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5-06-05 05: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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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가 요동치는 가운데 제21대 대통령 선거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제 며칠 있으면 대한민국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6개월여 간의 혼란 국면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선상에 선다. 새 정부는 직접 발표한 공약은 물론 타후보·국민들의 생각을 모아모아 국민통합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가 며칠 전 ‘새 정부에 바란다: 북핵 공식사죄와 초당적 안보정책’(2025. 5. 28자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 글을 기고한 것도 이 같은 연유에서이다. 오늘은 또 하나의 제 평소 소견, 화두(話頭)를 보태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번 대선 캠페인 기간 중 국가 운영의 신경망(neural network) 역할을 하는 국가정보시스템 분야 쇄신과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공약과 논의가 눈에 뜨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961년 체계’의 한계
현행 국가정보체계는 그간 1961년 5·16군사 쿠데타 직후 만든 중앙정보부 중심의 ‘제3공화국 모델’을 근간으로 조금씩 바뀌어 왔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기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국내 정보활동과 대공수사권 폐지, 군 국군기무사령부(現 방첩사령부) 개편이 비교적 큰 폭이었지만 정보 현장의 목소리가 아닌 정치적 관점에 기초한 결정이어서 문제점이 많이 노출되고 있다.
대수술이 필요하다. 최근 세계 각국은 각자도생의 치열한 국익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보기관 역량 강화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반대다. 개발독재 과정에서 피할 수 없었던 흑역사(黑歷史)로 인해 국민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다. 여기에 더해 정권교체기마다 수십 년 노하우를 지닌 정보전문가들이 적폐 청산 명분으로 대거 축출되고 임무와 기능이 축소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기관들이 정치화·행정기관화되어 갔으며, 요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기관 본위주의 횡행으로 부처 간 횡적 협조는 매우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지난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보여준 상식 이하의 행동들은 쇄신 필요성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미국식 정보공동체’ 개념 도입이 해답이다
새 국가정보체계의 핵심은 미국식 정보공동체(IC: Intelligence Community) 개념 도입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국정원의 발전적 분리이다. 즉 국정원을 ①대통령 직속으로 중장기 정책과 예산·감사를 총책임지는 K-DNI와 ②국무총리 산하의 해외·과학정보 담당 K-CIA, ③방첩·수사 전담 K-FBI 등 3개 기관으로 분리·독립시킴으로써 다목적 효과를 거양하자는 것이다.
이번 개편의 핵인 K-DNI는 미국이 9·11테러 정보 실패를 계기로 신설한 국가정보국(DNI: 16개 부문정보기관 통솔과 융합정보 생산)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최고국가정보기관’이다. ▲기존 국정원 내 원장 직할 부서에다 분야별 최고 엘리트들을 특별채용하여 조직을 편성하고 ▲각 부문 정보기관들에 대한 예산 편성권, 감사권, 자체 융합정보 생산의 3대 권한을 부여하여 ▲K-CIA, K-FBI, 군, 경찰, 행정부 정보담당 부서 등을 지도·감독·협업해 나가게끔 한다.
예상되는 효과는 ①정보기관을 대통령(정책·감사), 국무총리(첩보·액션) 산하로 분리·협업하게 함으로써 정보 권력 1인 집중 예방 ②5년 임기 현안 처리 중심의 기존 대통령 국가안보실의 한계를 K-DNI를 통해 보완 ③국정원의 정책·정보 업무 분리를 통한 제왕적 국정원장제 혁파 및 탈(脫)정치화 완성 ④정보기관별 자율성 제고, 상호 견제, 정보융합 시너지 효과 ⑤통합방첩수사기관인 K-FBI 설립으로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에 따른 간첩수사 역량 약화 논란 해소 등을 들 수 있다.
일단, 국정원을 ‘차장책임제’로 운영하는 것부터 시행
새 ‘정보공동체’(IC) 설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렇지만 관련법 개정을 비롯 실제화 과정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으므로, 우선 국정원을 ‘차장책임제’로 운영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는 원장(院長)은 기조실 등 산하 직할 부서 내실화와 K-DNI 출범 준비에만 전념케 하자.
이같이 정보 주체별 자율성 확대 및 시너지 효과, 무엇보다도 탈(脫)정치화의 오랜 숙원을 해결할 수 있는 《분리·통합형 새 국가정보시스템》은 더 큰 대한민국과 선진 통일한국을 위한 주춧돌·신경망이 될 것이다. 미국이 20여 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어 원용하기도 어렵지 않다.
혹시 이번 기회가 어렵다면, ‘1987년 헌법체제’ 개편 논의 과정이나 차기 총선공약에 포함시켜서라도 꼭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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