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반대하는 탈북자들은 사람이 아니다?
  • 도명학
  • 2010-09-18 13:09:58
  • 조회수 : 2,914
                                    탈북자, 대북지원 왜 싫어하나?

                                                                                                          (도명학)

요즘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다시 훈풍이 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천안함’ 사태로 북한에 대해 강경대응을 선언한지 불과 몇 달도 안 됐다. 그동안 북한도 수위 높은 위협발언을 거듭 반복했다. 그런데 갑자기 대북지원과 이산가족상봉 등으로 남북이 협상까지 하고 있다. ‘천안함’이 두 동강이 나더니 강경대응도 두 동강 난 느낌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탈북자들도 혼란스럽다. 대북지원을 누구보다 반대하는 것이 바로 탈북자들이다. 아니, 반대한다기보다 지원을 해도 원칙을 가지고 북한주민에게 실지로 덕이 되도록 하라는 것이다.

 

북한주민에게 도움이 되고 북한지도부가 성근한 태도로 나오기만 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그런 경우라면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 G20정상회의 의장국답게 지난 정권들에서 하던 것보다 더 통 크게 하기를 바란다.

 

남아돌아 걱정인 쌀은 전부 다 주어도 좋다는 것이 본인의 욕심이다. 이미 보내기로 한 쌀 5000톤 정도는 경제대국의 체통에 어울리지 않는다. 북한사람들도 웃을 수 있다. 받고 돌아서서도 고맙기는커녕 빈정대기 좋은 수량이다.

 

하지만 분명히 보이는 것은 요즘 던지는 북한의 추파가 덫이라는 것이다. 물론 내부의 불만과 국제사회의 거듭되는 제재로 코너에 몰린 북한지도부가 백기를 드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다. 정말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환상은 접어두는 것이 옳다.

 

김정일이 몇 달 동안 제재를 받았다고 하여 그렇게 쉽사리 자세를 낮추고 들어 올 정도면 벌써 오래전에 북한문제는 해결 되었을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무려 300만 명이상 아사하는 가운데도 그는 버텨냈다. 또한 “햇볕정책” 10년도 그를 녹여내지 못했다.

 

큰물피해, 미국의 금용제재강화,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방중, 이 모든 것이 얽혀 돌아가는 시점에 문득 추파를 보낸 북한의 행동이 너무 수상하다. 깜짝 수를 잘 쓰는 김정일의 계산이 분명 깔려 있다.

 

그로 인해 또 한 번 남한 내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 벌써 그 조짐이 보인다. 여야 사이는 물론 여권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보수진영조차 자기진영에 속한 특정 정치인들을 지명 공격하는 성명을 신문에 발표했다. “대북지원 하겠으면 제 집을 팔아 지원해라”고 한다.

 

한편 북한은 수해지원물자가 아직 도착도 하기 전에 벌써 강연회에서 “남조선에서 보내는 쌀은 결코 민족화해를 하자고 보내는 것이 아니며 그 쌀을 받아들이는 것은 항일무장투쟁 시기 일제로부터 쌀을 뺏어 보급품으로 썼던 것과 같다”고 말했다고 한 매체가 보도했다.

 

과거 쌀 지원이 들어와도 덕을 보지 못했던 북한 주민들은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잘못된 대북지원은 독재정권만 이롭게 하고 그 수명을 연장시킬 뿐이다.

 

이번에 북한에 보내는 식량이 군량미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5킬로그램 단위로 포장하여 보낸다는 말을 들은 탈북자들은 남한이 참 순진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주면 지켜보는 앞에서는 한 두 개씩 나누어 주겠지만 다시 뒤에서 몰래 회수하기는 더 쉬울 것이다. 40~50킬로그램씩 포장한 것은 부득불 뜯어서 저울에 달아 나누어야 하기 때문에 집에 가져가면 단 한줌이라도 먹어 보고 바칠 수 있다. 그러나 5킬로그램짜리는 포장을 뜯기만 하면 금방 표가 나 숨기기 어렵다. 그냥 구경만 하다가 다시 바치라면 바쳐야 할 것이다.

 

지난 시기 독일에서 보내 준 소고기도 앞에선 주고 뒤에서 회수해 군대에 보냈다. 모니터링에 참여한 유엔 관리들 앞에서는 제대로 나누어 주었다.

주민들은 그것을 받아 집으로 들어가 양동이나 배낭 등에 보이지 않게 넣어 마을 뒤에 대기한 자동차에 실어 보내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모니터링을 받아들여도 그 정도다. 다 빠져 나간다. 그만큼 도가 터 있다.

 

이런 체험도 없이 대북지원이 북한을 변화시키고 평화를 보장한다고 착각하는 일부 사람들은 탈북자들을 대놓고 모욕하기도 한다. “부모형제가 사는 곳에 식량을 보내자고 하는데 그것을 반대하는 탈북자들은 저만 배부르면 된다는 몰인정한 인간”이라고까지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북한동포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면 제 혈육을 두고 온 탈북자들보다 더 아픈가?”고.

 

살면서 살펴보니 그런 사람들일수록 통일을 원하지 않았다. 말과 행동이 달랐다. 전쟁만 나지 않고 자기가 안주할 울타리만 별 일 없다면 김정일에게 대한민국을 전부 가져다주어도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대북지원이 북한주민에게 정말로 제대로 가닿는다면 탈북자보다 더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을 굳이 반대해야 하는 아픈 마음을 남한사회가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정부와 국민이 김정일이 보내는 추파에 독은 없는지, 덫은 아닌지, 잘 살피며 부디 당당하고 지혜롭게 가길 간절히 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