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동철
- 2011-09-24 02:28:15
- 조회수 : 1,798
나는 2008년에 가족을 이끌고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 입국했다.
죽음까지도 각오해야 하는 힘겨운 길이었지만 그때 나의 기분을 들뜨게 한 것은 한국으로 간다는 단 한가지였다.
그만큼 나의 머릿속에는 한국에 대한 환상이 꽉 차있었다.
나는 한국을 천국으로 알고 있었다.
북한에서 몰래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한국이야말로 사람이 살만한 곳 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한국에 도착한 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하긴 열심히 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 나의 처지이기도 했다.
왜냐 하면 나에게는 처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한에서 너무나 어렵고 고생스럽게 살아온 아내와 두 자식에게 나름대로 어떤 보상을 해주고 싶은 욕망과 노동이야말로 만가지복의 근본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확실히 한국은 살기 좋은 곳이었다.
일하면 일한 것만큼 차례지는 곳이 한국이었다.
더욱이 한국정부는 탈북자들에게 임대주택을 주고 정착금까지 지원해줬다.
한국이 아니면 그 어느 나라에서도 받아볼 수 없는 혜택이었다.
난생처음 훌륭한 집에서 살아보는 아내는 푸짐한 식탁을 차릴 때마다 북한에 두고 온 부모님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살면서 차츰 나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만은 틀림이 없지만 대신 그 곳에서 우리는 지독한 편견에 위축되어야 했다.
나는 부산에서 살았는데 그 곳에서 처음 1년을 건설현장에서 노가다를 했다.
그런데 건설현장에서 노가다를 하며 나는 한국인들은 탈북자들을 너무도 업신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온갖 허드레 일은 다 시키면서도 나를 항상 왕따 시키군 했다.
심지어 회식 자리에서도 나와는 같이 술잔조차 찧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 속에서 내가 느낀 것은 열등감과 함께, 그 열등감을 반발하는 내심의 어떤 분노였다.
그 후 회사에 취직했는데 나는 처음에는 탈북자라는 사실을 숨겼다.
이유는 사람들이 탈북자라면 이상한 눈길을 보내고 또 취직도 안 되기 때문이었다.
많은 한국인들은 북한에서 독재정권의 반인민적 시책의 후과로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굶어죽었다는 사실, 현재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탈북자들이 이야기하는 북한의 비참한 현실을 마치도 탈북자들의 자기 합리화를 위한 궤변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의 편향적인 사고는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죄를 짓고 도망쳤거나, 심지어 배신자들이라는 편협한 인식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들은 북한정권이 어떤 “사고”를 치면 나를 “북한 놈”으로 몰아붙이군 했다.
작년 북한군이 연평도 포격을 감행한 후 나는 심한 모욕과 조롱을 받아야 했다.
그들은 마치도 내가 연평도에 포를 쏜 북한 군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를 몰아주었다.
어느 날 마침내 일이 터졌는데 나는 그 날 “거지같은 놈”이라는 말을 무려 다섯 번이나 들었다.
“거지같은 놈들 한국엔 왜 왔냐?”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못들은 척 했다.
그러나 “거지같은 놈”이라는 말을 다섯 번 들은 후에 나는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결국 그 날 나는 족쇄를 차고 경찰서에 끌려갔고 얼마 후에 재판을 받았다.
다행히 “거지같은 놈”이라는 말이 폭행을 유발했다는 이유로, 또 탈북자가 모르고 한 짓이라는 이유로 경고를 받고 재판을 무사히 넘겼지만 그 후 나는 항시적인 불안과 대인 공포증 비슷한 것을 느끼며 살아야 했다.
길가에서 혹은 동네에서 내가 탈북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내가 더욱이 고심한 것은 자식들의 문제였다.
내가 괄시를 받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자식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식들까지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장차 괄시를 받으며 위축될 것을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나는 며칠 동안 뜬 눈으로 밤을 새고 마침내 외국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그 후 캐나다로 왔다.
나는 지금도 한국정부의 탈북자정책을 의심하지 않는다. 한 민족이고 또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배려해주는 한국정부의 탈북자정책은 정말 고마운 것이다.
그러나 일부 한국인들은 너무나도 배타적이다.
그들이 무심코 던진 돌에 가슴에 피멍이 드는 탈북자들.
물론 그들도 이유가 있어서 탈북자들을 싫어하겠지만 나는 한국에서 더 이상 나 같은 사람이 생겨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이 조금만 더 인간적이고 아량을 가져본다면, 또 탈북자들을 이해하려고 잠시라도 생각해 본다면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피멍이 들어 외국으로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캐나다에서 김 동철 (가명)
댓글목록
남한사람님의 댓글
남한사람 작성일
남한사람들을 빨갱이로 모는 탈북자도 있습니다.
케이블 방송 토론에 나와서 그러더군요.
이런 탈북자들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많이 봅니다.
일도 안하면서 정부보조금에 목메는 사람들...!
어짜피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우셨다면, 그곳에서라도 열심히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남한사회에서 어려웠던 부분은 잊어버리시기 바랍니다.
그거 생각해보았자 울화통만 치밀어 오를겁니다.
열심히 돈만 버세요.
자본주의사회는 경제력이 있어야 합니다.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사람님의 댓글
서울사람 작성일동철님의 처지를 이해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나쁜 사람이 많은 것같습니다. 나도 탈북자들을 몇 명 알고 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소외되는 탈북자들의 처지를 알고 있습니다. 이왕 외국에 갓으면 거기서 돈을 벌고 성공하세요
김개동님의 댓글
김개동 작성일
안녕하세요 현재 캐나다에 거주중인 한국인입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많이 가슴이 아프네요. 그러나 그런 것 또한 참고 버티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아니, 우리 이 나라가 50년이나 갈라지다 보니 사람들이 사고가 많이 닫혀 있습니다.
북한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는사람, 거지같은놈, 빨갱이 이렇게 욕 하는 사람도 분명있습니다.
반면에 정말로 감싸려는 사람도 있구요
님께서 그만큼 큰 기대를 하고 왔기에 큰 실망을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힘내시길 바랄게요.
대부분의 한국인이 북한동포를 우리 동포로 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저도 그렇고요
캐나다, 제가 지금 있으니 억압받은 사람들에겐 더 없이 좋은 국가 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동포가 여기, 아니 한국을 피해 왓다니 가슴이 아프네요
어찌됫 건 캐나다에서도 잘 생활 하시고, 한국인임을 잊지마시고...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길 기쁨마음으로 다시 돌아가길 염원할게요.
자신의 나라에서 사는 게 가장 행복해 보입니다.
아무쪼록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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