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앞두고 '북핵 위협' 강조한 트럼프 연두교서
  • 관리자
  • 2018-02-01 1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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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국정연설을 통해 강한 미국을 건설하고 미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국정 청사진을 제시했다.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서는 "우리의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고의 압박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무역문제와 관련해서는 "나쁜 무역협정을 고치고 새로운 협정들을 협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보와 무역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의 창끝이 모두 한반도를 향하고 있는 듯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밝힌 한반도 관련 내용에 새로울 것이 없고, 집권 첫해의 정책 기조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주변 상황이 악화하면서 파고가 더 높아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눈이 번쩍 뜨일' 발언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고강도 표현이나 걱정스러운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위협 제거를 위한 군사옵션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북미대화를 염두에 둔 것 같지도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경험은 우리에게 안주와 양보는 단지 침략과 도발을 불러들일 뿐이라는 것을 가르쳐줬다"면서 "나는 우리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던 과거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담보하지 않고는 섣불리 대화나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과 우리의 동맹에 가해질 수 있는 핵 위협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정권의 타락한 성격만 봐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나자마자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와 탈북자 지성호 씨 사례를 들어가며 북한 정권의 잔학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잔인한 독재정권"이 핵무기를 어떻게 쓸지 모르니 핵 위협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대북 군사옵션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물밑에서는 이를 위한 준비가 꽤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특히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우리 정부의 아그레망까지 받고도 이례적으로 낙마한 것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한다. 차 석좌는 북한과 전면전을 일으키지 않고 제한적 타격을 가하는 '코피(bloody nose)전략'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가 낙마한 것으로 언론에 전해졌다. 그는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30일 자 워싱턴포스트에 '북한의 코피를 터뜨리는 것은 미국인의 크나큰 위험을 수반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대북공격은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단지 지연시킬 뿐, 위협을 막지는 못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에도 이런 견해를 피력했다고 밝혔다. 일부 신문은 차 석좌의 개인 문제에서 낙마 원인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차 석좌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차 석좌의 의견마저도 낙마의 이유가 될 만큼 워싱턴 분위기가 강경하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은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북한에서 이륙한 항공기는 180일간 미국에 착륙하지 못하게 하는 미정부의 독자제재 규정 때문이다. 외교부는 방북단 전세기를 "제재에서 예외로 허가받는 절차를 미국 재무부와 원만하게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출발 1시간 전에야 확정된 탓에 뒷맛이 개운치 않다. 미국 측이 마식령 행사에 불만을 느끼고 막판까지 애를 먹게 했다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미국 측 분위기를 고려하면 동계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까지 확보된 '평화 시간' 안에 북미대화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한반도 상황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서 진도가 나가야 남북관계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북측 고위급대표단이 오면 이들과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생각인 듯하다. 하지만 아직 누가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올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당국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입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겠지만, 더 절박감을 느끼고 분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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