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안보리 해법’ 한계 도달했다
  • 관리자
  • 2017-09-22 12: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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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6차 핵실험 8일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 제재 결의안 제2375호를 채택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북한 석유·섬유·노동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포괄적 제재를 중국과 러시아의 합의하에 끌어냈다는 점은 평가할 만했다. 그러나 북한은 결의안 채택 3일 만에 보란 듯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쏘아 올렸다. 도발-제재-도발로 이어진 최근 상황은 북핵 사태가 종착역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동북아 질서 재편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유엔 결의안 제2375호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서’ 얻어낼 수 있는 대북 제재의 최대치다. 이제 중국은 동북아 전략적 구도의 결정적 변화나 국가이익에 치명적 손상을 가져올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이를 넘어서는 제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안보리를 통한 추가 제재 여지가 거의 없는 셈이다. 김정은 역시 정확히 알고 있다. 결의안 채택 3일 만에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에 북한은 미국의 대중 봉쇄정책을 돌파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창이자, 대미 협상에서 유용한 지렛대란 사실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김정은은 핵미사일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미국에 직접 위해를 끼치는 도발을 않는 한 ‘표적 정밀 타격(surgical strike)’ 같은 군사 공격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김정은은 15일 IRBM 발사 움직임을 미국이 사전에 파악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공개된 평양 순안공항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벙커가 아니라 야외연단에서 미사일 발사 장면을 지켜보았다.

이처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거나 폐기할 수 있는 가능성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폐쇄체제와 내핍에 익숙한 북한은 결의안 2375호가 철저하게 시행되더라도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은 중국이 원유공급 중단을 포함, 북한의 목줄을 죄는 것이고 그런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다. 그간 미국은 중국을 설득하는 전술을 구사해 왔지만 중국을 압박할 다양한 카드도 갖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대로 2375호 결의안에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 빠지자 결의안 채택 다음 날 “중국이 대북 제재를 따르지 않을 경우 미국의 달러 시스템 접근을 막을 것”이라며 세컨더리 보이콧 발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무역·금융전쟁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을 외환조작국으로 지정하거나 중국 철강 수입을 제한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군사·외교적 압력은 중국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이 중국 봉쇄를 겨냥해 아시아 지역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식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하거나 ‘하나의 중국’ 정책을 거슬러 대만에 전략무기를 판매할 수도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 정부가 모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한 뒤 북한과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다시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이 북한에 핵개발의 명분을 준다는 논리는 북한의 핵개발 단계를 감안할 때 의미를 상실했다. 더구나 북한의 핵개발 동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맞바꾸자는 주장은 협상의 기본을 무시한 발상이자 이적행위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은 이미 문재인 정부의 능력 범위를 넘어섰다. 북한이 괌을 타격하겠다며 IRBM을 쏘아 올리고 핵실험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힘과 수단을 가진 미국에 다짜고짜 운전대를 내놓으라고 요구해선 안 된다. 중국과 소련을 제외한 거의 전 세계 국가들이 대북 제재에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대화’를 고집하고 인도적 지원 등으로 대북 압박의 바람을 빼서도 안 된다. 자칫 이쪽저쪽 모두에서 불신이 증폭되면 ‘코리아 패싱’은 당연한 수순이 될 수 있다.

북핵 문제는 이미 미·중 어느 쪽이 혈맹의 손을 놓느냐는 문제로 귀결됐는지 모른다. 중국이 손을 놓는 순간 북한은 핵을 포기하거나 체제 붕괴의 위기를 맞게 되겠지만, 미국이 손을 놓는 순간 한국은 북한의 핵 볼모로 전락해 안보와 경제를 모두 잃을 수 있다. 한미동맹 강화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을 포함, 120여 개국 정상들이 모인 72차 유엔총회를 이념을 넘어 현실적 북핵 정책을 선택하고, 국제적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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