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은 부시가 만든 폭탄이다”. 남성욱 번역
- 조갑제닷컴
- 2010-11-14 11: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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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코드’라는 책이 있다. 소위 수정주의 학자로 불리는 시카고대학의 브루스커밍스 석좌교수가 쓰고 現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남성욱 소장이 2005년 3월 번역해 출판된 책이다. 브루스커밍스는 2007년 5월‘후광 김대중 학술상’초대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한 인물이다. ‘후광 김대중 학술상’은 이른바 “민주주의와 인권신장,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5.18 정신의 학술적 계승을 위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김정일 코드’가 김일성과 6·25, 김정일과 북한을 美化(미화)하는 수준은 놀라울 정도다. 다양한 引用(인용)과 證言(증언), 현란한 表現(표현)을 동원해 대한민국 현대사에 무지한 이들을 미혹케 만든다. 우선 일제시대 김일성의 활동과 관련, “고전적 로빈 후드”, “가장 유명한 지도자”, “위대하고 유능한 지도자”, “조선의 영웅으로 찬양”, “그의 부대원들은 정말 용감하다”, “엄청나게 강한 매력”, “우리의 총사령관·위대한 지도자·현명한 교사·다정한 친구는 다름 아닌 김일성 장군이다”는 등의 표현이 반복된다. 또 “김일성이 러시아의 꼭두각시인 것처럼 비춰진 것”에 대해 “오해”라고 강조한다. 6·25에 대해서는 김일성의 남침에 대한 비판적 서술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의 공습은 북한을 철저히 파괴했다”, “미국인들의 야만적인 공습”, “미국인들이 저지른 파괴와 끔찍한 살해”, “미군은 모든 것에 재미삼아 총을 쏘아댔다”,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수백만 명의 민간인들이 생명을 잃었다”며 “북한이 병영국가”가 된 이유는 “무엇보다 미국이 한국전쟁 동안 대학살(holocaust)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천상륙작전 이후에는 국군과 경찰에 의한 “지독하고도 무서운 보복”이 이뤄졌다며 이를 “국군의 학살”, “총살”, “처형”, “살해”, “몰살”, “중세 마녀사냥”, “킬링필드” 등으로 표현한 뒤, 이것은 “전방 전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또 살아남은 좌익에 대해선 “노예 취급”을 하고 “여자들은 남한과 미국 군인들에게 ‘밤낮없이’ 强姦(강간)을 당했다”고 덧붙인다. ‘김정일 코드’라는 책에 따르면, 1945년 독립 당시 34세의 김일성은 민족해방에 노력해 온 위대한 지도자이며 6·25는 미군의 학살 전쟁과 국군의 야만적 보복이 뒤엉켜 저질러진 “중세 마녀사냥”이나 “킬링필드”가 된다. 정치범수용소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김정일의 강제노동수용소는 수감자들을 처벌하지 않고 교화시킨다는 ‘교육기관’으로 세워진 것”이라고 옹호한 뒤 “반면에 미국은 감옥에 흑인으로 가득 찬 강제노동수용소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더 정당하게 된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마지막 침공은 철저히 무장한 병영국가를 낳았다”며 “북한이 핵을 갖는다면 이는 부시가 만들어준 무기(Bush's bomb)”라고 썼다. “북한 핵은 부시가 만든 폭탄이다”는 문장은 이 책의 표제어 중 하나로도 인쇄돼 있다. 심지어 이 책은 “북한에는 부인할 수 없는 자유가 존재하며 그것은 한국적인 한국인이 되는 자유다”라며 신앙·언론·집회·결사·거주·이전 등 인간의 자유가 완벽히 박탈된 북한을 “한국적 한국인이 되는 자유”로 표현한다. 惡魔(악마)를 위한 변론문. 소름끼칠 정도로 잔인하게 느껴진다. 譯者(역자)인 남성욱 소장은 ‘옮긴이의 말’을 통해 “브루스 커밍스 교수만큼 한국 현대사에 정통한 외국 학자도 보기 드물다. 한국전쟁의 기원에 대한 그의 연구는 ‘전통주의와 수정주의’라는 이론적 대립 때문에 많은 논란을 일으킨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역사 해석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298p)”고 평가한다. 또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한국 현대사의 키워드가 ‘자주’와 ‘통일’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며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는 커밍스 교수의 특정한 관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연구를 특정 관점과 시각에서만 바라본다면 연구의 결실을 반쪽밖에 파악할 수 없다. 이 저서의 의미는 한국 현대사란 학문에 임하는 철저하고 성실하고 냉엄한 자세에서 비롯한다(299p)”고 적고 있다. 2. ‘김정일 코드’에서 김정일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찾을 수 없다. 40억 달러를 스위스 비자금 계좌에 놔두고도 1년에 3억 달러를 쓰지 않아 300만 명을 굶겨 죽인 사실, 시체가 산을 이루기 시작한 1994년 북한의 3년 치 식량 값 8억 달러를 들여 김일성 궁전을 리모델링한 사실, 김정일이 북한 간부 300년 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3000달러 식사를 한다는 얘기도 나오지 않는다. 브루스 커밍스는 김정일을 오히려 이렇게 평가한다. “김정일은 플레이보이도 바람둥이도 술주정꾼도 아니고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은 광신적 ‘악마박사’도 아니다. 그는 그다지 사교적이지 않으며 과음하는 편도 아니고 집에서 파자마를 입은 채 비서들이 회색 가방에 담아온 수많은 분야의 서류에 지시사항을 적어 넣는 가정적인 사람이다.(···) 그는 점잖은 성격에 수줍음을 타는 편이며 정남을 비롯한 자녀들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헌신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한국 아버지들과 다를 바 없다. 김정일은 북한 방문자들을 매혹시키는 호화판 공식행사를 주재하는 것보다 그들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125p)” “점잖고” “수줍고” “가정적이고” “헌신적인” 김정일은 100만 명 이상이 죽어간 정치범수용소 역시 아래와 같은 이유로 만들었다고 저자는 변호한다. “공식적으로 김정일의 강제노동수용소는 수감자들을 처벌하지 않고 교화시킨다는 ‘교육기관’으로 세워진 것이다(140p)” 브루스 커밍스는 정치범수용소 출신인 강철환氏에 대해 그가 살아남은 것이야말로 정치범수용소의 ‘교육기관’으로서의 필요성과 탄력성을 반증하는 양 강변한다. “강철환씨가 저술한 ‘평양의 수족관(Aquariums of Pyungyang)’은 재미있고 믿음직한 이야기다. 이 스토리는 프랑스 출판사가 원래 의도했던 것처럼 전체주의적 억압상을 다른 무시무시한 소설로 가공되지 않았다. 그 대신 육친들과 10년간 감금당했음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고 포로수용소에서 10년간 수용된 전과가 평양 거주나 대학입학 그리고 엘리트 지위로 진입하는 데 반드시 장애물은 아니라는 것을 증언한다.(143p)” 브루스 커밍스가 정작 비난하는 체제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다. 그의 말은 이어진다. “반면에 미국은 감옥에 흑인으로 가득 찬 강제노동수용소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오래 되었으나 영원히 끝나지 않는 굴라그(편집자 주. Gulag. 강제수용소)다. 그곳에는 모든 흑인 청년들의 25퍼센트 이상이 감금돼 있다. 이것이 경찰국가인 북한의 핑계거리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을 손가락질하기에 앞서 미국인들이 먼저 그들의 내부 도시가 가진 병폐에 대해 무엇인가를 시도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143p)” 브루스 커밍스는 이제 2만 명에 달하는 탈북자들의 증언에 대해서도 근본적 회의를 품는 것처럼 보인다. “문자 그대로 반세기 동안 한국의 정보기관 또한 북한 탈북자들을 줄 세워 놓고 미국의 기자들을 연달아 유혹하여 평양에 대한 루머를 만들어 내는 데 가세했다. 그 가운데는 가짜 탈북자도 있었다. 그들은 도서관에서 잠시만 조사해 보아도 금새 들통 날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다.(20p)” <계속. ‘김정일 코드’의 김일성 미화, 6·25남침 옹호, 북핵 비호 등에 대한 기사가 이어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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