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함께 외쳤던 인권동지였는데… 북한의 참혹한 인권엔 왜 침묵하나요
- 정진화
- 2011-07-27 10: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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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북한방송 하태경 대표가 운동권 후배 민노당 이정희 대표에게 보내는 편지]
인권 타협 않는 英 노동당… 우리 민노당은 북한 인권법 결사 반대
탈북자 수백명 만난 뒤 80년대엔 깨닫지 못했던 김정일 정권의 폭정 알게 돼
종북성 극복 못하는 민노당, 일제강점기 친일파보다 더 처참한 운명 맞을 수도
북한 인권 문제에 국제적 관심을 높이는 활동을 벌이는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44)가 북한인권법 제정에 반대하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본지에 보내왔다.하태경 대표는 이정희 민노당 대표의 서울대 운동권 1년 선배로, 대학 졸업 후 좌파 통일운동을 벌이다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의 실태를 알고 나서 북한 인권 운동에 뛰어들었다.
- ▲ 하태경 대표(사진 왼쪽), 이정희 대표.
지난달 저는 탈북자 김혜숙씨와 함께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김혜숙씨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28년간 복역하고 나온 분입니다. 영국 의회에서 개최된 북한인권 청문회에서 의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에는 노동당 소속 의원도 있었습니다.
그 의원은 제게 한국에도 노동당과 비슷한 정당이 있느냐고 묻기에 잠깐 생각하다가 민주노동당이라고 답했습니다. 잠깐 생각한 이유는 우리 민노당과 영국 노동당은 이름은 유사하지만 그 성격은 큰 차이가 있어서였습니다. 노동당이라는 이름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두 정당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 노동당은 북한인권 문제를 포함해 어느 나라든 간에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노당은 전혀 다릅니다. 미국·일본도 통과시킨 북한인권법에 대해서조차 결사반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우리 민노당의 행태에 대해 영국 노동당 의원들은 아직도 전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한 정당이라고 지적하더군요. 영국 의원들은 한국의 정당들과 북한인권법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주요 정당 지도자들에게 북한인권법에 대한 편지를 쓴 것 같습니다. 이정희 대표에게도 곧 전달이 되겠지요.
-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북한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1990년대 후반 저는 북·중 국경지대에서 2년 이상을 보냈습니다. 수백명의 탈북자를 만났고 그들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북한 내부에 통신원들을 두고 북한의 실상을 전 세계에 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김정일 정권하에서 자행되는 인권유린에 대해서 결코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과거의 동지였던 민노당의 많은 분이 저처럼 북한에 대한 진실을 직시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민노당의 '종북(從北)적' 행태는 좀처럼 변하지 않더군요. 그러던 중 2008년부터인가, 이정희라는 반가운 이름이 언론에 자주 등장했고, 결국 민노당 대표가 됐죠. 저는 혹시나 당차고 똑똑한 이정희 의원이 대표가 되면 민노당이 '종북성'을 극복하려나 기대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와 민노당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서 북한보다 대한민국을 더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북한의 3대 세습 문제에 대해 이 대표는 여전히 민노당의 '침묵' 입장을 옹호했습니다.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요.
북한인권 문제나 국가지도자의 세습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은 그 사람이 민주주의자인지 아닌지 판가름하는 핵심 잣대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민노당의 반대나 침묵은 민노당이 종북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나는 민노당과 이 대표의 앞날에 대해 걱정하고 있습니다. 민노당 같은 종북파는 일제강점기 친일파보다 더 처참한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일 정권의 폭정은 일제와 비교해서도 더욱 심각합니다. 북한의 인권유린에 필적할 대상이라곤 캄보디아의 폴포트 정권과 나치 정도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대표는 내가 하는 이야기에 전혀 감응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아직 '종북성'을 극복하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제 말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1980년대에 같은 목표를 향해 같은 길을 갔던 이 대표와 나는 지금은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편지를 정치적 공격이라고 치부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이 편지는 후배이자 동지였던 이정희를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을 담은 것입니다. 1980년대처럼 언젠가 신림동 녹두거리에서 소주 한잔 하며 흉금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하태경 대표는
서울대 물리학과 86학번으로 학생운동에 뛰어들어 전대협 간부를 지냈고, 1989년과 1991년 두 차례 투옥됐다. 1993년 석방된 이후 문익환 목사가 주도하던 재야 단체 '통일맞이'에 들어가 활동했다. 1999년 중국 길림대에 유학, 2004년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SK텔레콤 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했다. 2005년 미국 의회와 EU의 지원을 받아 대북(對北) 민간 라디오 방송인 '열린북한방송'을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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