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으로 바람 부는 날이면 기어서라도 나가는" 사나이
- 킹콩
- 2010-08-01 23: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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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8일 임진각에서 열린 ‘300만 황해도민 자유풍선 날리기’ 대회에서 이민복씨가 북한에 날려 보낼 풍선에 가스를 넣고 있다 /월간조선
이민복 씨는 15년 전에 한국에 왔다. 그전엔 북한 과학원 소속 농업과학자였다. 요즘 그는 2001년부터 시작한, 북한에 전단 등을 담은 풍선을 날려보내는 일에 흠뻑 몰두해 있다.
2008년부터는 경찰의 보호도 받는다. 대북 전단에 대해 북한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이씨에 대한 위해(危害)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노트북으로 수시로 기상청 일기예보를 점검하다가, 풍선을 보내기에 좋은 바람이 분다 싶으면 바로 달려나갑니다. 특히 평양으로 풍선을 보내기 좋은 바람이 불면 아무리 피곤해도 기어서라도 나갑니다.”
이민복씨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신천학살사건’이 풍선 날리기의 중요 주제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북한은 6·25 기간 중 미군이 이 사건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기념관까지 만들었는데, 이는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거짓말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신천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전단을 많이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평양까지 풍선이 날아가느냐는 질문에 “2005년 풍선 날리기에 동참했던 목사들을 만난 탈북자들이 ‘강원도에 엄청나게 삐라 소문이 나 있고 평양 대동문에 풍선이 걸려 난리가 났었다’고 했다”며 “그해 11월 한 탈북자의 처남이 무역일꾼으로 중국에 나와 전화를 했는데 ‘탈북자들이 삐라를 보낸 것이 평양에까지 떨어져 김정일이 미쳐 날뛴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씨가 풍선을 날리는 일을 하는 것은 북한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북한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1990년 강원도 철원으로 출장을 갔다가 6·25는 북침이 아니라 남침이라고 주장하는 전단을 봤다. 그는 “‘북침이라면 어떻게 3일 만에 서울이 함락됐겠느냐’는 물음을 보니 이상하기는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이후 다른 출장길에서 팔로군 출신 노인을 만나 “아바이 같은 분들이 조국해방전쟁(6·25)때 싸워주신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며 전쟁 얘기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국공내전에 참가했다가 인민군에 편입돼 6·25를 치렀다는 노인은 “전쟁 직전 양양·속초로 이동했다가 6월25일이 되니 물밀듯이 쳐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남침을 확신하게 된 이씨는 “전단에 한국의 발전상 등을 소개한 뒤 끝 부분에는 ‘이 이야기가 맞는지 주위의 조선족이나 교포들에게 조용히 물어보십시오’라고 덧붙인다”고 했다.
이씨가 전단에 담는 내용은 수령 우상화와 혁명주의, 선군(先軍)정치를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는 “이것이 북한정권의 정수리를 때리는 내용들”이라고 했다. 이지스함, 순항미사일, 흑표전차 등 국군 무기의 우수성을 알리는 내용도 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우리가 가난하긴 해도 군사력은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것마저 무너뜨리면 북한을 지탱하는 신화는 모두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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