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올해 다섯 가지 국가목표
  • 탈북시인 장진성
  • 2011-01-04 09: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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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을 보면 김정일 정권의 한해가 보인다. 그만큼 북한에서 신년공동사설이 가지는 의미와 역할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김일성이 죽기 전까지 한해 중 단 한번만 주민들에게 들려주던 육성이었기 때문에 신격화와 맞물려 절대적 의미를 가진다.
 
때문에 김정일 정권은 김일성 사후에도 그의 육성신년 공동사설은 계속된다는 의미에서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동맹 공동사설이란 포괄적 형식을 취했다. 실제로 북한에서 공동사설은 김일성, 김정일의 교시처럼 개인부터 사회에 이르기까지 1년 동안 지침서로 신성시 되고 있다.
 
과거 북한 주민들은 당 생활총화를 할 때 김일성, 김정일의 교시를 먼저 인용하고 거기에 근거하여 자기 생활을 반성했는데 김일성 사후부터는 공동사설로 대체하도록 했다. 또한 신년공동사설에 명시된 사회 각 분야의 평가와 과업들은 곧 해당 분야의 한해 총 목표이기도 하다.
 
이렇듯 공동사설은 이념국가인 북한에선 한 해 이념이나 같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공개문서임에도 불구하고 공동사설에서만큼은 솔직해 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공동사설은 누가? 어떻게? 무슨 근거로? 만들며, 그 최종 결정자는 누구일까?
 
공동사설 집필 주체는 노동신문 정론부서이다. 조선인민군, 청년동맹은 단지 명의만 빌렸을 뿐, 그들은 아무 권한도 실무도 갖지 못한다. 노동신문 정론가가 되자면 김정일 안목에 있는 북한 최고의 필진이 되어야 한다. 그들은 12월 중순이면 자동적으로 공동사설 집필팀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그때부터 그들은 출퇴근이 아니라 중앙당 선전선동부 산하 강서 초대소에서 보안숙식에 들어가게 된다. 거기에서 완성된 원고는 당선전선동부를 걸쳐 김정일의 최종사인을 받게 되며 그러고 나서야 1.1일 북한의 모든 신문사들에 배포가 되는 것이다.
 
북한의 공동사설을 보면 알겠지만 지난해 성과와 새해 과업이라고 지칭하면서도 숫자화 된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경제성과란 것도 ‘자력갱생’, ‘강계정신’, 하는 따위의 추상적인 구호들만 있을 뿐이다. 이는 이념국가의 정체성을 떠나 북한의 매해 목표가 오직 김정일 체제유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경제관리가 계획적으로 체계화 할 수준이 못 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공동사설 집필 근거자료는 김정일의 별도 지침과, 김정일 비준을 받은 당조직부의 당 과업, 당 경제부의 경제성과 자료들, 당국제부 대외문건, 당 통전부가 작성한 대남분야 자료들이다. 그 자료들을 근거로 집필팀은 공동사설을 구성하고 논리를 전개한다.
 
공동사설은 제목과 서두, 지난해 평가, 올해 과업, 3단계로 나누어진다. 공동사설에서 시종일관하게 관통되어야 할 내용은 김정일이 별도로 내려 보낸 지침서들이다. 그 내용들은 김정일 신격화 차원에서 서두에 언급된다. 우선 제목이자 곧 김정일의 새해 의중이라고 봐야 한다.
 
북한의 이번 공동사설 제목은 ‘올해에 다시 한 번 경공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향상과 강성대국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자!’이다. 이는 김정일이 올해에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그 다음은 국가행사를 어떤 기념일에 정 조준하였고, 그것을 통해 주민들에게 주입하려는 정서가 대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해 기념일 행사를 당 창건 65돌에 맞추었고, 당대표자회의도 진행했다. 시장의 확대로 당의 권위가 실추되자 주민정서를 당 충성으로 유인하는 한편 김정은 3대 세습을 공언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의 올해 공동사설에선 기념일 국가행사 지정일이 없다. 대신 다음 해 김일성 생일 100돌 기념을 위해 올해를 준비하는 해로 선언했다.
 
이는 올해 국가정서를 김부자 신격화에 초점을 맞추고 3대 세습 구도를 좀 더 굳히기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즉 김일성 생일 100돌을 계기로 김정은에게 좀 더 명시적인 권력을 넘겨주기 전에 대내정세를 안정시키려는 완충기로 잡은 셈이다.
 
일각에선 올해 2.16일에 김정은에게 최고사령관 직함을 넘겨줄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일은 없을 듯싶다. 그러자면 최고사령관 추대에 어울리는 광신적인 선군분위기 조성을 꾀할 것인데 전혀 그런 감은 없다. 오히려 3대 세습의 악재인 경제난 회복을 위해 인민경제 부분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올해의 총공격전은 거창한 인민생활향상대진군의 계속이며 새로운 높은 단계이다.’라고 했으며 ‘경공업은 올해 총공격전의 주공전선’이라고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오늘 경공업을 대하는 립장은 인민에 대한 태도, 당을 받드는 자세, 혁명에 대한 관점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이다.’라는 문구로 김정일 정권의 초조한 경제 불안 심리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개혁개방, 시장정책과 같은 큰 틀의 변화는 없이 ‘지방공업발전’, ‘1차소비품’과 같은 구태의연한 소리들과 ‘김철의 신념’이란 자력갱생 노동정신을 그 해결방도로 내세웠다. 인민경제 부문에 이어 북한 특유의 반복성, 호소성, 구체성의 문법을 통해 특별히 강조한 것은 당의 영도 강화와 선군부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올해의 북한 선군부문은 ‘훈련’과 ‘중대’를 강조한 매우 구체적 성격을 보였다. 연평도 포격 이후 우리 정부의 대응의지를 의식한 듯 ‘오늘의 훈련은 래일의 전투영웅을 키우는 용광로이다.’라는 문장으로 전쟁준비의 만전을 강조했고, 기본전투 단위인 중대강화를 역설했다.
 
북한은 ‘우리의 하늘과 땅, 바다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자들을 추호도 용서치 않을 것이며 무적의 총대로 조국과 민족 앞에 지닌 력사적사명을 기어이 수행할 것이다.’라고 전제한 뒤 대남부문에서 ‘대화’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우리 언론들과 일부 북한학 학자들은 그 ‘대화’라는 단어만 중시할 뿐 그 전제조건으로 밝힌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리행하는 길로 나와야 한다.’는 문구는 해석하려 하지 않았다.
 
대외 부분에서 눈에 띄는 문구는 ‘비핵화’이다. 이는 한반도는 물론 북한을 겨눈 외국주둔 미군사기지의 모든 핵들과 맞바꾸겠다는 사실상의 핵 완성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로서 북한의 2011년 한해 국가목표는 크게 다섯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세습 환경을 위한 정치적 완충기, 둘째는 경제 안정으로 대내결속을 유도, 셋째는 ‘훈련'과 ‘중대’를 강조한 전쟁 준비 업그레이드, 넷째는 6.15선언 존중을 전제로 하는 남북대화, 다섯째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지대 구축, 정권담보를 조건으로 하는 6자회담 참여이다.
 
탈북시인 장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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