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동북아 핵 도미노 경고' 흘려듣지 말아야
  • 관리자
  • 2017-12-05 08: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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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3일(현지시간) 북한 핵 문제를 처리하지 않으면 동북아에서 핵무장 도미노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북핵은 미국과 동맹국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전 세계에 중대한 위험이며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지적하고, "또한 한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이 핵으로 무장할 잠재적 위협은 중국에도, 러시아에도 이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핵으로 동북아에서 핵무장 도미노가 발생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 안보도 위협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 하도록 압박하는 발언이지만 경고적 의미도 가진 듯하다. 미국이 북핵 문제의 출구 전략으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동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북핵 위협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으면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대선 후보 때이기는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용인을 시사한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동북아에서의 핵무장 도미노 경고를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미국은 북한이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한 이후 북핵의 심각성을 부쩍 더 느끼는 듯하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사거리는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대북 발언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지난 2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 포럼에서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다"면서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의회에서 대북 선제공격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 안보의 사령탑인 맥매스터 보좌관이 동북아 핵 도미노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개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핵으로 무장할 잠재적 위협'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 자체가 공론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를 알면서도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 것은 미국 내에서 북핵 위기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핵무장 도미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특히 중국에 대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대한 호의가 아니라 중국의 이익 차원에서 행동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중국이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 과정에서 북·중 관계가 손상하는 등 대가를 지불했다며 '이미 할 만큼 했으니 더는 강요하지 말라'고 한 데 대한 답변인 것 같다.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의 요청과 압박에 못 이겨 대북 제재에 참여하면서 마치 호의를 베풀 듯 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맥매스터 보좌관의 지적대로 동북아에 핵무장 도미노가 일어나 대만마저 핵무장을 하려고 한다면 중국으로서는 턱밑에 비수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미국의 압박에 손발이 묶인 중국을 대신해 북한을 지원하는 러시아에도 동북아 핵 도미노가 도움될 리 없다. 유엔 안보리는 15일 북 핵·미사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장관급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브리핑을 하고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 채택을 시도할 예정이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선 이렇다 할 추가제재가 나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제는 미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이익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동북아 안정이라는 더 큰 그림에서 북핵 문제를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발등을 찍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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