에 실려져 보내졌고, 피를 많이 흘려 아마도 죽었을 꺼란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여자가 월경을 하면 악어가 10리 밖에서도 알아차리고 찾아온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막내는 그날 월경 마지막 날이었다.
우리는 악어강에서 멍하니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다시 발걸음을 뗐다.
더 머물러봐야 좋을 것도 없고 그래야 살 것 같다는 마음에 서로를 위로하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었다.
얼마쯤 갔을까 캄보디아 국경수비대와 마주쳤다.
미리 손을 써 놨는지 그들은 우리 일행을 데리고 군 막사로 갔다.
밝은 불빛 아래 보니 우리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한 군인이 샤워하고 옷 갈아입으라면서 샤워장으로 인도했다.
샤워기 아래서 몸을 씻으면서 악어에 물린 막내를 떠올리자 눈물이 났다.
탈북이 악어 밥이 될 줄이야 꿈에나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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