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자엽선생의 사망을 통해 본 남한 사회 (1)
  • 정필
  • 2010-10-21 17: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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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장엽 사망을 통해 본 남한사회

                                         (도명학)

탈북자사회의 대부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사망은 탈북자들에게 큰 손실인 동시에 남한사회를 다시금 살펴볼 수 있게 한 계기였다.

언론들은 황장엽 선생의 사망 소식을 앞 다투어 전했고 정계, 사회계의 유명 인사들을 비롯한 많은 조객들이 탈북자들과 함께 빈소를 찾고 장례식에도 참가했다. 정부는 급기야 무궁화 훈장을 추서하고 유해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할 수 있게 조치를 취했다.

황장엽 선생은 공정한 예우를 받았다고 본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조의기간을 통해 탈북자들은 남한사회에 뿌리 깊이 남아 있는 편견과 이념갈등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북한민주화와 통일애국을 위한 선생의 공적을 높이 평가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고인을 모욕하는 목소리들도 터져 나왔다.

황장엽 선생을 두고 이념갈등만 부추긴 인물이라느니 가족을 버리고 온 비정한 인간이니 하고 폄하하는가 하면 무궁화 훈장 추서와 국립현충원 안장에 대해서도 시비했다. 장례를 “통일사회장”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가발전을 위해 기여한 것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일부 네티즌들은 황장엽 선생이 국립현충원에 묻힐 것이 아니라 평양의 “혁명열사릉”에 묻혀야 한다고 비아냥댔다. 그 중에는 “공산당간부가 국군전사자들이 잠든 현충원에 묻힌다는 것은 모욕”이라고 주장하는 몰상식한 내용도 있었다.

전직 대통령들과 여당을 비롯한 보수정당이나 단체들은 부고가 전해지자 모두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하고 화환들도 많이 보냈다. 하지만 야당은 겨우 개인자격으로 몇몇 인사가 다녀갔으며 민노당, 진보신당 같은 곳에서 나타난 사람은 보이지도 않았다.

탈북자들은 황장엽선생의 존재를 두고 엇갈리는 이러한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분명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남한사회에 만연한 이념갈등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그 뿌리를 확인했으며 탈북자들이 함께 해야 할 사람과 비켜가야 할 사람을 가려냈다.

물론 황장엽 선생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견해는 각자의 자유다. 하지만 그것은 김정일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황장엽 선생은 김정일 정권에 반대하여 일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한에 왔다. 그 때문에 김정일은 그를 눈에 든 가시처럼 여긴 것이다. 계속 된 북의 암살기도가 그것을 입증한다. 그의 존재가 그만큼 김정일 정권에 위협적이고 두려웠다는 말이 된다.

황장엽 선생이 국가발전에 기여한 것이 뭐가 있냐고 한 사람들은 이런 것을 기여로 보지 않는 것 같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북한까지도 포함한 전체 한반도이다. 그러므로 김정일 정권에 대한 투쟁은 곧 국가발전에 대한 기여다.

황장엽 선생이 현충원에 묻힐 것이 아니라 평양의 “혁명열사릉”에 묻혀야 한다고 한 사람들도 생각을 고쳐해야 한다. 김정일 정권을 반대해 활동한 사람이 어떻게 “혁명열사릉”에 묻힐 대상인가. 국군전사자도 황장엽선생도 모두 북한정권에 맞서 싸웠다. 이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옹졸하고 편협한 시기일 뿐이다. 북한도 남한을 반대하고 월북한 최덕신과 같은 사람들을 “애국열사릉”에 묻었다. 그래도 남한 현충원에 묻혀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북한도 남한을 “공화국 남반부”로 보기 때문이다.

김정일 정권을 폭로하는 황장엽 선생을 못 마땅히 여긴 사람들은 지난 시기 늘 김정일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았으며 남북관계에서 무슨 일이 터지면 김정일이 좋아 할 소리만 하며 역성을 들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선생은 남한에 와서 10년 넘게 자택연금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해왔다. 그와 각별한 사이로 지냈던 한 지인은 신문을 통해 “그의 생활이 마치 북한에서 사는 것과 다름없어 보였다”고 하였다.

다행히 현 정부가 들어선 후 비교적 자유롭게 되어 해외에 나가 김정일 정권의 실체를 까밝히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다. 건강이 양호했던 10년 전부터 마음껏 활동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많은 일을 했을 것인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황장엽 선생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탈북자사회를 좋게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이 째려보는 속에서 정착을 위해 애썼다는 생각을 하면 참 기분이 씁쓸하다. 남한사회가 탈북자들의 정착지원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들이 응분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이런 사람들의 태도와 무관하다 할 수 없다.

누구보다 김정일을 반대하고 통일을 바라는 집단이 탈북자사회라는 사실이 미움을 받아야 할 이유라면 탈북자들이 그런 사람들을 미워해야 할 이유는 훨씬 더 충분하다.


댓글목록

백승님의 댓글

백승 작성일

돌아가신 분에게 경의를 표할때는 사망이 아니라 서거라는 표현을 씁니다
평범한 로인이 돌아가신것도 아니고...제가 글 제목을 시정시켜 드리죠
황장엽선생님의 서거를 통해 본 한국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