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3단계 통일론…北급변사태 고려?
- 김용훈기자
- 2010-08-16 10: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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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5일 평화·경제·민족 공동체로 이어지는 '3단계 통일방안'과 이를 위한 '통일세(稅) 검토'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금 남북관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고 주어진 분단상황의 관리를 넘어서 평화통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면서 '평화→경제→민족공동체' 순으로 이행하는 3단계 통일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통일은 반드시 온다.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며 "이 문제를 우리 사회 각계에서 폭넓게 논의해주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3단계 통일방안과 통일세 문제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해 통일 문제 역시 보다 실질적인 검토와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문제인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이 김정일 건강, 3대 후계세습, 심각한 인플레이션 등 심각한 체제 불안요소를 갖고 있는 만큼 향후 북한의 급변사태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대결과 반목이 반복되는 분단상황의 관리를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존과 평화통일을 목표로 한 새로운 남북관계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이에 따라 천안함 사태 등 현 상황을 넘어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현실적인 통일방안을 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부가 향후 남북관계 전환을 위한 모종의 정책 변화를 시도하는 등의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북한의 핵개발 및 대남도발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북한의 태도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 "더 이상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있어서는 안되며,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이제 현실을 직시해 용기있는 변화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평화공동체를 구축하려면 무엇보다 한반도의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때까지 대북제재 조치를 유지할 것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대목이 눈에 띈다.
전문가들 역시 이날 이 대통령이 발언을 '북한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통일론 제시'로 해석하면서도 정부가 기존의 대북정책을 유지하는 데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황병덕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대통령이 통일을 앞당기겠다는 문제의식 아래에 3단계 통일방안과 통일세를 제안한 것"이라면서 "특히 후계자 문제를 비롯해 불안한 북한의 정세를 염두에 둔 제안"이라고 분석했다.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장도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제안"이라면서 "특히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남한만이라도 실질적인 준비를 하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소장은 또 "우리 정치사에서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통일문제를 계속 언급하는 관례가 있다"면서 "3단계통일방안 제안은 천안함 사건이후 대북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출구전략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제시한 방안은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공존 단계인 평화공동체에서 경제협력 단계인 경제공동체, 완전한 통일 단계인 민족공동체로 이어지는 3단계 통일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경제·민족 통일방안은 지난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제안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계승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보다 구체화시켰다는 것이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평화공동체'는 남북간 대화와 교류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면서 '그랜드바겐'을 통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실행해 핵무기 없는 한반도 구현을 목표로 한다.
'경제공동체'는 개성공단 등 남북 교류협력의 포괄적인 확대와 함께 '비핵·개방 3000' 프로젝트와 국제사회의 협조를 통해 북한주민의 삶의 질 개선과 남북간 경제격차를 해소하는 단계다.
마지막으로 '민족공동체'는 민족동질성 회복과 법·제도의 통합을 통해 단일 공동체를 완성하는 단계다. '평화공동체'와 '경제공동체'는 함께 진행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선 '평화공동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러한 3단계통일방안의 실천을 위해 이 대통령은 통일세를 제안했다. 평화통일을 통한 민족공동체 구현에 있어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가 재원마련인 만큼, 이를 위해 통일세 문제를 공론화시키면서 향후 실질적인 준비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독일 통일 과정에서 20년간 약 2조 유로(3000조원)를 지출해 경제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서독의 경우 통일될 때까지 10년 동안 매년 100억 달러를 모금한 전례가 있다.
청와대는 관계자는 "통일세는 북한의 특정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장기투자의 의미를 지닌다"며 "재원마련 방안과 징수규모, 용도 등에 대해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조세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통일이 이뤄지면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데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며 "통일이라는 게 언제 갑자기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미리 준비를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의 3단계 통일방안 제안에 대해 북한은 조만간 '강력 비난' 형식의 대남선전으로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6.15 선언, 10.3 합의가 남북통일의 전제임을 강변해왔다.
15일자 노동신문 사설에서는 "지금 미제와 남조선 괴뢰역적패당은 민족의 통일의지에 역행하며 반공화국제재압살공세와 새 전쟁도발책동에 피눈이 되여 날뛰고 있다"면서 "6.15 공동선언에 기초한 조국통일"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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